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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한<동상이몽>, 과장도 괜찮지만 최소한 진지하기라도 하자!

너의길을가라 2016. 6. 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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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誇張)인가, 조작(造作)인가. 반복되는 논란이다. 일반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KBS2 예능 <안녕하세요>와 SBS 예능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매우 유사한 포맷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일반인이 자신의 사연을 들고 나와 방송을 통해 소개한다. 이 과정에서 매우 민감한 개인사와 가정사가 '고민' 혹은 '갈등'이라는 키워드로 설정돼 공개된다.



'시청률'이 전부인 방송사 측에서는 (상대 프로그램의 것보다)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을 수밖에 없고, 레이더에 포착된 사연은 PD와 작가들에 의해 필연적으로 '과장'된다. 한마디로 드라마틱(dramatic)하게 각색된다. 그래야 '재미'가 있기 때문이란다. 그러다보니 논란이 발생하고, 그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는 출연했던 일반인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솔직히 이해가 잘 안 된다. 가족 간의 예민한 문제들을 굳이 카메라 앞, 그것도 '예능'에 공개해 스스로 웃음거리가 되려고 하는지 말이다. 물론 눈물과 공감을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 낸 케이스도 없지 않지만, 냉담한 시선으로 바라보자면 '다른 의도'를 생각지 않을 수 없다. 가령, 방송을 통해 '홍보'를 하려는 속내 같은 것 말이다. 사실 예능에 나와 어떤 '문제 해결'을 바란다는 건 그 자체로 '예능적 발상'이 아닌가.


이조차도 이해를 하기로 하자. 치부를 드러내고 이야기함으로써 개인적 '행복'에 도달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사연을 공개하려는 자와 사연이 필요한 자가 만나 방송이 성립된다. 이해관계가 형성된 셈이다. 그 사이에는 암묵적인 합의가 존재할 것이다. '약간의 가공(加工)은 어쩔 수 없어요' 물론 이 합의는 시청자들과도 이어져 있다. '약간의 과장은 방송적 재미를 위한 것이니 감안해 주세요'



시청자들도 '어느 정도'의 과장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지난 6월 6일 방송된 <동상이몽>의 '꽃미녀 오자매'편이 '과장'의 영역에 속한다면 딱히 문제제기를 할 생각이 없다. 사연의 주인공인 넷째 최다롬 양을 '부려먹는' 세 명의 언니들과 다롬 양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현대판 콩쥐팥쥐와 다름없었지만, 그것이 '방송 전문가'들의 손길을 거친 가공된 이야기라면 '당했다'고 웃어넘길 일이다.


애초에 과장과 조작은 그 경계에 애매하다. 이야기의 뼈대가 되는 '사연'이 존재하는 한 '조작'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과장의 정도가 문제될 뿐이다. 그래서 '핵심'은 '과장이냐, 조작이냐'가 아니라 프로그램이 그 사연을 대하는 태도일 것이다. 그것이 '고민거리'든 '갈등'이든 간에 방송사가 사연을 취했다면, 그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 



<안녕하세요>에 출연했던 정신과 의사 양재진


그 사연에 절실히 공감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해줄 수 있는 연예인 패널을 섭외하든지, 아니면 전문가를 불러서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답' 말이다. 그동안 <안녕하세요>와 <동상이몽>이 견지했던 방법은 전자였다. 하지만 <안녕하세요>의 경우에는 정신과 의사 양재진을 게스트로 섭외해 전문가적인 견해를 제시함으로써 출연자들에게 '경각심'을 불어넣었다. 가장 절실했던 게스트였다.


<동상이몽>은 양측의 입장이 담긴 VCR을 통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이해해보자는 방송 취지를 갖고 다양한 사연들에 접근했지만, 소재의 고갈이라는 현실적 문제 앞에서 '무리수'를 두는 일이 잦아졌다. 6일 방송에선 다롬 양의 입장인 '콩쥐 SAY'만 방송되기도 했지만, 가족들이 다롬 양에게 가하고 있는 행위는 '집단 따돌림'에 가까워보였다. 



