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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과 열정이 빚은 예측불허, <K팝스타6>의 혼돈이 반갑다

너의길을가라 2016. 12. 1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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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과 샤넌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1조의 다른 참가자(문형서, 백석녀, 김민서)도 합격했고, 연습생들로 구성된 2조(김소희, 고아라, 전민주, 김혜림, 마은진)도 전원 합격이라는 기쁨을 누렸다. '탈락자'가 없는 '서바이벌', 이 기묘한 상황이 연출된 가장 큰 이유는 '실력'이었다. 참가자들은 뛰어난 재능을 뽐내며 세 명의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입꼬리'가 올라간 건 TV를 지켜보고 있던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전원 합격이라는 결정에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용두사미(龍頭蛇尾)가 아니라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마지막 시즌'을 공언한 SBS <K팝스타 시즌6 더 라스트 찬스> (이하 <K팝스타6>)가 그 어느 시즌보다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시청률은 16.8%(닐슨코리아 기준)까지 치솟았고, 일요일 예능 1위의 자리를 꿰찼다. '라스트 찬스'라는 절박함이 오디션 참가자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더욱 끌어올렸고, 매순간 전력투구하는 그들을 바라보는 세 명의 심사위원의 태도도 사뭇 진지하다. '가능성'이 꽃피고, '재능'이 열매 맺는다. 이것이야말로 진정 '꿈'의 무대가 아닌가.



1조 : 이성은, 샤넌, 문형서, 백선녀, 김민서

2조(연습생조) : 김소희, 고아라, 전민주, 김혜림, 마은진

3조 : 김도연, 김윤희, 유지니, 지우진, 이가영, 김예지 


지난 4일부터 시작된 2라운드는 랭킹오디션으로 진행된다. 1라운드를 통과한 60명의 참가자들은 자신의 '특색'에 따라 조에 편성된다. 가령, 2조의 경우에는 '연습생'들로만 꾸려졌고, 3조는 '감성보컬 조'라는 부제가 붙었다. 2라운드에선 참가자들이 어떤 실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순위가 매겨진다. 또, 순위에 상관없이 전원 합격을 할 수도 있고, 전원 탈락을 할 수도 있다. 1조에 이어 2조까지 전원 합격하는 상황이 발생한 건 <K팝스타> 사상 처음있는 일인데, 이번 시즌 참가자들의 역량이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K팝스타6>는 연습생(기성 가수 포함)의 참가라는 '빗장'을 열어젖혔는데, 그 때문에 사실상 투 트랙(two track)으로 진행되고 있다. 오랜 기간 체계적으로 훈련받은 연습생들과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그대로의 참가자들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공평하지 않은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완성도'보다 '가능성'에 좀더 집중하는 것이 <K팝스타6>의 오랜 '방침' 같은 것이지만, 연습생들은 이미 한번의 '검증'을 통과한 실력자들이 아닌가. 그래서 <K팝스타6>는 아예 연습생들로만 구성된 조를 따로 편성하고, 그들끼리의 경쟁을 이끌어냈다.



압도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1위를 차지한 김소희는 수준 높은 보깅 댄스를 선보이며 심사위원들로부터 극찬을 이끌어냈다. 다소 부족했던 노래도 훨씬 나아졌다. 고음을 지를 때마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는 단점을 완벽하게 고쳐냈다. 박진영은 김소희가 "노래, 춤, 태도, 발전 속도까지" 모든 것을 갖췄다며 감탄하면서, "왜 JYP 오디션을 안 봤어요? 여러 군데 오디션을 보고 고르지"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회사와 우리 회사가 불과 5분 거리인데 들렀다가지"라며 농담을 섞은 유희열도 같은 마음이었다.


'걸그룹 보컬의 끝판왕'이라는 칭찬을 받은 고아라 역시 무한한 가능성의 주인공이었다. 월등한 춤 실력을 가진 다른 참가자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만의 '무기'를 찾던 그는 "노래할 때 걸어다닐 수 있는 사람이면 아마 무조건 합격을 받을 것"이라는 박진영의 조언을 놓치지 않고, 아리아나 그란데의 <Greedy>를 부르며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가미하는 데 성공했다. 자신만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살리고, 극대화한 영리한 선택의 결과는 당연히 합격이었다. 


