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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받지 못한 '미스 마'와 '나인룸', 무엇이 문제일까?

너의길을가라 2018. 10. 1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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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이 뜨겁다. tvN <미스터 션샤인>의 열기(시청률 18.129%)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세 편의 드라마의 경쟁이 열기를 띠고 있다. 이유리를 앞세운 MBC <숨바꼭질>이 막장의 힘을 과시하며 우위를 선점(11.2%)한 상황에서 지난 10월 6일부터 두 편의 드라마가 새롭게 선을 보였다. SBS 토요 드라마 <미스 마: 복수의 여신>과 tvN 토일 드라마 <나인룸>이 그 주인공이다. 


<미스 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추리 소설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명탐정 소설 『미스 마플』이 원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또, '미드' <로스트>, <미스트리스>에 출연하며 글로벌 배우로 자리잡은 김윤진의 국내 드라마 복귀작으로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정웅인과 고성희가 합류하며 기대를 모았다. 전작인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의 시청률(12.7%)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도 관건이었다.


시청률의 추이를 살펴보면 5.8%(1회)-7.3%(2회)-8.3%(3회)-9.1%(4회), 5.3%(5회)-6.1%(6회)-6.3%(7회)-6.6%(8회)로, 첫 주에 비해 시청률이 다소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4회에서 최고 시청률 9.1%까지 치솟았지만, 그 흐름을 이어가지는 못한 점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안정적인 시청층을 확보했다는 점만큼은 긍정적인 신호다. 문제는 확장성일 텐데, '추리'가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청층 유입이 어렵다는 건 숙제다.



사정이 녹록지 않은 건 <나인룸>도 마찬가지다. 냉정히 말하면 상황이 좀더 나쁘다. 첫회에서 6.155%로 화끈한 첫발을 내딛었지만, 2회 5.413%, 3회 4.8%로 점차 보폭이 좁아지고 있다. 물론 4.8%라는 시청률을 '낮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케이블이라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다만, 흐름 자체가 하락세를 타고 있다는 점은 심상찮다. 그건 기대했던 '무언가'를 찾지 못한 시청자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신호일 테니까 말이다. 


<나인룸>은 JTBC <품위있는 그녀>를 통해 확실한 흥행 배우로 자리잡은 김희선과 '국민 엄마'를 넘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는 '연기의 신(神)' 김해숙을 투톱으로 내세우며 시선몰이에 성공했다. '영혼 체인지'라는 소재가 흥미를 끌기도 했다. 분명 <미스 마>에 비해 화제성은 있어 보이지만, 처음 내딛었던 위치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문제가 뭘까? 우선, 냉정히 말해서 두 드라마의 완성도가 그리 높지 않다. <미스 마>의 경우에는 딸을 죽인 살인범(으로 몰린) 마지원(김윤진)이 진범을 찾기 위해 탈옥을 감행하고, 이를 형사 한태규(정웅인)가 집요하게 쫓는다는 설정 자체는 흥미로웠다.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짜릿짜릿한 긴장감이 첫주의 높은 시청률을 이끌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배경이 '무지개 마을'로 옮겨지고, 소설가로 신분을 위장한 채 숨어 지내고 있는 마지원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풀어나가면서 긴박감이 많이 사라져 버렸다. 이야기의 흐름이 깨졌다고 할까. 게다가 이야기가 정리되지 않은 채 복잡하게 흘러가는 바람에 뒤죽박죽된 느낌이 강하다. 시청자들 역시 '헷갈린다'는 반응이 다수다. 게다가 조연들의 연기도 작위적이고 어색해 몰입이 방해된다는 지적이 많다.



<나인룸>도 마찬가지다. 사형수 장화사(김해숙)와 변호사 을지해이(김희선)의 영혼이 바뀐다는 설정 자체는 흥미를 유발했지만, 진짜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시청자들은 장화사를 보면서 '장화사의 몸에 을지해이의 영혼이 들어가 있는 거지.'라고 생각해야 하고, 을지해이를 보면서는 '아, 김희선이 김해숙인양 연기를 하는 거지?'라고 떠올려야만 한다. 일종의 세뇌 작업을 해야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니 헷갈릴 수밖에 없다. 드라마에 집중할라치면 채 마치지 못한 세뇌 작업 때문에 몰입이 깨져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영혼이 바뀐 것에 비해 그 차이가 뚜렷하지도 않다. 연기의 변화라고 하면 '목소리의 톤' 정도인데, 그 정도로 영혼이 바뀌었다고 말하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34년 동안 감옥에 있었던 장화사가 너무도 완벽하게 현실에 적응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드라마니까'라고 넘기기엔 아쉬운 부분이다.


이렇듯 세밀한 부분에서 헛점이 보이기 시작하자 드라마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분명 배우들은 열연을 펼치는 것 같지만, 뭔가 어색한 느낌을 줄기차게 받게 된다. 결국 이야기를 통해 풀어갈 수밖에 없다. '모성'과 '추리'를 무기로 내세운 <미스 마>와 서로의 몸을 차지하기 위한 두 여성의 사투를 그려나갈 <나인 룸>이 초반의 엉킴을 풀고 약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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