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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의 정상화 기간, 무한지지 합니다!

너의길을가라 2017. 1. 1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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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奇跡)은 '상식을 벗어난 기이하고 놀라운 일'을 의미한다. 성경에 나오는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데,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 명을 먹이는 불가사의 앞에 우리는 '기적'이라는 이름을 붙이곤 한다. 하지만 기적이라고 하는 게 반드시 종교적인 영역에 존재한다거나 사이즈가 엄청나게 큰 '사건'만을 가리키진 않는다. 오히려 기적이란 아주 가까운 곳에서 그리고 매우 일상적인 일에서 벌어지곤 한다. 마치 MBC <무한도전>처럼 말이다. 


놀랍게도 <무한도전>이 <무모한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전파를 탄 날짜가 2006년 5월 6일이다. 2012년 상반기 MBC 파업의 여파로 결방된 기간을 제외하면, 무려 12년 동안 매주 시청자들을 찾아왔다. 물론 <무한도전>보다 오래된 역사를 지닌 프로그램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정해진 포맷 없이 매주 새로운 형태의 방송을 만들어내야 하는 <무한도전>의 고충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며 비교 불가다. 쉼없이 달려오면서도 끊임없이 혁신해왔던 <무한도전>의 역사야말로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7주 간의 쉼표. 이미 충분히 '기적'을 선보였던 <무한도전>이 드디어 '재정비'에 들어간다. 계획은 이렇다. 3주는 설 연휴를 맞아 파일럿 프로그램인 <사십춘기>가 방송되고, 4주는 <무한도전>의 레전드 방송분이 재편집돼 방송된다. 타이밍이 괜찮다. 김태호 PD는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6주의 정상화 기간을 가지려고 했는데, 6주 연속 대체는 다소 길다는 생각에 설 파일럿인 <사십춘기>가 3~4주 편성되고 <무한도전>은 4주간 레전드편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무한도전> 제작진은 총 1주의 시간을 더 벌었고, 그와 동시에 재편집 분량도 6주에서 4주 분량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보다 생산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설 연휴라는 특수성이 '파일럿 프로그램' 편성을 원활하게 했고,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도 명절을 보내느라 이리저리 정신 없을 때 <무한도전>이 '정상화 기간'을 갖는 게 다행스러운 일 아니겠는가? 평소 같았으면 더욱 크게 느껴졌을 <무한도전>의 빈자리, 그 허전함을 최소화한 셈이다. 



그동안 <무한도전>의 수장 김태호 PD는 그동안 강의, SNS, 인터뷰 등 여러 루트를 통해 아이디어의 고갈로 인한 어려움과 매번 시간에 쫓기는 제작 환경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다. 2016 MBC 연예대상에서 '시청자가 뽑은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을 수상한 김태호 PD는 "우리가 늘 버릇처럼 하는 얘기가 있다. 매주 이 시간이면 회의실에 모여 우리가 시청자였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요즘처럼 아이템 고민이 힘든 적이 없는 것 같다"며 무거운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열심히 고민해도 시간을 빚진 것 같고.. 쫓기는 것처럼 가슴 두근거리고.. 택시할증시간 끝날 쯤 상쾌하지 못한 마음으로 퇴근하는 회의실 가족들에게 이번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준다면.. 한 달의 점검기간과 두 달의 준비기간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할아버지.. #에라모르겠다 #방송국놈들아 #우리도살자 #이러다뭔일나겠다 (김태호 PD의 인스타그램)


언론에서는 끊임없이 '시즌제'를 언급했고, 김태호 PD도 대놓고 MBC 측에 '시간'을 요구했다. 시청자들도 '국민 예능'과 더욱 오래 '동행'하기 원했기에 <무한도전>의 재충전을 지지했다. 남은 것은 MBC 측의 결단뿐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2017년 새해를 맞아 반가운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일단 힘든 결정을 내린 MBC에 '칭찬'을 해야겠지만, 냉정히 말하자면 이 선택은 상당히 늦은 감이 있다. 지금껏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방관하고 있다가 '더 이상은 못하겠다'며 아우성을 치자 손을 내민 꼴 아닌가.


ⓒ MBC


'광고 완판'으로 방송사에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 주고, '자체 기부'로 방송사의 이미지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인지도와 화제성에서 독보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무한도전>은 가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할 만하다. 그런데, 그 거위가 MBC라는 못된 주인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고 불쾌하다. 동화 속에서처럼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둔한 짓을 하지 않은 건 다행스럽지만, 앞으로도 '황금'을 낳으라고 독촉하고 괴롭힐 게 뻔하기 때문이다. 


김태호 PD는 약 2달 간의 시간을 '휴식기'나 '방학'이라 부르는 걸 거부했다. 기존에 해왔던 회의와 녹화는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단지 비정상에 가까웠던 제작 환경을 '정상화'하는 것뿐이라 설명하면서 "무언가 대단한 것을 만들어 내려는 것이 아니라 <무한도전> 본연의 색깔을 찾아오겠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방송 시간에 쫓겨 완성도가 떨어지는 방송을 내보냈을 때의 자괴감은 창작자가 아니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아픔일 것이다. 7주 간의 '준비 기간'이 <무한도전>이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더 큰 기적들의 자양분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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