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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대로>와<한끼줍쇼>, 소소한 예능이 시청자를 사로잡다

너의길을가라 2017. 1. 6.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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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말하는대로> 

▲ 정체 : 노래가 아닌 '말'로 하는 버스킹(busking). 말하기, 듣기, 소통!

▲ 최고 시청률 = 최근 시청률 : 3.969%


2. <한끼줍쇼> 

▲ 정체 : '규동 형제(이경규 X 강호동)'의 저녁 한끼 얻어먹기 프로젝트. 밥, 소통, 감동!

▲ 최고 시청률 : 4.915%, 최근 시청률 : 3.588% 


JTBC의 수요일 밤을 책임지고 있는 두 신생 예능 프로그램 <말하는대로>, <한끼줍쇼>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1%대에 머물던 시청률은 어느새 3%를 넘어섰다.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자. 지난 4일 <말하는대로>는 이재명 성남 시장이 출연하면서 화제가 됐고, 그 결과 최고 시청률 3.969%을 기록하며 다시 3%대 시청률에 복귀했다. 한편, <한끼줍쇼>는 지난 주 4.915%를 찍으며 5% 돌파를 노렸던 기세가 다소 누그러졌지긴 했지만, 3.588%라는 준수한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게스트 투입으로 탄력을 받은 모양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시청자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시청률과 화제성은 높지만, 온갖 자극적인 요소들을 첨가해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는 예능이 범람하는 시대에 '착한 예능'의 선전이 주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 고작 '마이크' 하나면 충분한 <말하는대로>와 '숟가락' 하나면 그만인 <한끼줍쇼>의 공통점, 두 예능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꼽으라면 첫번째는 '소통'이고, 두번째는 '소소(小小)함'이다. 소소한 이야기와 소소한 밥 한 끼. 그런데 그 자그마한 소통이 주는 울림은 그 어떤 것보다 크고 묵직하게 느껴진다.



<말하는대로>는 가장 심플한 프로그램이다. '이야깃거리'가 있는 게스트를 섭외해 홍대의 한 카페 앞에 세운다. 그에겐 '마이크' 하나가 주어진다. 이제 사람들이 모여든다. 뭐지? 누구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거지? 호기심 가득 찬 '구경꾼'이 어느새 '청자'가 돼 '화자'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공감이 이뤄지고, 소통이 발생한다. 카메라는 그 장면들을 가만히 화면에 담을 뿐이다. 물론 유희열과 하하라는 MC가 있지만, 그 역할은 제한적이고 보조적이다. 참으로 소소하다.


누구나 화자가 될 수 있다. 또, 어떤 이야기를 해도 무방하다. 그렇다고 이야기 보따리를 들고 <말하는대로>를 찾는 게스트들이 대단히 거창한 내용을 들고 나오는 게 아니다. 그저 자신의 관심사를 혹은 자신의 경험담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를 원할 뿐이다. 가령, 첫 방송에 출연한 방송인 타일러 라쉬는 자연 보호 문제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했고, 지난 방송에 출연한 샘 오취리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한국 사회에서 차별을 받아야 했던 '아픔'을 이야기하며, 그 아픔을 보듬어주는 '우리'라는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코미디언 장도연은 자신의 배려가 오히려 상대방을 힘들게 했던 경험담을 꺼내놓으며, 인간관계 속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받았다. 6년 만에 대중 앞에 선 배우 신동욱은 자신이 앓고 있는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의 끔찍한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며, "인생의 거대한 장벽은 커다란 도약이고 시련은 얼음과 같아서 언젠가는 녹는다. 후회, 증오는 잠깐 접어둬라. 버겁더라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라. 나 역시 말하기도 버거워하면서 조금씩 나아갔으니까 여러분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는 희망과 감동을 선사했다.


