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어느덧 헌혈 100회, 명예장을 받다

너의길을가라 2015. 11. 1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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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 30회를 하면 '은장', 50회를 하면 '금장'이 수여된다. 100회 이상 다회헌혈자에겐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것 말고는 별다른 이벤트(?)가 없었는데, 2015년 9월 1일부터 '적십자 헌혈유공장 명예장'이라는 것이 신설됐다. 사실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그래봤자 상장 비슷한 종이 한 장과 폼 안나는 포장(褒章)을 주는 것뿐이니까. 그래도 안 주는 것보다 나으려나?


지난 11월 9일 헌혈의 집을 찾았다. 100번 째 헌혈을 하기 위해서. 작년 말(2014. 12. 29.) 포스팅했던 낯간지러운 글(나의 헌혈 이야기, 작지만 꽉찬 뿌듯함을 선물 받다)에서도 썼지만, 올해 나의 목표 중 하나는 헌혈 100번을 채우는 것이었다. 작년 말부터 생활 패턴에 변화가 생기면서 생각보다 다소 늦어지긴 했지만, 계획했던 대로 올해 안에 끝낼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뭐, 덕분에 '명예장'도 받을 수 있게 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헌혈을 시작한 2010년을 기준으로 6년이 걸렸다. 전혈은 다시 헌혈을 하기까지 2달이 걸리지만, 성분헌혈(혈장과 혈소판)은 2주마다 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1년에 최대 24번의 헌혈을 할 수 있다. 4년하고도 2개월이면 100번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따져도 6년이면 꽤나 충실히 헌혈을 해온 셈이다. 혈액관리본부에 접속해서 나의 헌혈기록을 살펴봤다.


1. 


전혈: 8회 | 혈장: 81회 | 혈소판: 6회 | 혈소판혈장: 5회


2.

 

2006년 1회

2009년 1회

2010년 7회

2011년 19회

2012년 21회

2013년 20회

2014년 16회

2015년 13회


최근 10년 간의 기록만을 제공하기 때문에 그 이전의 기록은 찾을 수 없다. 물론 최근 몇 년의 기록이 내 헌혈 횟수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었다. 년도 별 헌혈 횟수를 보면 알겠지만, 난 사실 헌혈에 대해서 별다른 생각(오히려 부정적인 생각이 강했다)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뜨문뜨문 헌혈을 해야만 하는 상황(예를 들어 학교나 군대라든지)에 처했을 때만 팔을 내밀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2009년 말 친구를 따라(끌려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헌혈에 집을 찾았다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헌혈의 세상(?)에 뛰어들었다. 내가 헌혈을 100번이나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제는 찾을 수 없는, 그 친구 덕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후부터는 뭔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어쭙잖은 생각 때문에 꾸준히 헌혈을 하게 됐다. 


물론 '도움'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가급적 '혈장'보다는 '전혈'이나 '혈소판'을 하는 것이 좋았겠지만, 여러가지 여건상 그러지를 못했다. 헌혈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들은 앞선 글에서도 충분히 설명했기 때문에 생략하도록 하자. 해매다 마지막 헌혈을 하러 가서는 그동안 모았던 헌혈증을 기부하기도 했다. 모르겠다. 이런 것들이 결국 자기만족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게 바로 헌혈 100번을 하면 받게 되는 '명예장'과 '포장증'이다. '숭고한 인류애의 정신을 발휘'했다고 하기엔 참 민망할 따름이다. 그저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게 좋았기 때문에, 세상에 태어나서 조금이나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던 작은 생각으로 인한 것이었을 뿐이다. 어찌됐든 나의 헌혈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무언가 큰 의미를 찾고 싶진 않다. 그저 이러다보면 언젠가는 200회, 300회를 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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