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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드와 착한 며느리병,<이번 생은 처음이라>가 그리면 남다르다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7. 11. 8. 16:12



"착한 며느리병이라는 말 아세요?"

"네? 무슨 병이요?"

"결혼하고 나면 여자들이 시댁에 착하고 싹싹하고 말 잘 드는 며느리가 돼야 할 것 같아서 무리하는 거요. 그렇게 부른대요. 착한 며느리병."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지호(정소민)도 피해갈 수 없었다. '시월드' 말이다. '애정'이 아니라 '이해관계'에 기반한 2년짜리 계약의 '가짜' 결혼이기에 다를 줄 알았다. 적당히 하면 되리라 여겼고, 큰 부담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결혼은 역시 결혼이었다. 결혼이란 단순히 두 사람 간의 결합이 아니라 '집안'이 결부된 매우 복잡한 수식이 아니던가. '며느리' 혹은 '사위'라는 새롭고 낯선 임무가 주어지는 굉장히 스펙터클한 역할극이기도 하다. 세희가 인정했던 최고의 수비수였던 지호지만, 시월드 앞에선 무력해질 수밖에 없었다.


고단한 평일이 지나고 평온함이 찾아온 주말 아침부터 시어머니의 방문이 시작된다. 미리 협의된 적도 없는, 최소한의 고지조차 되지 않았던 깜짝 기습이었다. "설마 비번 누르고 띠디디디 서프라이즈, 막 이런 건 아니지?"라며 경악하는 수지(이솜)의 말처럼 요즘 세대에게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좀 심하게 말하면 '난입'이라 해도 무방했다. 물론 시어머니 입장에선 아들을 위해 반찬을 가져다 주는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아들이 산 집에 출입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더더욱 이상하지 않았다. 



시어머니의 '딸 같은 며느리'에 대한 사랑(?)은 눈물겨웠다. 말로는 "우리 며느라기 아까워서 어떻게 일 시키니"라지만, "부엌일은 전문가가 하는 것"이라며 아들의 '식모' 역할을 지시하고, 말없이 사과를 내밀더니 눈짓으로 사과를 깎도록 눈치를 줬다. "무뚝뚝한 남자들만 보다가 지호 네가 들어와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더니 온갖 제사 노동을 막무가내로 떠안긴다. 졸지에 지호는 선 채로 전을 부치고,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는 등 고역에 시달려야 했다. 


지호는 왜 제사에 참석하라는 시어머니의 호출을 거절하지 못했을까. "적당히 둘러대지 그랬느냐. 수비 잘하시는 분이 왜"라는 세희의 (눈치없는) 타박처럼, 지호는 어째서 수비에 실패한 걸까. 시댁에 가서 제사 노동을 도맡아 하면서도 "딸은 TV 좀 보면서 쉴게요"라고 똑부러지게 한마디 하지 못하고, 고된 일을 하면서도 한결같이 미소를 머금고 있었던 걸까. 왜 '잘 보이고 싶었던' 걸까. 스스로도 '착한 며느리병'에 대해 검색하고 나서 "이건 좀 아니다. 왜 거절을 못하냐"라며 의아했으면서 말이다.



'착한 며느리병'에 대해 세희는 "일종의 인정 욕구"라고 정의하며 "결혼을 통해 소속감의 욕구가 충족되었으니 그 다음 단계인 인정 욕구가 나타나는 건 자연스러운 심리적인 현상입니다. 특히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욕구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호에게 제사 노동의 대가라며 10만 원을 건넨다. 계약에 없던 부당 노동의 대가를 지불한 것이다.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는 세희의 분석과 대응은 온당한 것이었을까. 


지호의 입장과 생각은 달랐다. 지호는 정색을 하며 세희에게 되묻는다. "그렇게밖에 해석이 안 되세요? 인간의 동물적인 욕구 단계가 아니라 마음일 수도 있다고요. 좋아하는 사람의 가족들이니까 잘해주고 싶은 마음. 좋아하는 사람을 기쁘게 편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그렇다. 지호가 '착한 며느리병'에 걸려버린 까닭, 부당한 시월드를 적절히 수비하지 못했던 이유는 '마음' 때문이었다. 세희를 좋아하게 됐기 때문에, 그를 위해 '마음'을 쓰게 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계약 결혼'이라는 흥미롭고 생경한 설정을 통해 '결혼'의 본질에 대해 보다 다채로운 접근을 허용한다. 한걸음 비껴 있을 때, 대상의 실체를 좀더 명쾌히 알 수 있는 것과 같은 논리다. 또, 기존의 드라마들이 단순히 '현실'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다양한 해석과 대응 방식을 보여준다. '시월드'와 '착한 며느리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과격하고 오버스러운 설정들로 시청자의 분노를 자아내기보다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을 유지하면서 논의의 확장을 꾀한다. 



그렇다면 <이번 생은 처음이라>가 제시한 해법은 무엇이었을까. 지호는 세희가 건넨 돈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세희에게 전화를 걸어 "저희 집에 가서 똑같이 노동으로 갚으세요. 저희 집, 이번 주에 김장해요."라고 통보한다. 시월드의 등장과 세희의 답답한 대처라는 '고구마'로 인해 답답해졌던 가슴에 시원한 '사이다'를 콸콸 쏟아부은 느낌이었다. '노동'에 대한 완벽한 등가교환은 역시 '노동'이었고, '제사 노동'과 '김장 노동'을 적절히 배치시킨 선택은 탁월하다고 여겨졌다.


물론 그것이 부당한 간섭과 제재를 의미하는 '시월드'를 해체하는 돌파구는 아닐지라도 '똑같이 노동으로 갚으라'고 말하는 지호의 선언은 정말이지 통쾌했다. '인정 욕구'이든 '마음'이든 간에 '착한 며느리병'을 강요하거나 혹은 용인하는 건 결국 '남편'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제사 노동의 대가로 10만 원을 건네는 세희는 과거 가부장제 체제 하의 남성들의 그것과 무엇이 다른가. 지호로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을 들은 세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처가로 가서 김장을 하게 된 세희의 좌충우돌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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