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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만 다양한 게 아냐,<더 마스터>의 여섯가지 이야기에 귀 기울여봐

너의길을가라 2017. 12. 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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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무대였던 운명을 시작으로 사랑, 세대공감을 지나 위로까지, Mnet <더 마스터 - 음악의 공존>은 '음악'이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것도 클래식(임선혜), 국악(장문희), 재즈(윤희정, 김광민), 뮤지컬(최정원, 박은태), 대중가요(최백호, 박정현), 밴드(이승환) 등 여러 장르를 통해서 말이다. <더 마스터>가 구현하고 있는 형형색색의 무대들, 그 이야기의 다채로움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신기원이라 해도 무방하다. 



<더 마스터>는 음악의 다양성에 목말라 있던 시청자들에게 단비와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아이돌(idol)에 편중된 음악 시장은 점차 그 영역이 협소해졌다. 나아가 존재 의미도 퇴색돼 갔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대두됐다. 아이러니하게도 <프로듀스 101>을 통해 아이돌을 '제작'하는 데 혈안이 됐던 엠넷(Mnet), 음악 시장의 다양성을 해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던, 음악 전문 채널이 대안을 제시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바로 <더 마스터>였다. 


대중가요, 밴드 등 대중들에게 익숙했던 장르를 바탕으로 클래식, 국악, 재즈, 뮤지컬 등 생소한 음악들을 대거 포함시켰다. 상당히 파격적인 실험이 아닐 수 없다.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장인들을 모셔서 제대로 된 판을 만들었고, 기꺼이 무대에 오른 마스터들은 자신의 음악 내공을 남김 없이 발산했다. 경연이라는 방식(은 화제성을 감안한 선택이겠지만, 여전히 불필요하게 느껴진다)을 채택했지만, 경쟁의 요소를 최소화하면서 공존을 강조했다. 



"가시나무처럼 뾰족하게 돋아있었던 마음, 그 마음을 어루만져 줬던 건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였습니다. 저에게 위로를 주었던 음악으로 여러분께도 위로를 드리고 싶어요." 


4회의 주제는 바로 위로(慰勞)였다. 연약하고 미성숙한 존재인 우리들은 매순간 삐끗하고, 흔들리고, 무너진다. 그 순간 필요한 게 바로 위로다. 돌이켜 보면, 백 마디의 말보다 한 곡의 음악이 위로가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기도 하고,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어떤 음악이든 상관없다. 신기하게도 음악은 감정에 찰싹 달라붙어 제각각의 방식으로, 제각각의 이야기로 우리를 위무(慰撫)한다. 그 순간의 평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클래식 마스터 임선혜는 워낙 많은 스케줄에 치여 음악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시절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남수단으로 도망치듯 떠났다가 그곳에서 엄청난 위로를 받았다며, 'You Raise Me Up'(2005)을 선곡했다. 음악 수업을 들으러 왔던 남수단의 아이들과 함께 불렀던 노래였다. "내가 사랑과 위로를 주러 갔는데, 오히려 제가 더 큰 사랑과 위로를 받았다"고 고백한 임선혜는 위로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친구라는 존재는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고 생각해요. 제 곁에는 항상 음악이 있었어요. 언제나 절 지켜주는 친구였던 거죠."


"오늘도 진심을 다해 모든 것을 다 바쳐 노래하고 싶습니다. 이 무대가 전하는 희로애락의 감정이 모두에게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윤희정의 빈자리에 합류한 새로운 재즈 마스터 김광민은 '친구'라는 존재를 통해 위로를 전달했다. 국내 1세대 재즈 피아니스트인 그는 'You've Got a Friend'(1971)를 선곡했고, 가수 성시경을 섭외해 노래에 감미로움을 더했다. 최정원과 배턴 터치한 뮤지컬 마스터 박은태는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겟세마네'를 불렀는데, 섬세한 연기력과 강렬한 카리스마로 무대를 압도했다. 진심을 다해 모든 것을 다 바쳐 노래하는 그의 무대는 보는 이들에게 더할나위 없는 위로가 됐다. 



"모든 청춘은 미래에 대해 두려움을 품고 살죠. 저 역시 젊은 시절 많은 방황을 했어요. 하지만 해답은 자기 자신 안에 있다고 생각해요."


"힘들고 고단하고 울고 싶어도 우리는 살아가야 하고, 살아가야 합니다. 어둠 끝에는 반드시 빛이 기다리고 있으나 용기를 잃지 말고 꿋꿋하게 이겨 내시길 바라고 또 바랍니다."


마지막 무대를 가졌던 이승환은 '청춘'을 향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의 선곡은 자신의 노래인 '물어본다'(2004)였다. "요즘 시대 젊은이들이 저희보다 더 힘들게 살고 있는 청춘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는 그의 진심이 온전히 전달돼 가슴 뭉클했다. 국악 마스터 장문희는 창무극 <천명>의 한 대목, '백성은 역사의 맥'을 열창했다. 한 편의 대서사시를 보는 듯 짜릿했던 그의 무대는 '촛불'로 타올랐던 우리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두 마스터의 무대는 세대와 시대를 향한 위로였다.



"음악이 누군가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전 충분해요. 누구에게나 그리운 사람이 있겠죠. 그들의 마음을 대신해서 전하고 싶어요. 이 노래를 듣는 순간만이라도 그립고 아픈 마음을 조금이나마 내려놓고 위로받으실 수 있기를"


최백호의 공백은 박정현이 메웠다. 그가 누구인가. 가창력과 기교로 MBC <나는 가수다>를 평정한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보컬리스트가 아닌가. 하지만 <더 마스터>에서 그의 무대는 좀 달랐다. 확 터져버리거나 확 달라지는 경연식 편곡이 아니라 묵직하고 담담한 무대를 꾸미고 싶다던 박정현은 '꿈에'(2002)를 재해석한 무대를 선보였다. 한 유학생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다 꿈에서나마 만날 수 있었던 사연을 듣고 울컥했다던 그의 노래는 관객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더 마스터>가 특별한 이유는 장르의 다양성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다양성이라는 측면도 빼놓을 수 없다. 마스터들은 매회마다 주제에 맞는 선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음악에 담는다.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한 분야의 대가의 자리에 오른 저들이 과연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여섯가지의 다양한 위로, 그 깊은 울림이 있었던 무대를 선사했던 <더 마스터>는 정말 귀중한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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