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여성 유권자들의 투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대상은?

너의길을가라 2014. 3. 4.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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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가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의 의뢰를 받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외 의뢰해 '여성 유권자의 투표 선택 및 정치의식에 대한 심층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대상을 여성 유권자로 특정해서 심층조사를 진행한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선거는 과학'이라는 말처럼, 이미 미국에서는 다양한 심층 조사들과 빅데이터를 조합시켜 최상의 선거전을 치르고 있다. 오바마의 당선과 재선은 이러한 데이터에 기반한 선거전이 빛을 발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도 개사(改詞)한 유행가를 아침 댓바람부터 틀어대며 사람들을 스트레스 속으로 몰아넣는 구시대적 선거전에 머물러 있는 대한민국에서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등이 다각화된 관점에서 유권자의 성향을 분석하고 선거전략을 연구하는 것은 박수를 보낼 만한 일이다. 


- <한겨레>에서 발췌 - 


이번 조사의 가장 핵심적이고 주목할 만한 내용은 두 가지다. 정치 관련 정보를 획득하는 매체와 그에 대한 신뢰도, 그리고 투표를 할 때 영향을 받는 사람에 대한 것이다. 우선, 조사 결과를 간략히 정리해보도록 하자. 


위의 그래프에서도 잘 나와있는 것처럼, 여성 유권자들이 정치 관련 정보를 얻는 매체 중에서 압도적인 1위는 지상파TV(97.1%)였다. 물론 신뢰도도 73.7%로 다른 매체들의 신뢰도와는 비교 불가였다. 결국 KBS, MBC, SBS 의 뉴스들을 통해서 정치 관련 정보를 가장 많이 얻고 있고, 그 정보를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용률 2위는 종편TV(66.8)였는데, 다행스러운 것은 신뢰도가 2.8%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에 들어서 지상파TV의 뉴스들도 '종편화'되고 있어 별반 차이가 없지만, 적어도 종편의 노골적인 정치 평론에 콧방귀를 날리고 있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듣기는 듣되, 그저 흘려보낼 뿐? (물론 의식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할지라도 반복된 청취는 무의식에 잔상을 남기기 마련이데.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 <스타뉴스>에서 발췌 -


조사 시기 : 2013년 12월 29~31일 3일간 

조사 대상 : 전국 만19세 이상 휴대전화가입자 2,500명

조사 방식 : RDD 휴대전화 응답 방식,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2.0%포인트 

응답률 : 5.2%



여기에서 잠깐, 방송사 신뢰도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가 있어서 소개할까 한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조사한 것인데, 가장 신뢰하는 방송사 1위는 KBS(27.4%)였다. 2위는 놀랍게도 JTBC(13.1)였다. 그 뒤를 이어 MBC(11.3%), SBS(11.1%), TV조선(10.3%) 순이었다. 이는 전적으로 '손석희 효과'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조사 결과 남성과 여성을 합한 것이기 때문에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고, 여론조사기관도 달라서 비교가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종편에 대한 신뢰는 여성보다는 남성이 확연히 높다고 짐작할 수는 있을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여성 유권자의 정치 정보 획득을 위한 매체 이용률 3위는 모바일메신저(54.0%), 4위는 포털(43.0%), 5위는 인터넷(24.4%), 6위는 종이신문(18.3%) 순이었다. 역시 흥미로운 것은 신뢰도 부분에서 모바일 메신저와 인터넷은 각각 2.3%와 1.2%로 낮았다는 것이다. 풍문처럼 들려오는 이야기에 그다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혹은 않는다고 여긴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투표시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대상은 배우자(40.7%)가 아니라 친구나 지인(46.5%)이라는 점도 흥미로운 결과였다. 물론 둘 간의 차이가 그다지 크진 않기 때문에 아주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더 재미있는 것은 자산 규모별로 투표시 영향을 받는 대상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1억 원 미만의 경우에는 배우자(16.1%)보다는 친구나 지인(67.9%)으로부터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1억~2억 원의 경우에는 그 격차가 상당히 줄어들었고, 2~3억 원과 3~4억 원에서는 비슷한 수치가 나왔다. 4억 원 이상이 되면 완전히 상황이 역전되어 배우자(53.2%)가 친구나 지인(32%)을 크게 앞질렀다. 


이런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조금 슬픈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남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정도의 차이는 결국 '소득'에 비례한다고 볼 수 있을까? 좀 긍정적으로 풀어보자면, 소득이 낮을수록 교우 관계가 원할하다? 어찌됐든 이 조사 결과를 무식할 정도로 과격하게 줄여보자면, 여성들은 지상파TV를 통해 가장 많은 정치 정보를 획득하고 있으며, 투표를 할 때는 배우자와 친구 나 지인으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신뢰도 면에서 지상파TV(73.7%)와 종편TV(2.8%)와의 격차는 엄청날 정도로 컸는데, 문제는 지상파TV가 사실상 어용화 · 종편화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상파TV의 경우, 종편TV이 하는 것처럼 괴상한 정치 평론가를 앉혀놓고 누가누가 헛소리를 잘하나 같은 바보짓을 하고 있진 않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 불리한 정보들의 경우 대부분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고, 다루더라도 뉴스의 뒤꼭지에서 간략히 언급만 하고 지나갈 뿐이다. 



-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또,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여성들의 경우 종편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낮았지만, 그것이 큰 의미가 없는 까닭은 결국 투표시에 배우자(또는 지인과 친구)로부터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남성의 경우에는 종편TV에 대해 꽤나 높은 신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남성들이 종편TV에서 습득한 정치 정보를 배우자에게 전달하는 식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지인으로부터 젊은 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여성이 하는 말이 "인터넷에서 보고 문재인이 호감이었는데, 남편한테 그 얘기를 했더니 문재인은 빨갱이라서 찍으면 큰일난대"라는 것이다. 남편이 상당히 극단적인 사람인가 싶기도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종편 등이 취한 가장 일상적인 전략이 그것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극단이라 표현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받는 영향이라는 것이 대개 이런 식의 대화를 통한 선입견일 것이다. 세밀하고 정밀한 정보와 분석이 공유되는 것은 아니니라. 



-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미생』中에서 -


역시 가장 좋은 것은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정보를 취사선택(取捨選擇)하고 적절히 취합(聚合)해서 자신의 생각의 틀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그런 과정에서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항상 열린 자세를 갖추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누군가의 말에 쉽사리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렇게 흔들리는 것은 토대 자체가 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들이 정치적 의식이 특별히 낮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물론 상대적으로 남성들에 비해 정치에 대한 관심 자체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관심이 많다고 해서 자연스레 의식이 높다는 결론에 도달하진 않는다. 이 글을 통해 어떤 결론을 낼 생각은 없다. 물론 관점에 따라서, 가령 선거전략을 짜는 사람이라면 여성에 대한 공략 방법을 고민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정당에 그 정도로 연구를 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진 않다. 결론을 내기 참 곤란한 지점까지 와버렸는데, 굳이 급작스럽게 마무리를 짓자면.. '우리 모두 남의 말에 쉽사리 현혹되지 않도록 '내공'을 쌓읍시다!' 쯤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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