물론 '웃음'으로 포장하고 있어서 '과장인지 조작인지' 의심케 했지만, 저들이 맺고 있는 관계의 틀은 방송에 나온 것과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아 보였다. 더 큰 문제는 '부모의 태도'였는데, 온 가족이 다롬 양을 빼놓고 외식을 갔을 때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또, 세 명의 언니들이 다롬 양을 놀리고 괴롭힐 때에도 엄마는 이를 방관하기만 했다. 아빠는 존재감 자체가 없었고, 엄마는 오히려 "너 변했다"며 타박하기만 했다. 


이쯤되면 <동상이몽> 제작진 측이 나섰서야 하는 것 아닐까? 사연을 채택해서 방송으로까지 내보낼 생각이라면, '5자매 중 제일 예쁘다'는 등 다롬 양의 '외모'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갑작스러운 화해로 갈등을 무마할 것이 아니라 좀더 진지하게 들여다봤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러지 못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 



만약 그것이 지나칠 정도의 '과장'이라면 이해가 된다. 또, 가족들이 '해결'을 원치 않았을 수도 있다. 방송을 타는 것은 괜찮지만, 굳이 우리 가족의 일에 간섭하지는 말라는 입장을 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문제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엄마는 '우리 가족은 아무 문제 없어. 우리 가족은 화목해'라는 뉘앙스의 대답으로 일관했다. 역시 전문가가 빠져 있다는 점은 그와 같은 맹점을 낳을 소지를 키운다. 


분명 <동상이몽>은 예능이다. 그 근본 취지는 '웃음'이다. 그렇다고 해서 세대 간 소통의 벽을 허물겠다는 기획 의도나 양 측의 입장을 균등히 보여줌으로써 '역지사지'를 도모한다는 취지를 깡그리 무시해선 곤란하다. 더구나 출연자들의 '사연'을 가벼이 접근해 '가십거리'로 날려버리려는 태도는 더욱 불편하다. 김구라와 서장훈의 문제제기를 원천 봉쇄하는 MC 유재석도 지적의 대상이다. 



"저는 남동생이 저한테 많이 시켜요. 생각해 보니까 어릴 때 심부름을 많이 했는데, 저는 남동생한테 대가를 받았거든요. 천 원 이천 원.." (전소민)


"다름 양의 고충이 있겠지만, 저는 솔직히 영상 보면서 너무 부러웠어요. 제가 외동딸이거든요. 저는 어렸을 때 가장 하고 싶었던 게 언니들하고 옷 때문에 싸우는 걸 너무 해보고 싶었어요. 이게 사랑이 깔려 있긴 한 거잖아요. 솔직히. 지금은 언니들도 철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결혼하고 나이 낳고 하면 자매끼리 너무 좋더라고요. 분명히 그런 걸 느낄 날이 올 거예요." (정시아)


"떨어져 볼 시간도 필요한 것 같아요. 언니들도 다롬 양이 필요한 걸, 아니 소중한 걸 느껴봐야 되고. 다롬 양도 그래도 가족들이 없으니까 같이 있는 게 좋다, 이런 걸 느낄 시간이 필요한 것 같고. (솔지)


▶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연예인 패널들의 발언들은 시청자들을 더욱 답답하게 만든다.


<안녕하세요>가 먼저 시도했기 때문에 '따라하기'라는 눈총을 받을지언정, <동상이몽>도 전문가를 섭외해 사안의 경중을 진단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비전문가들이 한마디씩 얹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공감이 필요한 사연이 있고, 전문적인 조언이 필요한 사연이 있다. 이를 구분해서 패널을 선정하는 접근법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과장은 괜찮지만, 최소한 진지하기라도 하자'는 충고를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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