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여행기

[버락킴의 이스탄불 여행기] 2. 터키의 길거리 음식을 소개합니다!

너의길을가라 2017. 11. 17.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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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처음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터키 요리를 세계 3대 요리로 손꼽는 모양이다. 대개 중국, 프랑스와 함께 거론되곤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공신력 있는 기관의 검증을 받은 타이틀은 아니다. 어디에선 태국을 포함시키기도 하고, 누군가는 이탈리아를 넣어 그리 부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프랑스는 제외하는 경우가 없지만, 다른 두 나라를 고를 땐 상당히 개인적인 취향이 개입되는 듯 하다. 애시당초 '입맛'이라는 게 자의적일 수밖에 없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 탁심 광장의 케밥 식당 -



이 글에서 터키 요리가 진짜 세계 3대 요리에 포함되는지 가려낼 생각은 없다. 물론 그럴 능력도 없을 뿐더러 그것이 무의미하다는 건 입맛의 자의성을 얘기했을 때 결론이 난 듯 싶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음식은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맛을 칭찬한다면 그 정도의 가치를 존중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중동을 연결하는 길목에 자리잡은 지리적 특성에서 기인한 역사적 특수성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은 터키의 요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으리라.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해놓고보니 뭔가 엄청난 음식들을 소개할 거라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령, 이스탄불의 맛집을 소개한다던가 감명 깊었던 별미를 언급한다든지 말이다. 애석하게도 음식(혹은 맛)에 대한 호기심이 전혀 없는데다 심지어 입맛이 까탈스럽기까지 한 필자는 애시당초 터키의 요리에 일말의 관심도 두지 않았다. 해외 여행을 가게 되면 맥도날드의 위치부터 확인하는 터라 이스탄불에도 맥도날드가 (많진 않지만) 있다는 사실에 안심했을 뿐이었다.


아침은 숙소에서 제공하는 조식으로 든든하게 채우고, 나머지 두 끼 가운데 한 끼는 맥도날드에서 해결하는 터라 고작 한 끼만 입맛에 맞는 음식으로 때우면 될 일이었다. 음식에 호기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현지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굳이 먹으려 하지 않는 편이다. 오스트리아 빈에 갔을 땐 슈니첼(Schnitzel)의 맛에 빠져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이스탄불에선 그런 음식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그저 몇 가지 길거리 음식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다. 실망스럽더라도 어쩔 수 없다.


블루모스크 입구 앞에서 옥수수를 판매하고 있는 아저씨가 포즈를 취해주고 있다.


이스탄불(아마도 터키 전역이 그럴텐데)을 가면 어디서나 쉽게 옥수수, 밤, 시미트(simit) 등의 길거리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시미트는 고리 모양처럼 생긴 빵인데, 깨가 잔뚝 뿌려져 있다. 가격은 1~2리라 정도로 저렴한 편이라 부담없이 사먹을 수 있다. (11월 17일 기준으로 1리라는 284원인데, 9월 여행 당시에는 320원 정도였다.) 맛은 특별할 게 없다. 밤도 마찬가지다. 구운 밤이 터키라고 다를 게 있겠는가. 가격은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100그램에 10리라, 250그램에 20리라 정도다.


오히려 좀 색다른 건 옥수수 쪽이다. 이스탄불의 길거리에서 판매하는 옥수수는 두 종류인데, 하나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먹는 것처럼 찌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굽는 것이다. '색다르다'고 말한 건, 이렇게 조리된 옥수수에 소금을 뿌리기 때문이다. 소금을 넣어 찌는 게 아니라 눈앞에서 소금을 듬뿍 치는데, '저걸 짜서 어떻게 먹나?'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런데 옥수수를 사먹는 사람들마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게 아닌가? 게다가 엄지 손가락을 내밀기까지 했다.


