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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것 없는<삼시세끼-고창편>이 주는 일상의 위안

너의길을가라 2016. 8. 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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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가 하는 프로그램은 다 비슷해요. '1박2일'은 시골로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이고, 여행만 따로 떼서 만든게 '꽃 시리즈', 시골만 떼서 만든게 '삼시세끼'에요. 제가 하는 일이 굉장히 새롭거나 트렌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좋아하는 것들을 이렇게 저렇게 변주하는 정도에요. 다만 방법론이 다르죠. 여러 시골을 볼 것이냐, 하나를 정해서 찬찬히 들여다볼 것이냐 하는 방법이었어요." (나영석 PD)



tvN <삼시세끼>의 역사는 2014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영석 PD는 이서진을 강원도 정선의 옥순봉에 던져 놓고, 간단명료한 한마디를 남긴다. "하루에 세 끼, 밥을 챙겨 먹어라" 과연 그게 예능이 될까? 예능의 생리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이서진은 "망했어"라는 탄식을 연발한다. 그의 말처럼 정말 망할 것만 같았던 이 소박한 예능은 기대 이상의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대세'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이제는 금요일 밤을 책임지는 확실한 카드가 됐다. 


이후 <삼시세끼>는 이서진과 옥택연이 호흡을 맞춘 '농촌편(강원도 정선)'과 차승원과 유해진이 '안팎'의 조화를 이루는 '어촌편(전라남도 신안군 만재도)'으로 분화돼 하나의 체계를 이뤘다. 농촌편과 그 스핀오프 격이었던 어촌편은 각각 2편씩 방영 됐고, 시청률의 고공행진과 함께 뜨거운 호평이 이어졌다. 이서진이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를 외치며 공중파로 이동했고, 어촌편은 장소를 옮겨 농촌으로 왔다. <삼시세끼-고창편>의 탄생이다.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 셈이다.



유해진의 극적입 합류로 '완전체'가 된 <삼시세끼-고창편>은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이라는 기존의 탄탄한 케미를 자랑한다. 거기에 새로운 멤버인 남주혁이 추가되면서 '브로맨스(Bromance, 형제(brother)와 로맨스(romance)가 결합된 조어)'를 넘어 '패밀리'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최근에는 차승원, 손호준의 요리부와 유해진, 남주혁의 시설부로 나뉘어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아빠, 엄마, 첫째, 막내'의 구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역변의 '오리 떼'가 <삼시세끼>의 든든한 구성원이었던 '동물'의 빈자리를 채운다. 


<삼시세끼-고창편>은 화제성 면에서 여타의 시리즈보다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남자들이 시골에서 밥을 지어먹는 자급자족의 일상'이라는 기본적인 포맷이 큰 변화없이 계속 이어지다보니 더 이상 신선함은 없었다. 이제는 '힘'이 빠졌을 거라 여겼지만, <삼시세끼-고창편>은 여전히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면서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난 7월 29일 방송됐던 5회는 11.05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나영석 PD는 "13%가 넘으면 (차)승원이 형에게 쌍둥이 칼을 사주기로 했다"며 시청률 목표를 공개하기도 했는데, 조만간 이 '계획'이 이뤄질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삼시세끼>는 오히려 '익숙함'을 무기로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모양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실제로 <삼시세끼-고창편>은 평범한 예능이다. 좀더 심하게 말하자면, 별것 없는 예능이다. 필수적 요소처럼 여겨지는 그 흔한 게임도 없고,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걸그룹도 보이지 않는다. 출연자 간의 갈등 요소도 없고, 소위 '악마의 편집'이라 불리는 자극적인 편집도 없다. 


한때 나영석 PD는 '이야기에 적극 개입하는' 편집을 통해 시청자들을 들었다 놨다 하기도 했지만, 이제 그런 '잔재주'를 부리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 오히려 카메라는 담담한 시선을 유지하고, 이야기는 담백하기만 하다. '물 흐르듯 흘러간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것 같다. 등장부터 퇴장까지, 해가 뜨는 아침부터 해가 지는 밤까지 말이다. <삼시세끼>는 그저 '일상'에 대한 이야기다. 이제 그 평범함은 오히려 특별함이 되어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일상'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놓쳐버린 시간이다. '일'에 치여 '일상'을 돌아보지 못한 우리는 탈진 상태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한적한 시골에서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 갈등 없고 오해 없는 그 삶에서 위안을 얻는 것이리라. 그것이 <삼시세끼-고창편>에 시처자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독'은 강렬한 것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이 편안함, 이 느긋함, 이 푸근함에 시청자들은 중독돼 버렸다. <삼시세끼>의 힘은 거기에 있다. 금요일이 다가 온다. 위안이 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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