과거 걸그룹 '디아크'로 데뷔까지 했던 전민주는 '몸이 무겁다'는 지적에 열흘 사이에 4.5kg을 감량하는 '진지함'을 보여줬다. 지난 번 무대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에 양현석은 "열흘 동안의 기적을 본 것 같다"고 평가했고, 유희열은 "지금까지 전 참가자들 중에서 가장 진지하다"면서 "얼마나 전력을 다해 도전하는지 느껴져서 저도 심사를 전력을 다해서 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며 감탄했다. 전력을 다한 진지함을 무대에 쏟아보은 참가자와 이를 알아본 심사위원의 이심전심은 시청자들에게도 온전히 연결됐다.



'감성 보컬'들이 즐비한 3조에서는 '중학생 소녀' 김윤희와 유지니의 경쟁이 돋보였다. SBS <판타스틱 듀오>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았던 김윤희는 이번 무대에서는 어쿠스틱 콜라보의 <고백해요>를 불렀다. 노래는 다소 서툴었지만, 오히려 그 부분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박진영은 "힘이 있고, 전혀 구태의연하지 않다"고 호평했고, 유희열은 "윤희 양의 목소리에 물기, 애절함이 묻어 있다. 발라드 부를 때 되게 좋은 것"이라며 높은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지난 주에 '이성은'이 최고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면, 이번에는 '유지니'가 있었다. 엔딩을 장식한 유지니는 샘 스미스의 <I'm not the only one>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불러 '감동'을 자아냈다. 13살 소녀의 노래라고는 믿기지 않는 울림이 가득했다. 박진영은 "프리즘이라고 치면 유지니를 거칠 때 빛이 이렇게 가고 저렇게 가고 난반사가 돼버린다"며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저 친구는 실수도 예술이 되나"라는 유희열의 말에 모든 시청자가 공감할 수밖에 없았다. 



지금까지 방송된 <K팝스타6>는 사실 기형적이다. '전원 합격'이라는 상황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선 심상치 않은 일이다. 물론 앞으로 경쟁이 더욱 심화되면서 탈락자는 불가피하게 나오겠지만, 이토록 쟁쟁한 실력을 가진 참가자들이 넘쳐난다는 건 정말 기가 막힌 일이다.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썰물 빠지듯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새로운 '재능'들이 나타난다. 더 놀라운 건 아직 13명의 무대밖에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직 47명의 참가자가 더 남아 있다.


또 한가지 덧붙이자면, '원석'들과 '연습생'을 따로 경쟁시키는 투 트랙을 언제까지 유지할지도 관심사다. 당장은 이런 '변칙'을 통해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기형적 구조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는 <K팝스타6>가 해소해야 할 숙제다. 어쩌면 <K팝스타6>는 기존의 연습생들을 중심으로 아이오아이 (I.O.I)의 론칭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김소희, 고아라, 정지호, 크리샤 추, 전민주 등으로 구성된 걸그룹이 만들어진다면, 거기에 양현석과 박진영의 기획력이 얽혀든다면 그 파괴력은 상상불가 수준 아닐까?


지금까지 <K팝스타6>는 지난 다섯 시즌 동안의 노하우를 집약시켜 최고의 성과를 끌어내고 있다.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라는 게 너무 안타까울 정도다. <슈퍼스타K 2016>이 김영근의 우승이라는 뻔한 결말로 귀결된 것에 반해 <K팝스타6>는 우승자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그야말로 혼돈이다. 당장 이성은, 김소희, 유지니 등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K팝스타>의 특성상 '성장'이라는 과정을 통해 얼마든지 반전이 가능하다. 앞으로 시즌이 진행되면서 또 어떤 참가자가 '스타'로 떠오를지, 지금의 기형적 투 트랙을 어떻게 해소(혹은 발전시킬지)할지 궁금증이 더욱 커진다. 시청자들은 '재능'과 '열정'이 만들어 낸 이 혼돈에 기꺼이 빠져들 의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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