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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엔딩으로 끝난 지상파의 연예대상? 두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너의길을가라 2016. 12. 3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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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연예대상 김종민

SBS 연예대상 신동엽

MBC 연예대상 유재석


지난 29일 'MBC 연예대상'에서 유재석이 대상을 수상하면서 2016년 지상파 방송 3사의 연예 대상이 마무리됐다. KBS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무려 9년이나 '외길'을 걸어온 <1박 2일>의 김종민이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한결 같았던 그의 공헌을 인정한 '전향적인' 결정이었다. 메인 MC도 아니고, 코미디언 출신도 아닌 '보통 사람' 김종민의 대상 수상 소식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SBS는 공채 1기 출신인 '개국 곡신' 신동엽에게 26년 만의 첫 대상이라는 기쁨을 선물했다. 뒤늦은 친정의 환대에 신동엽은 감개무량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MBC는 <무한도전>에 '버라이어티 부문 최우수상(정준하)',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뿐만 아니라 대상(유재석)까지 떠안겼다. <나 혼자 산다>, <라디오스타>, <복면가왕>, <진짜사나이> 등이 나름 선전하긴 했지만, 역시 <무한도전>의 존재감과 화제성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무한도전>은 'MBC 예능'이라는 한 부문을 넘어 '공영방송 MBC'의 마지막 자존심이라 할 만큼 전방위적으로 활약했다. 또 다른 '보통 사람' 정준하의 대상이라는 드라마가 쓰여지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결과적으로 '해피 엔딩'이었다.


이처럼 지상파 방송 3사의 연예 대상은 '받을 만한 사람'에게 돌아갔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만큼 무난했고, 또한 적절했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엔딩'은 아름다웠지만, '과정'에선 부족함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2016년 지상파 예능의 날씨는 '흐림'이었고, 2017년 기상도(氣象圖)에도 '맑음'을 언급하기 어렵다. KBS의 경우에는 <1박 2일>을 빼면 할 이야기가 없을 정도이고, MBC는 <무한도전>만이 꿋꿋이 제자리를 지켰다. <미운 우리 새끼>의 대박으로 한숨 돌린 SBS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2015년 MBC는 <복면가왕>,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 참신한 프로그램들을 선보이며 예능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지만, 올해는 <라디오스타>, <무한도전> 등 장수 프로그램에 기댄 채 심폐소생술을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경규와 김성주가 투입됐던 <능력자들>은 2%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소리소문 없이 종영했고, 재미와 감동을 모두 갖췄다고 평가받던 <미래일기>도 정규 편성 후 콘셉트의 한계를 이겨내지 못한 채 마지막 회 시청률 1.2%로 초라하게 퇴장해야 했다. 


KBS 예능은 '잔혹사'라고 불릴 만큼 어두운 한 해를 보냈다. 대표적인 장수 프로그램인 <출발 드림팀2>가 7년 만에 폐지됐고, <우리동네 예체능>도 3년 6개월 만에 시청자들의 곁을 떠났다. <나를 돌아봐>는 출연진들의 논란이 반복된 끝에 폐지됐고, 이서진과 노홍철이 합심했던 <어서옵show>도 어영부영 종영됐다. 그 외에도 이름도 기억하기 힘들 만큼 많은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소개됐지만, 어설픈 기획과 조잡한 내용으로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했다. 


SBS는 <판타스틱 듀오>와 <미운 우리 새끼>가 두각을 드러냈지만, <런닝맨> 멤버 교체를 둘러싼 소통 문제가 불거지면서 모든 신망을 잃어버렸다.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스타킹>을 비롯해서 <한밤의 TV연예>, <동상이몽> 등이 폐지 수순을 밟았고, 육아 예능의 끝물을 탔던 <오 마이 베이비>도 비판적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져야 했다. 연예 대상에서의 '훈훈한 마무리'와는 달리 2016년 지상파의 예능판은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또,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지상파 3사 연예대상에 '여자' 후보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최근의 예능이 '남자' 위주로 흘러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사실 과거에도 그러했다.) 여자 연예인(혹은 예능인)의 모습은 여타 방송들의 '게스트'나 '패널' 등에서 제한적으로 찾아볼 수 있고, SBS <불타는 청춘>, MBC <우리 결혼했어요>처럼 여자의 존재가 필수적(?)인 콘셉트에서나 가능하다. 그나마 여자들이 주축이 된 방송은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유일하다.


그렇다고 해서 '후보'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가장 아쉬운 후보는 역시 <자기야-백년손님>의 김원희다. 김종민이 <1박 2일>을 9년동안 지켜왔다면, 김원희도 <자기야>에서 7년을 활약했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김원희의 재치 있는 진행에 감탄하고 있고, 그의 성실함과 꾸준함을 칭찬한다. 29일 방송분이 6.6%로 하락하긴 했지만, 평균 7~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SBS 예능국의 든든한 효자 역할을 하고 있는 <자기야> 대한 홀대, 더 나아가 김원희에 대한 홀대는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다양성'이 상실된 2016년 지상파 예능을 돌아보면, 근본적으로는 신뢰감이 추락한 지상파의 구조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지만, 남자 위주의 예능이라는 한 축으로만 달려왔던 불균형 만든 균열이 엿보인다. 쉬운 선택들이 쌓이고 쌓이다보니 비슷한 방송 포맷이 반복될 수밖에 없고, 시청자들은 그 변화 없음에 질려가는 게 당연하다. 여성 예능인들의 노력도 뒷받침 돼야 할 테지만, 그에 앞서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 성취에 대한 균등한 분배(2015년 KBS 연예대상에서 이영자는 충분히 자격이 있었지만 외면받았다)가 이뤄지는 게 우선이다. 


2017년에는 예능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을까. 절치부심하고 있는 여자 예능인들의 도약이 가능할까. 지상파 방송사들은 그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까. 2017년에는 김미화(1990년, '코미디대상'에서 대상 수상), 박경림(2001년, MBC 연예대상에서 대상 수상), 이효리(2009년, SBS 연예대상에서 유재석과 함께 대상 수상) 이후 끊어진 여자 예능인의 '꿈'이 재현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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