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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과 변화, '해피투게더'와 '슈가맨'의 엇갈린 행보

너의길을가라 2015. 10. 2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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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재석

2. 변화


이 두 가지 키워드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두 개의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KBS <해피투게더>와 JTBC <슈가맨>이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개편'과 '정규 편성'을 통해 시청자들을 새롭게 만났지만, 반응은 다소 극명하게 엇갈린다. <해피투게더>가 식상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면, <슈가맨>은 재미있었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무엇이 그러한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일까?



● 유재석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따끔한 이야기들을 해주셨다. 이전에 <해피투게더2>에서 <해피투게더3>로 넘어올 때도 굉장히 오랜 시간동안 비상체제로 운영됐었다. 당분간 다시 여러 가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저를 포함한 모든 것을 다 비상체제로 전환하겠다. 지난 주에 이어 이번주 역시 시청자 분들의 따끔한 충고를 새겨듣겠다" (유재석)


유재석이 대한민국 최고의 MC라는 사실엔 이견(異見)이 없다. 하지만 그가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모두 최고라고 말할 수는 없다. 전설의 반열에 오른 <무한도전>을 제외하면, 성적표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SBS <런닝맨>도 해외에선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선 유치하고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 않던가? 


유재석이 독보적인 진행능력과 탁월한 성실함으로 자신의 맡은 프로그램을 평타로 이끌긴 하지만, '하드캐리(Hard Carry)'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최근 JTBC의 예능이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는 인재 유입으로 인한 참신한 콘텐츠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고루한 지상파에선 감히 시도할 수 없었던 아이디어들이 종편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허락되었기 때문이다. 



● 7년 만의 개편, <해피투게더>는 여전히..


MC의 존재도 중요하지만, 결국 핵심은 '콘텐츠'와 MC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끌어 낼 '포맷'이다. 유재석을 보유하고 있는 <해피투게더>가 7년 만의 개편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 두 가지가 모두 시청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변화는 좀더 빨리 이뤄졌어야 했다. 늦은 변화만큼 과감성이 필요했지만, 이마저도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가장 큰 변화는 MC와 패널의 교체다. 박미선과 김신영이 빠지고, 전현무와 김풍이 합류했다지만 어차피 이들의 역할은 한정적일 뿐이다. 사우나 복을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자리에 앉아서 토크 위주로 구성됐던 정적인 포맷은 자리에서 일어나 활기차게 움직이는 동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콘텐츠 면에서는 '100물 100답'과 '애매모물(애매모호한 물건의 정리)' 코너를 준비했지만 웃음을 주기엔 약했다.



더욱 큰 문제는 모든 것이 '유재석의 OO'으로 귀결되어 버린다는 점이다. 유재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방송 포맷은 개편 이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만큼 유재석이라는 존재가 절대적이라는 방증이겠지만, 이런 반복적인 스타일은 토크쇼를 요즘 같이 다양한 콘텐츠의 예능 프로그램이 즐비한 때에 시청자들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줄까? 


차라리 유재석의 홀로서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것은 이러한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유재석과 아이들'에 대한 식상함을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유재석의 홀로서기이거나 유재석과 맞불을 놓을 수 있는 또 다른 MC의 존재이다. 유희열이라는 카드를 내세운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는 그런 의미에서 영리한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슈가맨>, 유희열 그리고 100명의 방청객


지난 8월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이란 이름으로 첫 선을 보였을 때, 어수선하고 어정쩡한 포맷으로 혹평을 받으며 정규편성의 가능성을 의심받았었다. 하지만 약 2달 간의 재정비를 거친 <슈가맨>은 그 이름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이 달라져 있었다. 우선, 1990년대 반짝했던 가수를 중점으로 섭외한다는 방침은 시대 불문으로 바뀌었다. 그랬기 때문에 '잊었니(2003년)'를 부른 H(현승민)의 출연이 가능했다. 


포맷적인 부분에서는 슈가맨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유치찬란했던 VCR을 과감하게 뺐다. 지루한 도입부를 빼면서 몰입도를 높인 것이다. 선택과 집중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결정적인 변화는 '방청객'이다. 20대부터 50대까지 100명의 방청객은 <슈가맨>이 '공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방청객들의 불빛으로 노래에 대한 세대별 인지도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은 흥미로웠다. 



또, 방청객과의 소통에 있어 특화된 두 명의 MC의 능력도 빛을 발하게 됐다. <무한도전>, <나는 남자다> 등의 방송을 통해 유재석이 시민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지 확인하지 않았던가? 유희열도 KBS <스케치북>에서 방청객을 좌지우지하며 능숙한 진행 능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 두 사람이 방청객과 호흡하는 시간이 생기면서, <슈가맨>은 짜임새뿐만 아니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다만, 과거에 사랑받았던 원곡을 트랜드에 맞게 리메이크하는 '역주행 송'에 대한 반응은 엇걸리는 편이다. 이 때문에 원곡 가수뿐만 아니라 역주행 송을 부른 아이돌 가수까지 애매한 포지션에 놓이게 되는 측면이 있다. 차라리 원곡 가수의 경우에는 <복면가왕>에 나가는 편이, 아이돌 가수의 경우에는 <불후의 명곡>에 나가는 쪽이 더 실리를 챙키는 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부분은 앞으로 <슈가맨>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유재석'과 '변화'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설명이 가능한 <해피투게더>와 <슈가맨>의 엇갈리는 행보는 앞으로 예능 프로그램이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동시에, 대한민국 최고의 MC 유재석에게도 숙제를 안기고 있다. 수 년동안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안정적인 위치를 지켜왔던 유재석에게도 어쩌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종편 출연이라는 과감한 선택을 했던 만큼, '유재석'이라는 브랜드에 있어서도 혁신적인 변화를 모색해보는 건 어떨까? 물론 여전히 그는 최고의 MC이지만, 앞으로도 그가 계속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 팬의 마음이기도 하다. 숙제는 유재석만 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예능계에도 과제가 주어졌다. MC만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젠 '콘텐츠'와 '포맷'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해피투게더>의 실망스러운 개편은 이것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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