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박람기

<20세기, 위대한 화가들 展>, 키스 반 동겐을 발견하다

너의길을가라 2014. 9. 2.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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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현재 한가람 미술관에는 <20세기, 위대한 화가들 展>과 <에드바르드 뭉크전>, <퓰리처상 사진전> 등이 전시되고 있는데요. 세 가지 전시 모두 썩 마음이 동하진 않았지만, 그 중에서 저의 선택은 <20세기, 위대한 화가들 展>이었습니다. 우선, 사진보다는 그림을 더 좋아하기에 <퓰리처상 사진전>은 제외했고, <에드라브드 뭉크전>은 10월 12일까지인 반면 <20세기, 위대한 화가들 展>은 9월 17일에 끝이 난다는 점을 고려해서 <20세기, 위대한 화가들 展>을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20세기 위대한 화가들 展

르누아르에서 데미안 허스트까지



<20세기, 위대한 화가들 展>은 5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상주의로부터 시작해서 팝아트를 거쳐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뱅크시까지를 다루는 말 그대로 20세기 예술의 전반적인 흐름을 짚어보는 기획입니다.



PART 1. 파리를 중심으로 모이다.

인상주의, 야수주의, 입체주의, 파리의 화가들

- 빛의 화가 모네와 행복을 그린 르누아르

- 색채와 형태를 해방시킨 마티스와 피카소

- 자유로운 파리의 화가 샤갈과 라울 뒤피, 그리고 마리 로랑생


PART 2. 새로운 무대의 등장

초현실주의, 추상표현주의, 앵포르멜

- 달리, 꿈을 현실로 현실을 꿈으로

-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했던 윌렘 드 쿠닝

- 격정적이고 호소력 짙은 회화 장 뒤뷔페


PART 3. 기회의 땅, 미국

팝아트, 옵아트

- 대중의 대중에 의한, 대중을 위한 앤디 워홀

- 너무나 미국적인 팝아트 로이 리히텐슈타인

-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 옵아트의 바사렐리


PART 4. 귀향과 반향

누보레알리즘, yBa

- 공허함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브 클라인

- 영국의 아성 줄리안 오피와 데미안 허스트


PART 5. 지금, 여기

Comtemporary

- 형태와 색으로 태어난 볼륨감 보테로

- 낙서로 세상에 저항하는 뱅크시



평일의 미술관은 생각보다 훨씬 조용하고 여유로웠습니다. 보통 주말에 미술관(혹은 박물관)을 찾았던 탓에 항상 사람에 치여서 제대로 감상을 하지 못했던 적이 많았는데요. 이번에는 아주 느긋하게 그리고 마음껏 작품들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은 거리를 조절해가면서 한참동안 바라볼 수도 있었고요.


물론 예술적 감각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저는 야수주의니, 입체주의니, 추상주의니, 팝아트니, 누보레알리즘이니 하는 20세기 예술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평소에 미술사를 들여다보거나 미술 관련 서적을 읽을 때도 '전기 인상주의'까지만 읽고, 반 고흐, 고갱, 세잔 등이 등장하는 '후기 인상주의'부터는 책을 덮어버렸었죠. 실제로 작품을 마주해도 그런 취향은 달라지지 않더군요.


하지만 미술관에 갔을 때 모든 작품에 감명을 받을 필요는 없겠죠. '바로 이거다!'싶은 작품 한 두 개만 발견해도 어쩌면 충분한 것 아닐까요? 혹은 넋 놓고 시간조차 잊은 채 바라보게 되는 작품이 있다면 그보다 멋진 일도 없겠죠. 비록 20세기 예술에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저이지만, 나름대로의 '수확'을 거둘 수 있었는데요.



키스 반 동겐, 앙티브의 작은 만, 캔버스에 유채, 82 x 100.3 cm, 1922∼1925년


그 수확이란 바로 야수파의 대표 화가인 '키스 반 동겐'의 '앙티브의 작은 만'입니다. 초록과 분홍의 대비 그리고 한 여인의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인데요. (제 수준에서 볼 때는) 아무리 봐도 '대충' 그린 것만 같은 이 그림인데, 이상하게도 한참동안 바라 보고 있게 되더군요.


키스 반 동겐의 그림 옆에는 그가 남긴 "나는 내 시간과 활기차고 몹시 흥분되는 내 삶을 열렬히 사랑한다. 아, 삶은 그림보다 아름답다"라는 말이 (벽에) 새겨져 있었는데요. 그의 삶이 어떠했는지, 그가 자신의 삶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순간 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더군요. '나는 내 삶을 열렬히 사랑하고 있는가?'



모리스 드 블라맹크, 건널목



베르나르 뷔페, 노르망디 빌라


키스 반 동겐 외에도 모리스 드 블라맹크의 '건널목'과 베르나르 뷔페의 '노르망디 빌리', '라 로쉬로의 주변' 등의 작품도 마음에 들었는데요. '건널목'의 경우에는 강렬한 색감과 표현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작품들은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보는 것보다는 실제로 전시된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럴만한 가치도 있어 보이고요.


또, 전시 후반부에서는 영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 데이비드 마크의 '많은 호랑이'를 만날 수 있는데요. 작품 소개를 보면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그 작품의 소유자가 빅뱅의 태양(동영배)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인데요. 예술적 관심 때문인지 '제태크엔 역시 미술'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알 순 없지만, 미술사에 기록될 유명 화가의 작품을 소유하고 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P.S.

별다른 내용도 없었지만, 간단히 정리를 해보자면..미술관은 '평일에' '혼자' 가라. 그리고 나는 20세기 예술과는 거리가 먼 '중세적 인간' 혹은 '전근대적 인간'이다. 혹시 <20세기, 위대한 화가들 展>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9월 17일에 전시가 마감되니까 서두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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