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여행기

역사와 자연이 있는 사찰, 예산 수덕사를 다녀오다

너의길을가라 2016. 10. 13.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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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는 무관하게 '절[寺]'이라는 공간을 좋아하는 까닭은 그곳에 '역사(歷史)'가 있기 때문이다. 수백 년 전부터 이 공간이 존재했다는 생각을 하면 괜시리 마음이 풍성해진다. 아, 까마득한 어느 시절에도 이 곳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그들은 무언가를 위해 진력(盡力)을 다해 '기도'를 드렸겠구나. 그들은 무엇을 빌었을까. 지금의 우리들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게다.  


(역사가 있는) 절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까닭은 '자연'이 있기 때문이다. 유려한 자태를 뽐내는 산세, 그 어딘가 고즈넉히 자리잡은 절, 무수히 많은 발자국이 찍혀 있을 길, 주위를 빼곡히 메운 고목(古木), 오래된 건축물에서 흘러나오는 냄새. 설렘으로 들뜬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아우려져 형성된 '공기'는 참 달콤하다. 계속해서 들이켜도 지침이 없다.



- 수덕사로 가는 길, 음식점과 각종 식료품을 파는 상가들이 즐비하다 


충청남도 예산, 덕숭산(德崇山) 남쪽에 자리잡은 '수덕사(修德寺)'는 그런 까닭들을 갖춘 것이라 할 만하다. 창건(創建)과 관련된 명확한 기록은 없지만, 백제 위덕왕(威德王, 525년 ~ 598년) 재위시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백 년이 아니라 무려 1400년의 역사를 지닌 셈이다. 게다가 덕숭산은 호서(湖西)의 금강산(金剛山)이라고도 불리는 산이 아닌가.



선문의 오른쪽으로 매표소가 있다. '문화재구역'에 대한 입장료인데, 개인은 '3,000원(자료를 찾다보니 2014년에는 2000원이었던 입장료가 무려 50%나 올랐다)'이다. 사찰들이 거두는 문화재 관람료(국보 · 보물 · 중요민속자료 · 사적 · 명승 · 천연기념물 등 문화재가 있으면 징수 가능)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뜨거운 감자다. 사찰을 들리지 않고, 등산만 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거부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또, 그 금액이 적정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 수덕사 일주문(一柱門), 절로 들어서는 산문(山門) 중 첫번째의 문을 뜻한다 - 



- 사천왕(四天王) -


금강문(金剛門)을 통과하면 사천왕문(四天王門)이 나온다. 불법을 수호하는 네 명의 수호신(동방의 지국천왕, 남방의 증장천왕, 서방의 광목천왕, 북방의 다문천왕)인데, 수덕사의 사천왕은 정교하면서도 화려한 풍모를 자랑한다. 




사천왕문까지 지났다면 사찰로 진입하는 문(門)을 다 통과한 것이다. 이제 '프롤로그'가 끝난 셈이다. 본격적으로 수덕사 경내(境內)로 들어가보자.



- 황하정루(黃河精樓) -


1992년 준공을 시작해 1994년 이전 개축된 황하정루는 대웅전을 보호하고 사세(寺勢)를 안정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전위누각(前衛樓閣)이다. 황(黃)은 부처님의 정신, 하(河)는 큰강이 흐르는 것처럼 정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황하정루를 통과하면 눈앞에 절 내부의 모습이 드러난다. 눈앞의 새로 지은 삼층석탑 뒤로 보이는 건물이 '대웅전'이다. 



오른쪽에는 법고각(法鼓閣)



왼쪽에는 범종각(梵鐘閣)




- 대웅전과 삼층석탑 - 


국보 제49호 수덕사 대웅전(大雄殿)은 고려 충렬왕 34년(1308년)에 지어졌다. 한국사 교과서에서도 등장하는 유래가 깊은 불전으로, 고려 후기 주심포(柱心包) 양식 목조 건축물이다. 주심포 양식이란 '공포(栱包)가 기둥머리 바로 위에 받쳐진 형식'을 말하는데, 웅장하고 화려한 느낌을 주는 다포(多包) 양식과는 달리 수수한 느낌을 준다. 보기에도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는가? 


대웅전 앞의 삼층석탑은 신라 문무왕 5년에 건립됐다는 설이 있으나, 통일신라시대 양식을 한 고려 초기의 석탑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유형문화재 103호에 등록돼 있다. 보이는 것처럼 일부가 파손되어 있는 등 보존 상태가 나빴다. 



- 명부전(冥府殿) - 



- 관음전(觀音殿) - 


대웅전 오른편에는 명부전, 왼편에는 관음전이 있다. 명부전에는 지장보살이 모셔져 있는데, 그는 불교의 구원의 이상을 상징하는 자비로운 보살이다. 절에 사십구재(四十九齋)를 의뢰하면 여기에서 기도를 드리게 된다.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유명한 절일수록, 당연히 더 비싸다. 



- 관음전 앞에 세워져 있는 관음보살 석상 -



'힐링의 공간' 수덕사를 둘러보면서 눈살이 찌푸려지는 순간이 몇 번 있었다. 그건 지나치게 '돈'과 결부돼 있다는 인상 때문이었다. 사십구재 의뢰비가 천 만원을 호가(呼價)하는 것도 이해가 잘 안 됐고, '수능특별기도'의 비용이 저리 책정된 것도 의아했다. 기도'에 '돈'이 드는 까닭은 곧 '인건비'일 텐데, 그래도 너무 비싼 것 아닌가? 아니, 종교에서의 기도에 꼭 '돈'이 결부돼야 한단 말인가?


물론 절은 아무 죄가 없다. '종교'는 '신'을 향한 것이지만, '사람'에 의해 운용되다보니 '폐단'과 '타락'은 생기게 마련이다. 그건 모든 '종교'가 걷는 필연적인 과정이다. 이젠 놀랍지도 않은 개신교 목사들의 뻘짓을 떠올려보라.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그 폐단을 수정하고, 타락을 정화하는 자정의 노력 아니겠는가. 



- 수덕사에서 내려다 본 풍경 -



수덕사를 다 둘러보았다면 일주문 밖에 있는 '수덕사 미술관'도 한번 둘러봄직 하다.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고암 이응노(1904-1989)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그는 박정희 정권인 1967년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조작한 동백림 간첩단 사건 당시 국내로 납치돼 감옥 생활을 했던 시대적 아픔을 지닌 인물이기도 하다. 자, 미술품 감상이 끝났다면, 이제 식당으로 이동해 맛있는 '비빕밥(혹은 정식)'을 먹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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