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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빈수레 <안투라지>, 이 드라마 계속 봐야 할까?

너의길을가라 2016. 11. 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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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색하고, 이건 좀 심각하다. 이야기는 중심 없이 흐느적대고, 전개는 엉성하기만 하다. 배경음악은 왜 이리 산만하고 시끄러운지. 목욕탕 신으로 시작해서 성적인 농담과 거침없는 욕들, 그렇게 자극적인 장면으로 가득 채워진 첫 회를 보고 '겉멋이 잔뜩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인 동명의 미국 드라마가 '할리우드'를 이면(裏面)을 파헤쳤던 것처럼 연예계의 뒷이야기를 드러내겠다는 야심찬 의지를 드러냈지만, 새로운 내용도 없었고 딱히 흥미롭지도 않았다



시청자에게도 스스로를 설득할 이유가 필요하다. 금쪽 같은 '나의' 1시간을 이 드라마를 보는 데 '투자'해야 하는 동기(動機) 말이다. 그게 없으면 자연스럽게 채널은 돌아가기 마련이다. '시간이 아까우니까!' 첫회 시청률 2.264%, 조진웅, 서강준, 박정민, 이동휘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안투라지>의 성적표는 기대치를 훨씬 밑돌았다. 지난 10월 9월 열렸던 <tvN10 어워즈>에서 <안투라지> 출연자들을 무대에 세워 드라마 홍보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는 등 자신감을 표출했던 tvN의 표정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부산스럽기만 했던 첫회였지만 평가를 잠시 유보했던 까닭은 그것이 오로지 '첫회'였기 때문이었다.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첫회와 달리 2회는 사뭇 다를 거라는 일말의 기대감 때문이었다. 물론 첫회부터 눈길을 끄는 재미있는 드라마가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경우는 허다하지만, 첫회부터 '혹평'을 받은 드라마가 후반부로 가면서 그 평가를 뒤집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아니나 다를까. 2회 시청률은 1.162%로 반토막이 났다. <안투라지>의 실패, 그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던 결과였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안투라지>에는 무려 67명의 카메오(cameo)가 등장한다. 현재까지 영화 <아가씨>의 박찬욱 감독과 하정우, 김태리를 시작으로 이태임, 걸그룹 마마무, 아이오아이(I.O.I) 임나영과 김청하, 장소연, 봉만대 감독, 클라라 등이 방송에 얼굴을 비쳤다. 앞으로 '대기'하고 있는 '특급 카메오'는 더욱 대단하다. 강하늘, 김성균, 박한별, 소이현, 송지효, 오달수, 이성민, 진구 등 이름만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스타들이 즐비하다. 연예계를 배경으로 하는 <안투라지>로서는 리얼함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많은 카메오를 모으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카메오'는 양날의 검과도 같다.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하는 카메오는 드라마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리지만, 자칫 잘못 쓰면 드라마의 흐름을 깨거나 정극의 무게를 떨어뜨리게 된다. 카메오란 맛이 강렬한 조미료와도 같은 존재인 셈이다. <안투라지>의 경우에는 시청자들이 이야기의 줄기를 발견하기도 전에, 주인공의 캐릭터가 잡히기도 전에 카메오를 투입해 '시선 끌기'에만 집착한 듯한 모양새였다. 주재료가 제대로 익기도 전에 '물량 공세' 하듯 카메오를 쏟아부은 탓에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인상을 주게 됐다. 



화려한 배우들의 매력 없는 캐릭터?


<안투라지>의 초반 전략은 스토리보다는 캐릭터를 통해 승부를 보려는 것이었다. 전략 자체에 잘잘못이 있다기보다는 그 전략을 추진하기에 출연 배우들의 캐릭터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드라마가 힘을 받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4명의 친구들, 차영빈(서강준), 이호진(박정민), 거북(이동휘), 차준(이광수)의 '브로맨스(brother와 romance를 조합한 신조어)'가 살아나야 했지만, 그 관계가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만큼 흡인력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tvN <치즈 인 더 트랩>에서 핫한 배우로 떠오른 서강준, 영화 <동주>에서 '송몽규' 역을 맡아 깊은 내면 연기를 보여줬던 박정민, tvN <응답하라 1988>에서 최고의 신스틸러로 자리매김한 이동휘, 영화 <좋은 친구들>,과 <돌연변이>에서 연달아 안정된 연기력을 보여줬던 이광수. 면면만 놓고 보면 주연배우 라인업은 화려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각자의 캐릭터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자, 전체의 조합이 탄력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인기 스타인 차영빈이 중심이 돼야 하지만, 서강준은 빛나는 외모에 비해 설익은 연기력으로 구심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박정민은 <동주>에서의 묵직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맡아 어색하기만 하고, 이동휘와 이광수는 기존의 이미지를 자기복제하는 식의 느슨한 연기를 보여주는 데 그치고 있다. 이쯤되니 조진웅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tvN <시그널>을 통해 최고의 배우로 올라선 그는 영빈을 키워낸 매니지먼트 회사 대표 김은갑 역을 맡아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게 연기를 하지만, 맞물리지 않은 바퀴처럼 겉돈다는 느낌이다.


가장 큰 문제는 좋은 배우를 활용하지 못하는 대본에 있을 것이다. 또,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는 미숙한 연출도 큰 책임이 있다. 과연 <안투라지>는 초반의 혹평을 딛고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안투라지> 제작진은 "1, 2화를 통해 김은갑, 차영빈, 차준, 이호진, 거북 캐릭터가 가진 개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3화부터는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되며 새로운 재미를 전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한다"고 설명했지만, 딱히 큰 기대는 생기지 않는다. 시청자를 설득하지 못한 <안투라지>, 계속 봐야 할까? 


게다가 아무리 자극적인 소재로 '연예계'를 적나라하게 까발린다고 하지만, 대통령과 청와대뿐만 아니라 문화계와 연예계마저 제 마음대로 주물렀던 최순실 씨의 존재 앞에 '재롱잔치'처럼 여겨질 뿐이다. 아, 하찮고도 하찮도다. 설령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된다 하더라도, <안투라지>의 자극은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시청자들의 역치(閾値)에 다다르긴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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