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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을 떠오르게 만드는<보이스>의 간절함

너의길을가라 2017. 1. 2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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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쫄깃쫄깃하다. 장르물의 본가(本家)라 할 수 있는 OCN이 야심차게 내놓은 <보이스>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첫 회 2.321%로 시작했던 시청률은 3회만에 5.690%를 찍으며 단숨에 2017년 새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비록 4회에서는 3.619%로 숨고르기에 들었지만,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간절함'이 가득한 장혁과 이하나의 연기가 어우러지며 상승세를 예고하고 있다. tvN <시그널> 이후 수사물에 대해 갈증을 느끼고 있던 시청자들이라면 <보이스>로부터 해갈(解渴)을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주인공인 강권주(이하나)는 '예민한' 청력을 가지고 있다. 12살 때 사고로 2년 동안 시력을 거의 잃으면서 반대급부로 얻게 된 비밀스러운 능력이다. 그는 남들이 들을 수 없는 아주 작은 소리까지도 캐치해 내고, 이를 바탕으로 그 소리의 발원지 혹은 정체를 분석해낸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보이스 프로파일러'가 된 권주는 성운지방경찰청 112 신고센터 센터장으로 복귀한다. 그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이유, 보이스 프로파일러가 돼 다시 성운지청으로 돌아온 이유는 3년 전 발생했던 은형동 살인사건 때문이다.


그날 권주는 아버지를 잃었다. 당시 은형동에서 순찰(동료 경찰의 어머니가 칠순이라는 이유로 혼자 순찰을 돌고 있는 설정은 의아하다)을 돌고 있던 권주의 부(손종학)는 "아빠, 지금 지구대 출동했대. 그러니까 그냥 거기 서서 기다려"라는 권주의 만류(무전에서 '아빠'라는 등 사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설정은 더욱 의아하다)에도 주변 수색에 나선다. 그러던 중 손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와 마주치고, 그의 손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보고 제지에 나서지만, 결국 죽임을 당하고 만다.



그에 앞서 무진혁(장혁)은 자신의 아내 허지혜(오연아)를 잃었다. 진혁의 아내는 은형동 살인사건에서 무참히 살해당한 피해자였다. 생명의 위협을 받는 급박한 상황에서 112신고를 한 지혜의 전화를 받은 사람이 바로 권주였다. 이 과정에서 112신고 센터 경찰의 안일한 대처로 인해 지혜는 목숨을 잃고 만다. 영화 <더 콜>을 연상케 하는 설정이었는데, 섣불리 신고자에게 '콜백(Call back)'을 해서 위치를 범인에게 노출시키는 바람에 벌어진 참극이었다. 


악연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은형동 살인 사건의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권주는 피고인 고동철의 목소리가 "진범의 목소리와 다르다"고 증언하고, 이 때문에 유력한 범죄자였던 고동철(4회에서 고동철은 진범이 아니었음이 밝혀졌다)은 풀려나고 만다. '뒷돈'을 받고 우호적인 증언을 해 무죄로 풀려나게 만들었다고 오해를 한 진혁은 당연히 권주를 증오하지 않았겠는가.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두 사람이 사건이 발생하고 3년이 지난 후 다시 만났다. 권주는 진혁을 '골든타임팀'으로 스카우트하고, 그런 권주를 향해 진혁은 으르렁댄다.



납치 사건, 아동학대 사건 등에서 권주의 비밀스러운 능력을 간파한 진혁은 권주에게 설명을 요구한다. 권주는 진혁에게 3년 전 자신이 왜 재판에서 고동철이 범인이 아니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또, 3년 전 은형동 살인사건 당시 자신과 아버지 사이에 나눴던 무전 등 기록이 삭제됐다며 경찰 내부에서 진범을 돕는 세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증거를 가져오라'며 믿지 못하던 진혁은 고동철의 죽음을 보고 이상한 낌새를 직감한다. 


의심은 더욱 커졌다.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그런데 상황은 또 한번 급반전의 물살을 탄다. '골든타임팀'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던 박은수(손은서)의 동생이 납치되는 '홍창동 로데오거리 납치 사건'이 발생하고, 용의자를 추적하던 권주마저 납치당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다행히도 진혁이 권주를 발견하는 듯한 장면으로 마무리 돼 구출될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분명한 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두 경찰의 '간절함'과 '절박함'이 진범을 끈질기게 추적해 나갈 거란 것이다.



사건 접수 후 3분 내 출동, 5분 내 현장 도착, 10분 내 범인을 검거


'골든 타임', 최근 대한민국 사회에 가장 '절실했던' 단어가 아니던가. 우리는 수많은 골든 타임을 놓쳐왔고, 그래서 너무도 많은 피해자들을 바라만 봐야 했다. '골든 타임'은 비단 병원이나 구조 활동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범죄에도 '골든 타임'이 있다는 사실을 <보이스>는 절실히 그려내고 있다.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들이 눈에 띄지만, '미세한 소리마저도 듣는다'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이질감 없이 녹여낸 <보이스>에 '아직까지는' 박수를보내고 싶다. 


2016년 최고의 드라마라 할 만한 tvN <시그널>에 비해 여러가지 면에서 부족(주인공인 장혁과 이하나는 조금만 더 힘을 빼고 연기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하지만, 적어도 범인을 검거하고 피해자를 구하겠다는 '간절함'만큼은 뒤지지 않는 듯 하다. 경찰 내부, 그러니까 상부에는 여전히 '은폐'와 '조작'을 일삼는 무리가 숨어 있을지 모르지만, 일선에는 자신의 열정을 다바쳐 '책임'을 다하는 형사들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보이스>가 자꾸만 상기시키는 건, 어쩌면 그 '위안'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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