한편, 두 차례나 출연한 유병재는 최순실의 국정 농단과 탄핵 정국을 풍자하는 '시국 버스킹'을 통해 듣는 이들의 가슴을 속시원하게 만들기도 했다.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이 깊다. 이렇게 불신이 극에 달할 때에는 버스킹 정치가 필요하다"던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은 "국민이 움직이니 국회가 움직이지 않았느냐"며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촛불 집회를 언급했다. 또, 유력한 대선 주자로 떠오른 이재명 성남 시장은 "변화의 핵심은 젊은이들"이라 강조하며 "젊은 세대들이 꿈을 가지고 사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번에는 <한끼줍쇼>의 소통과 소소함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말하는대로>와 달리 <한끼줍쇼>는 MC들의 역량이 좀더 두드러진다. 그리고 몸값도 훨씬 비싸다. 이경규와 강호동의 조합, 규동 형제의 23년 만의 만남은 시작부터 화제를 모았다.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은 '숟가락' 하나를 들고, 저녁 한 끼를 얻어먹을 수 있는 집을 물색한다. 그 과정에서 마을을 소개하는 소소한 시간들은 덤이다. 하지만 그들의 시도는 대부분 실패한다. 상대가 아무리 유명한 연예인일지라도 다짜고짜 벨을 누르고 "밥 좀 주세요"라며 들이닥치는 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논란이 뜨거웠다. '민폐'라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김선영은 "일반 시민의 삶을 예능을 위한 그림으로 쓰겠다는 안이한 태도"가 불편하다면서 "만약 저명한 사회인사나 유명 연예인들의 집이라면 제작진은 아무런 양해도 구하지 않고 그렇게 무작정 벨을 누를 수 있었을까"라며 날선 비판을 가했다. '도시의 저녁'을 조명하고자 했던 제작진의 의도는 이대로 묻혀버리는 걸까. 결국 <한끼줍쇼>를 살린 건, 초인종을 누르는 규동 형제에게 자신의 대문을 기꺼이 열고, 따끈한 저녁 한 끼를 제공한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씨였다. 



"싸우면서 끝까지 가는 게 바로 사랑"이라는 성수동의 젊은 부부(2회)는 "사업에 망해 힘든 시절이 있었다. 먹을 게 없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밥을 얻어먹고 다녔는데, 두 사람을 문 앞에서 보는 순간 그 시절이 떠올랐다"며 규동 형제를 반갑게 맞이했다. 손녀와 함께 살아가는 창신동의 할머니(3회)는 "나는 원래 밥 주는 게 제일 좋아"라며 신김치와 잡채, 간단한 밑반찬을 꺼내 손님을 맞이했고, 30년 전 남편을 갑자기 잃은 후 가정을 홀로 책임져야 했던 사연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청담동에선 반지하에 살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신두성 씨(8회)와 함께 '라면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이경규의 고향인 부산을 찾았던 9회 방송에선 우여곡절 끝에 '요리 초보'라는 주부로부터 '생애 첫 죽'을 대접받았다. 이처럼 규동 형제를 맞이하는 주민들이 엄청나게 대단한 음식들을 내놓는 게 아니다. 평소에 먹던 대로,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꺼내놓고, 때로는 라면을 끓여 내놓기도 한다. (11회) 이상하게도 그 꾸밈 없는 모습들, 소소한 모습들이 오히려 더 큰 감동을 준다. 



'이야기'를 가지고 '마이크' 앞에 선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 간의 소통을 다루는 <말하는대로>와 '숟가락'을 들고 밥 한 끼를 얻어먹고자 하는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넉넉한 인심의 소유자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자연스레 '이야기'를 꽃피우는 소통을 담은 <한끼줍쇼>는 매우 닮아있다. 소소한 이야기, 소소한 밥상을 공유하는 사람들 간의 '소통'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두 프로그램의 동반 승승장구가 우연은 결코 아닌 듯 싶다.


워낙 '소통'이라는 말이 강조되고, 함부로 쓰인 탓에 오히려 그 말이 너무도 가벼워진 오늘날이다. 말뿐인 소통, 형식뿐인 소통은 그저 '고통'에 불과하다. 어쩌면 '소통'이라 하는 건 대단한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저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것,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리고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소소한 눈빛을 교환하고, 소소한 식탁을 공유하는 것. 또, 소소히 사랑하는 것. 정답은 '소소함' 속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말하는대로>와 <한끼줍쇼>를 통해 '소통'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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