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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김민희 스캔들, 언론의 무책임함과 훈장질이 도를 넘었다

너의길을가라 2016. 6. 2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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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름(본명인지 필명인지 모르겠지만)을 걸고 연예 기사를 쓰는 한 기자가 이렇게 한탄한다. "흉흉한 연예가, 보기도 쓰기도 힘들다 진짜" 무릎 꿇고 석고대죄(席藁待罪)를 해도 시원찮은 판에 속 편하게 푸념이나 늘어놓는 기자의 행태에 화가 살짝 치민다. 그래서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만진다. 묻고 싶다. 아니, 물어야 한다. "당신은 이 미친 놀음에 일조하지 않았던가?"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이라고 해도, 엄연히 '인간'이자 '자연인'이기에 '사생활'은 존중되어야 한다. 선(線)'이라는 게 있다. 넘지 말아야 할 선 말이다. 안타깝게도 '연예부 기자'들에겐 그런 개념이 없는 듯 하다. 무슨 일이 벌어졌다 하면 '하이에나(에겐 미안하다)'처럼 달려들어 미친듯이 물어뜯는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격살인은 불가피한 것인양 치부한다.


사과도 없고, 반성도 없다. 설령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팩트는 중요하지 않다. 팩트처럼 보이는 게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 뉴스로 소비되면 그뿐이다. 기자란 이름의 무당들이 굿판에서 춤을 추고, 대중들은 그 요사스러운 몸짓에 현혹된 채 넋을 잃는다. 연달아 터진 '박유천 사건'과 '홍상수 - 김민희 스캔들'은 그 천박한 쇼의 극단을 보여주는 듯 하다.



분명 '박유천 사건'과 '홍상수 - 김민희 스캔들'은 결이 다르다. '네이밍'에서 차이를 뒀지만, 박유천 경우는 현재 성폭행 혐의로 4명의 여성에게 고소를 당한 상황으로 '범죄의 혐의점'이 있다. 박유천과 자신이 일하는 유흥업소의 화장실에서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한 첫 번째 고소인은 '강제성이 있었다'는 사실을 번복하고 고소를 취하했다. 그에 따라 번복을 하지 않은 부분, 즉 '성관계를 했다'는 부분은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그것만으로도 박유천의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 외에도 다른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가 있고, 결국 박유선 사건은 '진실 공방'으로 옮겨가고 있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진의를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언론의 보도는 매우, 매우, 매우 신중해야 한다. '범죄의 혐의점'이 있었다는 점에서 언론 보도가 불가피했다고 하더라도 '사실' 이외의 '가십'을 쏟아내는 짓은 자중했어야 했다. '박유천'이라는 이름을 담은 온갖 '가십'이 판을 쳤고, 이에 따라 당사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2차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반면, 홍상수-김민희 스캔들'은 성인 남녀의 '자발적인' 관계라는 점에서 '강제성이 수반된' 박유천 사건과는 맥락 자체가 다르다. 간통죄가 폐지된 마당에 범죄의 혐의점이 없기 때문에 애초부터 그들의 이야기는 '사생활'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서 언론의 보도를, 기자들의 막돼먹은 짓거리를 이해해줄 만한 그 어떤 정당화 사유도 없단 말이다. 게다가 언론의 보도는 (취재가 가능한) 일방의 주장만 일관되게 담고 있지 않은가?


급기야 여성 전문 매거진 <우먼센스>는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의 부적절한 관계를 뒷받침할 증거랍시고 홍 감독의 부인과 김민희의 어머니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의 일부를 게재하기도 했다. 캡처된 대화 내용이 인터넷 기사를 통해 게시되면서 "바람난 남편의 아내가 더 아플까요,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딸의 엄마가 더 아플까요?"라고 말한(것으로 보도된) 김민희의 어머니는 '죽일 년'으로 등극한 김민희 못지 않게 많은 욕을 먹어야 했다. 



하지만 홍 감독의 가족들은 공개된 카카오 메시지가 허위로 짜깁기한 것이라 주장하며 <우먼센스>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할 예정이라고 한다. 애초에 비보도를 전제한 이야기들(딸의 유학비 및 생활비 관련 내용)들도 사실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벌어져야 하는 걸까? <여성동아>는 홍 감독 부부 친지의 말을 빌렸다면서 홍 감독이 20년 전에도 이혼을 선언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언론의 스토리텔링에 의해 졸지에 '가정에 성실한 남성'이 됐던 홍 감독이 이번에는 '역시 그런 인간'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일까? 가관이다, 정말.


'팩트'는 감독 홍상수와 배우 김민희의 관계에 대해서 밝혀진 사실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여전히 한 쪽의 일방적 주장과 그 주장을 받아쓰기(와 더불어 짜깁기)하는 무책임한 언론이 덕지덕지 살을 붙여 괴물 같은 형체로 존재할 뿐이다. 설령 두 사람의 관계가 실제로 '부절적한 것'이라고 하더라도(그러니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언론의 무책임이 구원받는 건 아니다. '답'이 맞다고 해도 그 과정의 수많은 오류와 거짓들은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다시, 그것이 설령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 스캔들은 홍상수와 김민희의 사생활에 속하는 일이다. 간통죄는 폐지됐고, '범죄의 혐의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와 사회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결혼'이라는 사회적 계약이 존재하고, '가부장제'가 서슬 퍼렇게 살아 숨쉬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용인되기 어려운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도 두 사람의 '사생활'이 이토록 짓밟히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김민희가 '요부(妖婦)'가 되고, '가정을 파탄낸 나쁜 년'이 됐다. 


정리하자면, '그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서로에게 최선을 다한다는 (결혼이라는) 계약 관계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했다면 그에 상응한 개인적 책임을 지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기자들이 스스로를 컨트롤 하지 못하고, '대중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가. 그들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 둘러댄다면, 관대하게 이제 부디 관심을 좀 끄도록 하자. 박유천의 성적 취향이 그토록 궁금해할 일인가? 불륜이든 사랑이든, 무엇이라 이름 붙이든 간에 한 남자와 여자 사이에 벌어진 지극히 사적인 일들이 정신 못차릴 정도로 광분할 일일까? 


그리고 정신이 똑바록 박힌 기자라면 '한탄'이 아니라 '반성'을 해야 한다. 제대로 된 기자라면 "제발 흉흉한 일들이 그만 일어났으면. 쓰면서도 즐거운 기사, 보고 들으면 참 재밌는 뉴스가 더 많아지길"이라는 하나마나한 소릴 늘어놓을 시간에 '흉흉한 일'을 제대로 된 관점으로 바라보는 식견과 지성을 길러야 하지 않을까? 그건 흉흉한 일도 아니고, 그저 늘상 벌어지던 사건에 불과하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언제나 문제는 무책임하고 무책임한 언론 아니었던가?


한마디 더 보태자면, 언제부터 기자들이 어줍잖게 '윤리'를 논하고, '훈장질'을 하려 들었단 말인가. 그 역시 이름을 걸고 기사를 쓰는 '이만수'라는 사람은 '홍상수와 김민희가 예술과 현실을 혼동하지 않았다면'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예술과 사랑은 같지 않다'며 '지금도 그 때도 모두 틀렸다'고 말하는 기자의 결연함이 우습기만 하다.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이런 강연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부디 자중하길 바란다. 당신들은 '윤리 선생'이 아니라 '팩트를 전하는 기자'라는 본분을 자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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