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더 줘." 남자는 가만히 앉아서 여자에게 밥그릇을 내민다. 굉장히 자연스럽고, 당연스럽게 행동한다. 너는 내 밥그릇을 채워주는 사람이라는 듯 말이다. 말이라도 예쁘게 하면 모르겠다. 남자는 요청이나 부탁을 하는 게 아니다. 이건 분명 명령이다. 여자는 군소리 없이 빈 밥그릇을 들고 주방으로 향한다. 1991년에 방영됐던 MBC 의 대발이네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다. 2018년 의 한 장면이다. 고창환 가족의 남자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여자들이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그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사실상 없다. 아기를 봐준다는 명분이 있으나 그마저도 '제대로' 한다고 보기 어렵다. 심지어 식탁에 수저를 놓는 일마저도 손녀이자 딸인 하나에게 시킨다. 아마도 그걸 교육이라 생각하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