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왜곡 수사에 이은 조의금 착복! 대한민국 군대, 정말 기가 차다!

너의길을가라 2014. 2. 2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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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중에 '기가 차다'는 표현이 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말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쓰는 관용구이다. 군부대에서 의문사한 병사의 장례 조의금을 부대 간부와 헌병, 기무사 요원 등이 횡령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필자는 그 어이없음에 정말이지 할 말을 잃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기가 찬' 일이었다. 



- <시사IN>에서 발췌 - 


지난 2011년 12월 4일,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 00여단 본부중대에는 정말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부대 소속 소총수이던 김OO 일병(22)이 부대 화장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것이다. 군은 김OO 일병의 사망 이유를 자살로 파악하고, 유족들에게 이를 통보했다. 한 명의 병사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통해 세상을 떠났지만 상황은 매우 신속히 정리됐다. 당시 이 사건은 제대로 보도조차 되지 않았다. 사건 발생 이틀 후인 12월 6일 김OO 일병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장례식 기간동안 접수된 조의금은 동료 병사들의 모금액 158만 5000원과 유족 측의 일반 조문객들이 낸 140만원을 합쳐 총 298만 5,000원이었다. (이 부분을 잘 기억해두길 바란다. 잠시 뒤에 다루게 될 테니까)


그런데 김OO 일병의 사인(死因)은 무엇이었을까? 정확히는 군이 파악한 김OO 일병의 사인 말이다. 헌병대는 김OO 일병이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대인기피증을 보이는 등 자살 우려가 있던 병사였다고 하면서 의지박약으로 인한 자살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 마디로 '이상한 애'였다는 것이다. 군대 내에서 자살하는 병사가 나올 대마다 군은 이런 태도로 일관해왔다. 군대의 문제가 아니라 특이한 개인의 잘못이라고 책임을 미뤄왔다. 과연 이것이 사실일까? 이것이 실체적 진실일까? 




-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죽은 김OO 일병의 아버지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 의문은 두 가지였는데, 아들의 죽음에 대한 실체적 진실과 사라진 조의금의 행방이 바로 그것이었다. 아버지로서 자살 우려가 있던 병사였다는 군의 설명이 믿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어느 부모가 군의 간단한 통보를 듣고, '내 아들이 이상한 애라서 군에서 자살을 했네'라며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가? 설령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보이는 등 자살 우려가 있었다는 군의 설명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무슨 까닭으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보였는지에 대한 이유 말이다.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그 진짜 이유 말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김OO 일병의 아버지의 진정을 받고,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 00여단 본부중대에 대한 정밀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기가 찬' 사실들이 밝혀졌다. 우선, 국민권익위원회가 밝혀진 김OO 일병의 사망 원인은 군이 밝힌 것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김OO 일병의 자살의 이면에는 선임병의 폭언과 잠 안 재우기 고문 등 가혹행위가 있었다. 또, 지휘관의 관리 감독 소홀도 원인 중의 하나였다. 결국 김OO 일병은 군의 발표처럼 '이상한 애'

라고 목을 맨 것이 아니었다. 김OO 일병을 죽게 만든 건 '이상한' 군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장례 과정에서 모인 조의금이 유족에게 전달되지 않고, 부대 간부들이 횡령했다는 것이다. 착복(着服)한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조의금을 회식비로 쓸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OO 일병의 조의금은 대대장(30만 원)과 여단 주임원사(80만 원), 통신 중대(10만 원)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갔고, 나머지 조의금도 부대 간부들의 회식비로 사용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조의금 착복에는 김OO 일병의 사망 사건 수사를 맡았던 수기사 헌병대(20만 원)와 기무사 파견 기무반장(10만 원)도 연루됐다. 공범을 더 많이 만들 필요가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 대한 보너스였을까? 



- 소집된 국민방위군, 위키백과에서 발췌 -



대한민국 군이 저지른 '착복'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대한민국 군은 희대의 착복 사건을 저지른 전력이 있다. 바로 국민방위군 사건이다. 6·25 전쟁 당시 중공군 개입으로 전세가 역전되고 위기에 처하자, 이승만 정부는 만 17세 이상 40세 이하 장정들을 국민방위군에 편입시키는 특단의 결정을 하게 된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 수십 만 명의 피 끓는 장정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었다. 문제는 이들에게 지급할 군수물자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던 것인데, 그 이유는 바로 고위 장교들의 착복 때문이었다. 추위를 막을 군복조차 지급되지 않았고, 제대로 된 식사는 구경할 수도 없었다. 결국 당시 집계로 30만 명에 이르는 장정들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 숫자는 당시 집계일 뿐이니,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는지는 짐작할 수도 없을 정도다.



- <연합뉴스>에서 발췌 - 


너무 옛날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니냐고? 그렇다면 묻고 싶다. 과연 지금의 대한민국 군은 투명해졌는가? 군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국방 예산이 무려 34조 원이나 되지만, 그 많은 국방비가 어디로 흘러들어가고 있는지 국민들은 알 수 없다. 막연히 잘 쓰고 있겠지, 라고 생각하겠지만 생각보다 허투루 쓰이고 있는 돈이 대부분이다. 34조 원 중 병사들에게 쓰이는 돈은 고작 2조 원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병사들의 복리 증진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지난 연말에는 군 부대의 수통이 6.25 사용됐던 제품이 여전히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또, 군 장병들에게 배급되는 우유의 양을 줄이려고 하다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군대 매점 납품 비리가 드러나기도 했다. 과연 지금의 군이 그 옛날과 비교해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가?



- <노컷뉴스>에서 발췌 - 


투명하지 않은 군대가 부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군대도 자체적으로 개혁을 시도하곤 한다. 매번 하겠다곤 한다. 문제는 비리는 더욱 갈수록 더욱 늘고, 군대 내 자살률은 계속 높아져만 간다는 것이다. 군대가 정말 변화하려면 이젠 '그들만의 리그'에서 탈피해야 한다. 더 이상 '셀프 개혁'에 맡겨선 안 된다.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언제나 그렇듯 매번 같은 대답을 늘어 놓는다. 자체 조사를 통해 자체 징계를 하고, 자체 개혁을 하라고 주문한다. 


과연 군대가 자신들을 투명하게 국민 앞에 내놓을 수 있을까? 이번 사건에 국한시켜서 보더라도, 권익위는 김OO 일병과 관련된 왜곡 수사와 조의금 착복 등과 관련해서 당시 여당장 등 관련자들을 징계 및 형사처벌할 것을 권고했다. 과연 군이 제대로 된 징계와 형사처벌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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