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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으로 가득했던 <달의 연인>에 대한 총평은 '아쉬움'

너의길을가라 2016. 11. 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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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이하 <달의 연인>)에 대한 총평(總評)을 한 단어로 표현하라면 '아쉬움'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중국 HunanTV <보보경심>을 리메이크 하면서 150억이라는 과감한 투자를 쏟아부었고, 영화 <왕의 남자>, SBS <일지매>, MBC <아랑싸또전>, KBS2 <조선총잡이>, MBC <밤을 걷는 선비>를 거치면서 '사극 지존'이라는 '칭호'를 얻게 된 이준기를 캐스팅하며 엄청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던 것에 비해 '결과'는 비교적 초라했다. 



출발부터 삐걱댔다. 경쟁작인 KBS2 <구르미 그린 달빛>가 박보검과 김유정의 케미를 앞세워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으며 시청률 20%를 넘나들었던 것에 비해, <달의 연인>은 가수와 연기자를 겸업하고 있는 이지은(아이유)이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며 날개가 꺾인 탓에 '이준기'라는 한쪽 날개로만 오랜 기간 비행을 해야만 했다. 이지은이 연기 경력이 많지 않은 데다 사극 출연이 처음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됐고, 어떤 상황에서든 '눈만 동그랗게 뜨는' 그의 연기에 시청자들은 혼란을 겪어야 했다.


21세기의 고하진이 고려시대의 해수의 몸에 들어간다는 설정은 이지은에게 엄숙한 사극 톤의 연기를 바라지 않도록 하면서 짐을 덜어줬지만(김규태 감독도 수차례 강조했던 부분이다), 그가 구사하는 현대극 어투는 도리어 어색하기만 했다. 아이돌 그룹 EXO의 백현이 연기했던 10황자 왕은도 같은 지적을 받았던 것을 고려하면, 문제는 결국 '표현력'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천 년의 세월을 거스른 인물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밝고 쾌활하기만 했던 해수의 모습은 '까분다'는 인상만 주기에 충분했다.


해수는 '꽃황자'라는 말이 붙여질 만큼 훤칠했던 고려 황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말도 안 되는) 캐릭터였던 만큼 시청자들을 설득하고 몰입시키 위해선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의 '사랑스러운' 인물로 그려져야만 했다. 그래야만 앞으로 벌어질 '(해수를 갖기 위해 촉발된) 황위 쟁탈전'에 설득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마 초반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맡은 해수라는 캐릭터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삐끗하자, <달의 연인>은 애매한 드라마가 돼 버렸다.



그 와중에 8황자 왕욱 역을 맡은 강하늘과 4황자 왕소 역의 이준기는 매 장면에서 깊은 눈빛과 섬세한 연기를 선보이며 드라마의 버팀목이 됐고, 슬프고도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했던 해씨 부인(박시은)과 오 상궁(우희진)의 짙은 감정 연기는 정극의 무게중심을 잡았다. 다행스럽게도 이 과정을 거치면서 '천방지축'이기만 하던 해수가 좀더 진중한 캐릭터로 발돋움했고, '감정신' 위주로 흘러가자 이지은의 연기도 한층 성장하며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초반의 지탄(指彈)을 만회했던 <달의 연인>이었지만,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다시 아쉬움이 고개를 들었다. '소해 커플'을 응원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커졌음에도 '피의 군주'로 변해가는 광종 왕소의 옆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채 급기야 '외면'하는 해수의 모습은 의아함을 자아냈다. 험란한 상황들을 극복하며 겨우 맺어진 사랑이었지만, 해수는 자신의 정인(情人)인 왕소를 지나치게 빨리 그리고 쉽게 떠나버렸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 대해 경이로울 정도의 이해심을 발휘했던 해수였기에 그와 같은 극단적 선택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연인의 '과거(8황자 왕욱과의 관계)'에 대해 병적인 반응을 보이는 왕소의 모습도 작위적으로 보였다. 또, 해수와 혼인한 14황자 왕정을 질투하는 모습도 그동안 구축해왔던 왕소의 캐릭터와는 동떨어져 보였다. 한마디 더 보태자면, 여자 주인공을 '민폐 캐릭터'로 만들어 버리는 흐름은 <구르미>도 마찬가지였기에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가장 큰 아쉬움은 '엔딩'이었다. 뒤늦게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해수는 출산을 고집하다 몸이 쇠약해져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타임슬립'을 통해 현대의 고하진으로 돌아온 해수는 1년 동안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꾼다. 너무도 생생한 꿈이지만, 물에 빠진 뒤 1년 동안 정신을 잃고 있었던 탓이라 여긴다. 해수는 자신이 근무하는 화장품 회사가 지원하는 '고려시대 화장 문화'라는 행사장에서 불현듯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고려시대 풍속화첩'에서 왕소를 발견하면서 모든 기억을 되찾는다.


이어서 "혼자 둬서 미안해"라며 오열하는 고하진의 모습과 "너와 나의 세계가 같지 않다면 내가 널 찾아가겠어"라며 다짐하는 왕소의 모습이 교차했다. 특히 해수의 존재에 대한 왕소의 '각성'은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이는 19회에서 "이번 생은 끝났다"고 말했던 왕욱의 대사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원작인 <보보경심>의 시즌2인 <보보경정>이 방송되기도 했다. <보보경정>은 4황자가 현대로 넘어오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어설픈 해피 엔딩보다는 완성도 높은 새드 엔딩이 선호하는 편이기도 하고, 원작과 똑같은 장면으로 끝맺음을 할 필요도 없지만, 두 주인공이 어떤 식으로든 현대에서 '재회'하는 모습을 기대했던 시청자들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원작에서 21세기로 돌아온 약희(류시시)가 청나라와 관련된 전시회를 둘러보다가 옹정제(오기륭)을 마주치게 되고,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쏟는 장면이 주는 애절함이 워낙 강렬했던 탓일까. 


<달의 연인>의 엔딩은 마치 '팥 빠진 진빵'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원작과 똑같은 엔딩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리메이크'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 아닌가. 게다가 사실상 '같은' 결말로 진행된 터라 굳이 왕소를 과거에 묶어둬야만 했는지 의문스럽다. 굳이 두 사람 간의 대화 장면을 넣지 않더라도, 스쳐가는 왕소의 모습으로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더욱 진하게 남는 까닭은 <달의 연인>이 PPL에 집중하느라 엔딩의 감정선을 스스로 갉아먹었다는 사실이다. 



"저희 제품에 장미 기름이 많이 들어가서 그렇습니다. 특히 이 세럼에요. 어성초 추출물에 불가리아 로즈 오일을 섞어서 만든 건데요.", "고려시대에도 BB크림 비슷한 게 있었던 거 아세요? 요즘 남성 분들도 자주 쓰시는데.."라며 설명하는 고하진의 목소리에 각각의 화장품이 클로즈업 되는 장면이라니..! 이 장면은 애절한 분위기로 고조시켜야 할 할 엔딩을 '헛웃음'으로 가득하게 만들었다. PPL의 불가피성을 이해하지만, 이런 식의 노골적이고 고민없는 PPL 사용법은 화딱지를 나게 만든다.


<달의 연인>은 '사전 제작'으로 진행됐던 만큼 높은 완성도를 기대하게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아쉬움'이 가득했던 작품이었다. 여기에는 원작의 방대한 분량을 '가지치기' 없이 죄다 가져다 쓰는 '욕심'도 한몫했다. 좀더 힘있는 전개를 통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초반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이겨내고, 한결같이 열연을 펼친 주조연 배우들과 매 장면마다 최상의 영상미를 선물한 제작진의 노고만큼은 칭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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