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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미운 우리 새끼>, 그런데 김제동은 왜 삭제됐나요?

너의길을가라 2016. 9. 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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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운 오리 새끼(X), <다시쓰는 육아일기! 미운 우리 새끼>가 '맞는' 이름이다.


지난 2일 방송된 SBS <다시쓰는 육아일기! 미운 우리 새끼> 2회는 시청률 7.2%를 기록(닐슨코리아 기준)했다. 첫 회 6.7%에 비해 0.5%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같은 계열의 '관찰 예능'인 MBC <나 혼자 산다>를 제치고, 2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한마디로 잘 나간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왜일까? 그 이유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김제동이 보이지 않는다.'


<미운 우리 새끼>는 지난 7월 20일 파일럿으로 처음 전파를 탔다. 당시에는 생후 581개월 김건모, 508개월 김제동, 438개월 허지웅으로 라인업이 꾸려졌다. 미혼으로 살아가는 아들의 '사생활'을 관찰하는 엄마들의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졌고, 시청자들은 '아들'과 '엄마'를 동시에 관찰하는 이 예능에 흥미를 보였다. 이를테면 <나 혼자 산다>의 진화형(혹은 영리한 베끼기)이라고 할까? 



▶ 7월 20일 <다시쓰는 육아일기-미운 우리 새끼> 파일럿 첫 방송 : 김건모 - 김제동 - 허지웅 

▶ 8월 26일 <다시쓰는 육아일기-미운 우리 새끼> 1회 방송 : 김건모 - 허지웅 - 박수홍


약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정규 편성된 <미운 우리 새끼>엔 '박수홍'이 새롭게 합류했다. 그리고 김제동이 사라졌다. 스튜디오 전체를 비추는 카메라에 김건모, 김제동, 허지웅, 박수홍 4명의 출연자가 함께 나와 있는 사진이 보이는 걸로 봐선 김제동 대신 박수홍이 긴급 투입됐다고 보긴 어렵다. 게다가 네 명의 엄마들이 함께 앉아 있지 않은가? <미운 우리 새끼> 측은 애초부터 4인 체제를 구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제동의 엄마는 계속해서 방송에 등장한다. 중간에 한마디씩 거들기도 한다. 그런데 김제동만 없다. 1회에서 김제동의 분량이 나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2회 초반에 김제동이 배치됐을 일말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기다렸다. 역시나 그런 일은 없었다. 김제동은 2회 전체에 한 컷도 등장하지 않는다. '다음 이야기'에도 없었다. 이쯤되면 결론을 내려도 무방할 것 같다. 김제동은 삭제됐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국가안보라는 것은 무엇인가. 헌법 제1장 1조를 보면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네 공화국의 뜻이 뭘까요. 함께 쌀을 나누어 먹는 나라이다. 이것이 민주공화국의 원래 뜻입니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쌀을 나누어 먹지 못하고, 밥을 나누어 먹지 못하고 아스팔트 위에 앉아 있도록 만들어 놓는다면 헌법 제1조 1항 위반입니다." (김제동)


파일럿이 방송되고 첫 회가 방송되기까지 약 한 달.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한 가지 단서가 있다. 지난 8월 5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그날, 경북 성주 군청 앞 광장에는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 촛불집회'가 열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김제동이 참석했다. 단지 참석만 한 것이 아니라 군중 앞에서 '연설'도 했다. 그는 '대한민국 헌법'을 근거로 '사드 배치의 위법성'을 조목조목 지적했고, 이 논쟁을 종식시킬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기도 했다.



"외부세력은 어떤 것이 외부세력이냐, 여기 주민등록이 성주로 되어있지 않은 사람은 모두 외부세력이다라고 이야기하면, 대통령도 여기 성주로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고, 국무총리도 주민등록이 여기 성주로 되어있지 않고, 국방부 장관도 여기 주민등록증이 성주로 되어있지 않다면, 그들이 성주의 일에 관해서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 다시 말해서 그들이 외부세력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김제동)


김제동의 성주 연설을 두고, 새누리당은 '선동'이라 비난했다. "일부 연예인 등이 직접 성주에 가서 대통령 비방에 열을 올리며 노골적인 선동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새누리당 지상욱 대변인의 말이다. 같은 당의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주 방문 김제동 '대통령도 외부세력', 요즘은 대한민국 대통령을 외국인이 뽑는 모양이죠? 이토록 지독한 편견을 가진 사람이 공중파 방송의 진행자를 맡는 건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며 김제동을 방송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그 다음에 이렇게 이야기해 놓고 나는 겁 안 나는 줄 압니까. 내 억수로 겁납니다. 내 어디서 세금으로 털지, 여자로 털지 억수로 겁납니다. 그래도 죽을 때 이런 이야기 안 하면 쪽팔릴까 봐 그럽니다. 아니 주인이 4만5000명이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주인이 선임한 공무원이 듣지 않을 수가 있냐 이겁니다. 희한한 일 아닙니까." (김제동)


쪽팔림을 거부하고 자신의 소신을 당당히 말하기로 했던 김제동의 '걱정'은 당장 현실로 다가왔다. 방송에서 김제동은 삭제됐다. 방송사는 그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 어쩌면 일방적 편집보다 더 놀라운 건, 모르쇠로 일관하는 침묵인지도 모르겠다. 정치적인 이유로 김제동의 발언을 '반대'할 수 있을진 몰라도, 적어도 김제동의 연설에서 '위법성'이나 '논리적 모순'을 찾을 순 없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의 헌법과 오로지 팩트에 근거해 발언했고, 그건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못할 짓(혹은 하지 말아야 할 짓)이라 볼 수 없다. 그런데 그것이 '족쇄'가 되어야 할까? 그의 발언 중 잘못된 부분이 있거나 의견이 다른 내용이 있다면 '논쟁'을 하면 될 일이다. 방송인에게서 '방송'을 빼앗을 일이 아니란 얘기다. 

"김제동 분량의 편집은 김제동의 '사드 배치 반대' 발언과 관련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SBS 측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김제동 삭제'가 한낱 일반 시민은 감히 예측도 못할 '윗선'의 지시이든, 아니면 방송사 측의 알아서 기는 비굴함에 의한 것이든 간에, 정상적인 사회에서 벌어질 상식적인 일이라고 보기 어려운 건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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