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결국 '일부 공휴일'이 돼버린 5월 6일 임시공휴일

너의길을가라 2016. 4. 2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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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정부가 '관공서의 임시공휴일 지정안'을 심의 · 의결하면서, 결국 '5월 6일'이 임시공휴일로 확정됐다. 이로써 5월 5일부터 8일까지 이어지는 나흘간의 '황금연휴'가 완성됐다. 이 기간동안 4대 고궁, 종묘, 조선왕릉과 과학관, 휴양림, 수목원 등이 무료 개방되고, 5월 6일에는 민자 도로를 포함해서 전국 모든 고속도로의 통행료가 면제된다. 또, 프로야구 입장권이 50% 할인된다. 



이 갑작스러운 임시공휴일 지정의 목적은 '내수(內需) 진작'이고, 그 발단에는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있었다. 지난 25일 대한상의는 "우리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내수경기 회복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임시공휴일 지정을 건의했고, 정부는 '잽싸게' 받아들였다. 그 이면에 정부 측의 요청이 있었는지, 단순히 대한상의 측의 아이디어였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놀이공원이라든지 야구장, 박물관 입장객 수도 30에서 60% 가까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이외에도 4대 궁과 종묘, 이런 데를 찾는 관광객 수도 전주 대비 약 서너 배 정도 늘었고요. 경축 행사와 각종 축제, 이런 행사 같은 경우에도 150만 명 이상이 몰린 것으로 추산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수치를 볼 때 광복절 연휴 기간에 확실히 소비 경기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판단해볼 수 있겠습니다. (최성근 한국경제연구원 박사)


'경기 침제'라고 하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고 있는 정부로서는 임시공휴일을 지정함으로써 내수 진작을 꾀하는 방안이 오히려 절실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8월 14~16일)하면서 생긴 경제 효과가 1조 3,100억 원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학습 효과도 충분했다. 일에 지치고 삶에 찌든 국민들에게 '깜짝 선물'을 주면서 떠나간 민심을 사로잡을 찬스이기도 하니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 기자협의보


게다가 올해는 연휴기간이 나흘로 하루 더 길고, 정부에서도 이 기간을 봄 여행주간 혹은 관광주간(5월 1~14일)으로 지정하고 있는 만큼 시너지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관성이 높은 관광 · 음식 · 숙박업계는 여행객들의 방문 소식에 화색이 돌고,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계도 매출 중대를 기대하며 미소를 잔뜩 머금고 있다. 


여기까지는 '장밋빛' 이야기다. 이제부터는 '쓴소리'를 좀 해볼까 한다. 물론 '임시공휴일(臨時公休日)'이라는 것 자체가 '원래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국가나 사회에서 그때그때 정하는 휴일'인 것은 맞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는 볼 수 없다. 불과 일주일을 앞두고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인 국가 운영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연말이 되면 전 국민이 다음 해의 달력을 찬찬히 뜯어보고, '빨간 날'이 언제, 얼마나 있는지 파악한다. 하물며 '정부'라면 어떠해야겠는가. 당연히 연초에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이 '정상적'인 조치일 것이다. 많이 양보해도, 적어도 몇 달 전에는 공표를 해야 할 일이다. 이렇듯 '갑작스러운' 결정에 일부 누리꾼들이 '해외 여행을 못 가게 하려는 꼼수'라고 눈을 흘기는 것도 이상한 반응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공휴일 확대'에는 전적으로 찬성한다. 2013년을 기준으로 대한민국 임금노동자들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071시간이다. 이 숫자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오지 않을 텐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71시간보다 400시간이나 긴 시간이다. 멕시코(2328시간)와 칠레(2085시간)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대한민국 노동자들은 이미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재계의 입장을 철저히 대변하는 일부 학자들은 '우리나라의 쉬는 날이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서 결코 적지 않다. 오히려 더 많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늘어놓기도 한다. 비교적 자유롭게 휴가를 사용할 수 있고, 게다가 유급 휴가를 보름에서 한 달 이상 쓰는 유럽 국가들과 숫자를 나열하며 '비교'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일하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하지 않겠는가?


따라서 정부의 임시공휴일 지정, 다시 말해 공휴일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준비 하지 않은 채'로 이뤄지는 임시공휴일 지정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대한상의가 "16만 회원사에 5월6일을 자율휴무일로 지정할 것을 권장하는 내용의 공문을 전국상공회의소를 통해 보낼 계획"이라고 밝힌 것처럼, 임시공휴일은 기업 사정에 따라 결정되는 '자율 휴무'에 지나지 않는다. 



좀더 직절적인 화법으로 말하자면, '쉴 수 있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임시공휴일 지정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 직원들에 대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는 반대한다. 그리고 내수경기활성화를 위해 임시공휴일을 찬성한다"는 질문)가 찬성 41.6%, 반대 46.4%로 반대 의견이 더 높게 나온 것만 봐도 국민들의 '심드렁함'을 잘 알 수 있다.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인한 황금연휴는 공무원과 정규직에겐 더할나위 없는 꿀 같은 휴식이겠지만, 중소기업 · 비정규직에겐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쉴 수 없다면 휴업 수당이라도 제대로 지급이 되야 할 텐데,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임시공휴일에 근무하더라도 휴업 수당을 지급하는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또, (임시공휴일을 즐길 수 없는) 맞벌이 부부들의 경우에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는 "임시공휴일 당일 돌봄이 필요한 아이가 있으면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전국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누구를 위해 누군가가 희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이 갑작스러운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확연히 드러난 셈이다.


'임시공휴일을 지정해 줄 테니까 놀러가서 돈 좀 쓰라'는 정부의 급조된 이벤트는 눈 앞의 이득(내수 진작 효과)을 취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국민과 그렇지 못한 국민 간의 '갈등'을 야기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게 됐다. 또, '배려'와 '보완'없는 주먹구구식의 국가 운영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 '일부 공휴일'이 되어버린 5월 6일 임시공휴일 때문에 국민들은 또 다시 분통이 터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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