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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의 춤바람난 엄마를 향한 비공감이 불편한 이유

너의길을가라 2016. 6. 28.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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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이모의 삶에 복수는 없다. 평생 시부모, 남편, 자식 챙기다 이제 비로소 흑맥주 한 병으로 자신을 챙기는 게 어떻게 복수가 되겠는가. 복수는 말이 안 된다." - <디어 마이 프렌즈> 11회 중에서 -


"제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한 달 만에 신랑 만나서 얼떨결에 결혼도 하게 됐고, 너무 준비 없이 결혼하고 하다 보니까 정신 없이 애들 키우고 살림하고 직장 갔다 오고, 제가 세무사 사무실 일을 해요. 제가 저도 버는 데, 그렇게 벌어서 다 가족들 위해 써야 하는 거고, 그렇게 16년 살다가 그러고 나서 돌아보니까 예전의 내 모습은 없고, 뚱뚱하고 웬 아줌마, 인상 뻑뻑 쓰고 있는 아줌마가 앉아 있는데, 내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살았을까. 난 어디 갔어? 그게 좀, 나중에 좀,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동상이몽> 6월 26일 방송분 -


평생토록 시부모와 남편, 자식들을 뒤치닥거리를 하며 살아온 정아 이모는 훨훨 나는 새처럼 '자유'를 선택한다. 집을 나와 자신만의 거처를 마련한 자신을 두고 남들은 '통쾌하게 복수를 했다'고 말하지만, 정작 정아 이모는 완에게 전화를 걸어 "나 집 나온 거 진짜 복수 아닌데. 그냥 그저, 나 좋아하는 맥주 한 병, 그냥 마음 편하게 먹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우리는 정아 이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를 가슴 깊이 이해하며 '눈물'까지 흘리면서도, 어째서 지난 6월 27일 <동상이몽>에 출연한 '춤바람난 엄마(이하 엄마)'에 대해선 삐딱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하고, 아무런 준비 없이 육아에 살림, 그리고 직장까지 다니느라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채 16년을 살아온 그가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서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겠다는 데 말이다.


"보통 엄마가 저리하긴 힘들다. 아저씨 운전대 잡고 일하려면 고생이 많더만. 자기만족도 좋지만 적하는 하는 것도 좋을 듯." 


"본인이 희생했다고 생각하는 세월에 대한 보상을 조금 왜곡되게 바라보고 있는 듯. 차태현 말처럼 밖에서 취미생활하는 좋은 에너지를 가족들도 함께 느끼면서 다같이 좋은 영향을 미치면 좋은데 아줌마 혼자만 좋고 만족하는 건 이기적인거라는거"


"자신의 삶만 있는건 아니지요. 남편은 삶이 없나요? 결혼에 책임이 따르는것. 나는 여자지만 여자만 자기 인생 희생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건 아니나고 봅니다. 결혼은 누구든 희생과 책임이 따르겠죠. 남자도 똑같은 사람 이구요"


"춤도 그닥... 잘추는 것도 아니더만 대충 취미로만 하는 게 매일은 너무 했네 남편을 잘 만난 거 감사해라 가정주부면 주부답게 해야지 자식들 보기 창피하지 않냐 이건 너무 자기만 생각!! 이기주의자 이혼감이야"


(http://media.daum.net/entertain/enter/newsview?newsid=20160628002758570&RIGHT_ENTER=R2)


'동상이몽' 춤바람 난 母, 엄마 삶과 가정 사이 딜레마라는 기사에 달린 베스트(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들의 내용은 위와 같다. 대체로 '엄마'에 부정적이다. 노골적인 '비아냥'이 담긴 댓글도 있다. 특히 '자기 만족', '이기적'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자신을 '여자'라고 밝힌 분의 댓글은 '객관적(?)'이게도 오히려 '남편'을 옹호한다. "여자만 자기 인생 희생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건 아니"라고 혼낸다. 



