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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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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있는 그녀>에 명품 조연들이 유독 많았던 이유는?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7. 8. 21. 08:18


풍숙정 총각 김치 맛의 비결은 '조미료'였고, 박복자(김선아)를 죽인 진짜 범인은 운규(
이건희)였다. 마지막 회 시청률 12.065%(닐슨코리아 기준)로 JTBC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며 성대하게 막을 내린 <품위있는 그녀>는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에게 두 가지 교훈(?)을 남겼다. 소위 상류층의 '입맛'이라는 게,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조선족 청부 폭력범이 "조미료 범벅이 뭐가 맛있습네까"라며 인상을 찡그릴 만큼 별 볼일이 없다는 것과 대한민국에서 고3은 절대 건드려선 안 된다는 농담반 진담반의 메시지가 바로 그것이다.


첫 번째 교훈의 경우에는 강남 상류층의 허상을 거침없이 드러냈던 풍자극답게 짜릿함을 선사하며 폭소를 선사했지만, 두 번째의 경우에는 제법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파격적인 결말을 이끌어내기 위한 부담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굳이 미성년자를 살인범으로 만들 필요까지 있었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백미경 작가는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부모들의 나쁜 행동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부유층 자제들의 행태를 접하면서 범인을 재벌 3세인 운규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흡족할 만한 설명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차라리 우아진(김희선)을 필두로 한 상류층 '어른'들이 공동으로 꾸민 사건으로 몰고가는 편이 완성도 면에서 나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품위 있는' 우아진을 지켜주고 싶었다면 그를 제외시킨 나머지 인물들 간의 카르텔을 도모하는 건 어땠을까. 그러나 상류층의 추악한 민낯을 까발리는 한편, 박복자의 욕망과 파멸 그리고 그 대척점인 우아진을 멋드러지게 그려내며 수작(秀作) 대열에 합류한 <품위있는 그녀>에서 박복자 살인범 찾기는 보너스 영상(사실상 사족)에 가까웠기에 그 결과에 대해 굳이 심드렁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품위있는 그녀>의 성공을 일군 일등공신은 <사랑하는 은동아>, <힘쎈여자 도봉순>에 이어 JTBC와 또 한번 손을 잡은 백미경 작가일 것이다. 그는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사로잡으며, JTBC 드라마의 품격을 한층 높였다. 그의 가치가 급상승한 건 두 말할 나위 없다. 한편, 전작들의 경우에 흥미로웠던 전반부에 비해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의식했던 탓일까. <품위있는 그녀>에서는 박복자를 살해할 동기가 충분한 용의자들을 통해 후반부까지 긴장감을 유지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그 역시 성장한 것이다.


물론 김희선과 김선아, 두 주연 배우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백 작가는 우아진이라는 캐릭터를 구상하면서 처음부터 김희선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밝혔는데, 우아진이라는 옷을 입은 김희선은 그야말로 최고의 연기로 화답했다. 그러나 역시 김선아를 빼놓고 <품위있는 그녀>를 논할 수는 없다. 그의 연기는 한마디로 전율이었다. 선과 악을 넘나들고, 욕망과 갈망의 감정들을 과감히 표현했다. 표정 하나조차 치밀했고 강약 조절도 섬세했다. 박복자에 완벽히 빙의한 그는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했다. 

 

 

"대본 리딩을 하러 가면 단 한 장면, 한 줄의 대사를 위해 기다리고 있는 배우들을 볼 때 마음이 짠하다. 그래서 작은 배역들도 자신이 나오는 장면에서 한번은 주인공이 되도록 쓰려고 노력했다. 작품 속 도우미 아주머니들도 캐릭터를 드러내 연기할 수 있도록 기회를 드리고 싶었다." <스포츠한국>, [인터뷰] '품위녀' 백미경 작가 "당신의 인생은 그런대로 괜찮다"


드라마를 이끌었던 김희선과 김선아의 연기가 강렬했던 게 사실이지만, <품위있는 그녀>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조연 배우'들이 빛이 났다. 우선, 안태동 가(家)의 인물들을 떠올려보자. 안태동 회장 역의 김용건을 비롯해서 막돼먹은 장남 안재구 역의 한재영, 철딱서니 없는 둘째 딸 안재희 역의 오나라, 첫째 며느리 박주미 역의 서정연은 드라마 속에서 각자의 캐릭터를 구축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셋째이자 우아진의 남편 안재석 역의 정상훈은 뻔뻔하면서도 밉지 않은 코믹 연기로 드라마의 분위기를 살리며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강남 상류층의 특권의식이 잘 드러났던 브런치 모임의 멤버들과 그 남편들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도도한 카리스마를 뽐냈던 차기옥 역의 유서진은 진짜 강남 사모님이라 해도 믿을 만큼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줬다. 또, 오경희 역의 정다혜는 차기옥의 남편 장성수(송영규)와 불륜을 저지르는 '밉상'을 연기했지만, 참담한 가정폭력의 현실을 보여주는 등 내면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두 사람이 벌인 파스타 난투극은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자유분방한 캐릭터인 김효주를 연기한 이희진도 제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송영규는 돈을 잘 버는 성형외과 원장 장성수 역을 맡아 아내인 차기옥과 내연녀 정다혜 사이를 오가는 불륜 연기를 펼쳤는데, 그의  뻔뻔한 모습은 시청자들의 뒷목을 여러 번 잡게 했다. 김효주의 남편 서문탁 역을 맡은 김법래는 특유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맞바람을 용인하는 부부의 모습은 경악스럽기도 했는데, 상류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설정이라 더욱 씁쓸했다. 프로골퍼 출신으로 아내인 오경희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 김봉식 역의 채동현도 정형적이지 않은 연기로 주목받았다.

 

 

어디 이들뿐이겠는가. 서 대표 역의 전수경, 오풍속 역의 소희정, 천방순 역의 황효은 등도 캐릭터 속에 그동안 쌓아온 연기 내공을 쏟아부어 신스틸러로서 활약했다. 또, 풍숙정에 모여 자신이 일하는 집의 상류층에 대한 뒷담화를 쏟아내는 도우미 아주머니들도 감칠맛 나는 연기로 극의 재미를 더했다. 이렇듯 단순히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찰 정도로 인상적인 조연들이 많았던 까닭은 역시 백미경 작가의 세심함 덕분이다. 그는 '조연'을 단순히 '주연'을 위해 소비하는 게 아니라 그들만의 연기가 빛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았다. 


백미경 작가가 한 언론과 했던 인터뷰를 읽으면서 그가 참 괜찮은, 아니 그 이상의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자신의 드라마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에 대해 '그 정도의 관심'을 기울이는 건 자연스러우면서 당연한 책임감일 것이다. <품위있는 그녀>가 '막장'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다채롭게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백 작가의 책임감과 그 대본을 받아든 모든 배우들의 책임감이 더해진 결과가 아닐까 싶다. <품위있는 그녀>를 통해 앞으로 백 작가가 집필한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어 하는 배우들이 훨씬 더 늘어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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