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김무성의 5·16 혁명 발언, 더 이상 블랙코미디가 아니다

너의길을가라 2014. 2. 15. 07:35
반응형


이쯤되면 '전방위적 공세'라고 해야 할까? 우선, 정부는 교육부를 앞세우면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고 있고, 국회에서는 새누리당이 열을 올리고 있다. 외곽에서는 일부 개신교 목사를 비롯한 뉴라이트 계열이 '준동'하고 있는데, 세 주체들이 아주 유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콤비가 장난이 아니다. 



- <연합뉴스>에서 발췌 - 


교육부 교과서 발행체제 재검토..국정전환 얼마나 <연합뉴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로부터 시작된 대한민국 우익(혹은 수구)들의 '역사 바꿔치기 작전'이 사실상 무위로 돌아간 상황(부성고만 한 곳만 채택)에서 교육부는 초·중·고 전 교과서의 발행체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말이 재검토지 실제로는 국정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일전에는 국사 교과서만 국정으로 바꾸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눈치가 보였던지 ·중·고를 묶어서 전 교과서를 국정으로 전환하겠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명목(名目)은 좋다. 나승일 교육부 차관은 "개정 작업 중인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에 따라 필요하다면 교과목별로 국정으로 할지, 검정·인정으로 할지를 검토한다는 뜻이다" 고 밝혔다. 하지만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과 국정 교과서의 필연성은 전혀 상관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 교육부는 이 부분을 국민들에게 과연 납득시킬 수 있을까? 



- <뉴시스>에서 발췌 - 


김무성 "5·16혁명 없었다면 나라 어떻게 됐겠나" <뉴시스>


지난 14일, 새누리당의 김무성 의원은 서울 충정도 한국고인회계사 화관에서 '선진국을 향한 바람직한 국정의 방향'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박 전 대통령이 1961년도에 군사혁명을 일으켰다. 대한민국이 적화통일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당시 무능하고 부패했던 우리 정치권을 뒤집어 혁명을 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5·16 군사 쿠데타'를 '혁명'이라고 표현하면서, 그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그리고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선 "과연 이승만 대통령이 건국을 잘못했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 주장처럼 이승만 정권은 탄생하지 않았어야 할 정권인가. 이제 역사를 재평가 할 시점이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무성 의원은 지난 2013년 9월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근현대 역사교실'을 주최하는 등 그 누구보다 '교학사 구하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었다. 그 발언의 수위도 점차 심해지고 있다. 그의 '역사를 재평가 할 시점이 왔다'는 발언은 우익 단체들이 제작하겠다는 영화 '건국대통령 이승만'과 맥이 닿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 <티브이데일리>에서 발췌 - 


'건국대통령 이승만' 서세원, "빨갱이로부터 나라 지키자" 논란 <파이낸셜뉴스>


한편, '자유평화통일재단, 불교애국단체총연합회, 기독교 이승만영화추진위원회, 대한민국사랑회를 비롯한 우익 성향의 단체들은 '이승만 재평가'를 위해 이승만을 영화화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건국대통령 이승만' , 제목부터 으스스하다. 연출을 맡은 서세원 감독은 "이념 싸움 하지말자. 좌익이니 우익이니 부끄럽다. 지금 좌익도 다 없어졌다. 사회주의는 망했다. 북한은 독재국가이지 사회주의국가가 아니다"면서 자신의 영화는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 중에는 "3000만 명이 줄을 서서 우리나라를 지켜야 한다. 빨갱이들로부터 이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내용 등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발언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서세원 씨는 '치우치다'는 말의 사전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균형 감각에 있어 굉장한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이 틀림 없다. 한편, 그는 "이 전 대통령은 훌륭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부정선거를 했다는 작은 실수는 인정한다. 그 또한 영화에 담겠다"과 같은 황당스러운 발언도 내뱉었다. 이 정도면 상식적인 대화는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수치로 확인된 일본 20대의 우경화 <연합뉴스>

日 20대도 '우경화'..33%가 "침략전쟁 아니었다" <연합뉴스>


마냥 웃고 넘기기엔 상황이 생각보다는 심각하다. 보기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나와서 '블랙 코미디'를 하는 것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의 전례 때문이다. 최근 일본은 아베 총리를 필두로 우경화로 나아가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바로 20대의 뚜렷한 우경화가 눈에 띈다. 



- <경향신문>에서 발췌 - 


지난해 말 아사히 신문이 '과거 전쟁은 침략전쟁이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는데, 20대는 33%가 '침략전쟁이 아니다'고 대답했다. 30대가 28%, 40대·50대가 24%였던 것에 비하면 가장 높은 비율이다. 또, '야스쿠니 신사에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도 합사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20대의 43%가 '모른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우익 성향의 표출은 장기적인 일본의 경기 침체를 비롯한 경제적인 문제로 비롯된 측면이 있지만, 역시 일본 내의 근현대사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해서 게이오대 종합정책학부 이홍천 교수는 "일본 정부가 근현대사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음으로써 학생들이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의 역사에 무지한 경우가 많고, 한국도 한일국교정상화(1965년) 이후의 일본과 한일관계에 대해 충분히 교육하지 않기 때문에 젊은이들은 주로 제국주의 일본에 대한 정보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무성 의원의 '5·16 혁명' 발언은 더 이상 '블랙 코미디'가 아니다. 그는 여당 내의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며, 청와대에는 5·16 군사 쿠데타가 5·16 혁명으로 불리길 누구보다 바라고 있을 정권이 들어서 있다. 김무성 의원의 발언들은 곧 뉴라이트의 역사관과 일치하고, 이것이 국정 교과서를 통해 초·중·고 교과서에 실리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일본 20대의 우경화는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의 부재로부터 비롯됐음을 잊지 말자. 대한민국 내의 우익이 꿈꾸는 세상이 성큼성큼 구체화되고 있다. 더 이상 웃어 넘길 수 없는 시점에 당도했다. 저들은 더할나위 없이 진지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