정아 이모에게 보내는 전적인 공감과 달리 '춤바람난 엄마'에 보내는 비공감은 무엇에 기인한 것일까. 정아 이모의 세월은 반 백년이고, '춤바람난 엄마'의 세월은 16년이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엄마의 희생이 쌓이고 쌓여 반 백년이 되면 그제서야 사람들은 그 '힘듦'에 공감해줄까? 그런데 그때의 뒤늦은 공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이 글은 엄마의 '선택'을 기본적으로 찬성하고 지지한다.


엄마에게 쏟아지는 비공감의 기저(基底)에는 '춤'이라고 하는 취미생활에 대한 오래된 편견과 부정적 시각도 포함돼 있을 거라 짐작한다. 그래서 '춤바람난 엄마'라는 네이밍은 불편하다. <동상이몽>은 다큐가 아니라 예능이다보니 '가볍게' 다뤄진 측면이 있을 테고, 이를 감안해야겠지만, '춤바람난 엄마'라는 타이틀이 불필요하게 엄마를 매도(罵倒)하는 건 사실이다.



엄마가 하루에 2시간 씩 '아이돌 댄스'를 배우고, 자신에게 시간을 투자하고 할애(割愛)하는 동안 가사(家事)는 남편의 몫이 됐다. 저녁식사에서부터 청소와 빨래까지 전담하게 된 남편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한 엄마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가사는 분담하기로 했다. 나도 직장 다니고 있다. 시간 많고 잘하는 사람이 하면 되는 것 아니냐. 집안일은 엄마가 해야 한다, 그런 건 좀 아닌 것 같다"


'가사'에는 '분담'이라는 말이 적절하다. 가정을 꾸리기로 '계약(이라는 말이 불편하다는 '약속'이라고 하자)'한 남자와 여자는, 남편과 아내가 되어 그 가정의 일을 나눠 맡는다. 헌데 '도와준다'는 말은 그 일의 주체를 특정인에게 귀속시킨다는 점에서, 자신은 보조적인 역할로 빠진다는 점에서 마뜩지 않다. 그래서 우리의 실상을 정확히 말하자면, 여자는 아내가 되어 가정일을 도맡아 한다. '좋은' 남편은 몇 가지 가사를 '시간 날 때' '생색내며' '돕는다.'




남자가 어디 가서 집안일에 대해 말할 때 "많이 도와주죠"라고 말하는 건 스스로를 돋보이게 하는 '자랑'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깎아 먹는 일이고(부끄럽게도 자기반성이다), 그렇게 말하는 여자가 있다면 안타깝게도 뿌리깊은 '가부장제'에 포섭된 채 살아온 탓에 그런 생각들이 내재화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DNA에 인이 박힌 이 사고방식들은 많이 희석돼 왔지만, 여전히 우리 안에 잔존해 '유전(遺傳)'되고 있다. 


그렇다고 건실하고 상냥한 아빠와 괴팍한 석균 아저씨를 동일하게 여기는 건 결코 아니다(내내 마음에 걸렸다). 방송에서 보여진 아빠의 모습은 분명 '좋은' 아빠의 그것이었다. 그만한 남편이 흔치 않다는 점에서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 전개에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점은 지금 남편에게 주어진 그 많은 일들을 엄마는 무려 16년 동안 묵묵히 해왔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16년 만에 잃어버린 자신을 자각하고, 스스로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겠다는 엄마를 좀더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분출'은 '억압'의 결과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엄마의 행동들을 '비난'하는 섣부른 잘못을 저지르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녀가 더 많은 세월을 '자신을 잊은 채' 지내지 않고, '행복'을 찾은 것을 축하하고 싶다. 


왜 우리는 '아내'에게, 아니 '엄마'에게 계속해서 더 큰 희생을 강요하는가. 그리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가. 물론 고생은 '남편'도 하고, '아빠'도 하겠지만, 그동안 '가부장제' 속에서 지나치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씩 뒤집어 원점에서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 그러고보면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아름다웠던' 구호도 결국 '남성' '직장인' 중심의 언어는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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