엄지 손가락을 믿고 용기를 내서(?) 도전을 해봤다. 이게 웬일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맛이 있었다. 잔뜩 뿌려진 소금이 미각을 돋우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정신 없이 옥수수 하나를 먹어치웠다. 가격도 1~3리라 정도로 저렴한 편이었다. 블루 모스크 등 주요 관광지에서는 3리라까지 올라가지만, 외곽으로 벗어나면 조금 더 싼 가격에 옥수수를 맛볼 수도 있다. 옥수수를 먹다보면 이에 잔뜩 껴서 곤혹스럽다는 점만 제외하면 최고의 간식거리가 아닐 수 없다.



길거리 음식을 얘기하면서 돈두르마(Dondurma)를 빼놓을 수 없다. 터키에선 아이스크림을 돈두르마라고 부르는데, 주걱이나 국자 등에 아이스크림을 통째로 붙이거나 줄듯 말듯 하는 익살스러운 쇼가 주요 볼거리이기도 하다. TV에서 방송되는 여행 프로그램 등에서 봤던 그대로인데, 그 수작(!)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유쾌한 장난에 속게 되고 어느새 빠져들게 된다. 다만, 일행이 있다면 덜 뻘쭘할 테지만, 혼자라면 조금 민망할 수 있다. 


제대로 된 돈두르마 쇼를 경험하고 싶다면 장난기가 얼굴에 가득한 베테랑 판매원을 찾아야 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가게로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탄성과 웃음이 터지는 곳이 있다면 놓치지 말자. 아이스크림을 통째로 들어올리는 과감한 장난은 돈두르마 특유의 끈기 때문에 가능한데, 전분질 다당류가 함유된 살렙과 유향수지를 넣어 쫄짓한 질감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가격은 5리라 정도로 부담이 없다. 터키의 불볕 더위에는 역시 아이스크림, 아니 돈두르마다.


- 갈라타 교를 따라 이어지는 케밥 식당들 -


- 고등어와 빵의 조합이 과연 맛있을까? -


- 카리예 박물관 맞은편에 위치한 카페 -



이스탄불 전역에서 맛볼 수 있는 되네르 케밥(Döner kebab)이나 에미뇌뉘(Eminönü) 선착장 근처의 명물인 고등어 케밥 등 터키의 대표적인 음식인 케밥 종류는 도저히 먹을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길거리 음식만 전전했던 건 아니다. 카리예 박물관(Kariye Museum)에 들렀을 땐, 입구 건너편에 있는 카페를 찾아 터키식 피자를 맛보기도 했다. 물론 기대했던 맛이 아니라 절반도 먹지 못하고 자리를 떴지만 말이다. 역시 가장 만족스러웠던 건 세계 어디를 가나 공통적인 맛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맥도날드였다. 


이스탄불의 맥도날드 빅맥 세트는 11.5리라였는데, 당시 환율로 3,500원 안팎이었다. 지금 환율로 치면 3,200원 정도일 텐데, 5,500원 쯤 하는 우리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전체적으로 물가도 싼 편이었다. 길거리에서 파는 물(500㎖ 기준)은 1리라 정도에 판매되고 있는데, 마트(sok market)에서 구입하면 0.35리라에 불과하다. 콜라도 캔은 1.25리라, 패트병은 2.75리라밖에 하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갈 때 콜라와 간식을 사들고 가는 편인데, 터키에선 전혀 부담이 되지 않았다.


이 정도로 터키의 길거리 음식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마치기로 하자. 아무리 터키 음식이 세계 3대 요리로 손꼽힌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음식 궁합'이 잘 맞지 않았던 기억만 남아있다. (음식을 먹기 위해 여행을 가는 게 아니라 큰 의미를 두지 않기에 그 때문에 여행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을 좌우하진 않는다.) 그렇게 며칠을 버티다가(?) 귀국길 비행기에서 기내식으로 제공된 비빔밥이 어찌나 맛있던지. 내게 세계 3대 요리를 꼽아보라 한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대한민국 요리를 1위 자리에 올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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