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톺아보기

오정태 양말까지 신겨주는 백아영, 시청자들은 분통 터졌다

너의길을가라 2018. 11. 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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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를 볼 때마다 ‘대본이 있는 거 아니야?’라는 의혹을 가지면서도 ‘차라리 대본이 있어서 저들은 그저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 많은 시청자들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믿을 수 없는 광경 앞에 ‘연출’ 또는 ‘악마의 편집’일 거라 믿고 싶어한다. 그만큼 부조리한 상황과 관계들이 나열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건 그건 대부분(을 넘어 모두) 며느리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다.

그런데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보여주는 그 상황과 관계들이 현실과는 완전히 괴리된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미디어 평론가 김선영은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를 보면 “한국 가족제도의 불합리한 민낯이 낱낱이 드러”날 뿐더러, “기존의 가족 예능이 얼마나 판타지였.”는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한다. 간혹 상식 밖의 놀라운 일들이 터지긴 하지만, ‘아내’와 ‘며느리’에게 가해지는 폭력적 압력은 한국 가족제도의 변함없는 상수다.

“안 먹으려고 해서 그래요. 과일을 안 먹어요.”

외출을 앞둔 오정태는 약속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으나 소파에 누워 뭉그적댔다. 백아영은 그런 남편을 보채는 한편, 과일을 깎아 오정태의 입안에 넣어줬다. 과일을 먹기 싫어하는 오정태를 어르고 달래가며 먹였다. 그럴 수 있는 일이라 치자. 백아영은 오정태가 세수를 하러 가자 화장실까지 따라가 ‘세수하는 방법’에 대해 잔소리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일거수 일투족을 체크하고,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세세히 챙겼다.


정말 충격적인 장면은 그 다음부터였다. 백아영은 외출 준비에 바쁜 오정태의 발에 직접 양말을 신겨줬다. VCR을 지켜보던 이현승(을 비롯한 며느리들)은 ‘뜨악’한 표정을 지었고, 이지혜는 “왜요, 왜?”라며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현우는 “돌 때 엄마가 해준 거 이후로..”라며 놀라워했다. 그런데 정작 백아영은 “양말 안 신겨줘요?”라며 웃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는 그 반응에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그들의 관계는 ‘남편과 아내’라기보다 ‘엄마와 아들’에 가까웠다. 백아영은 미취학 아동을 다루듯 남편을 대했고, 오정태는 어린애가 엄마에게 응석을 부리듯 아내에게 의존했다. 독립적인 인격체 간의 만남이라고 볼 수 없었다. 그들은 서로를 그런 방식으로 ‘길들여’ 온 것이었다. 시청자들은 이 장면에서만큼은 오정태뿐만 아니라 백아영에게’도’ 분노했는데, 그건 백아영의 행동이 심히 미련하고 답답해 보였기 때문이리라.

설령, 오정태의 행동이 굼뜨고 미덥지 못하다고 하더라고, 어린애를 다루듯 ‘엄마’ 역할을 도맡는 건 건강하지 못한 관계 설정이다. 물론 과거부터 사회문화적으로 여성에게 ‘엄마’의 역할이 강요된 측면이 있고, 그런 교육이 공식적으로나 (가정 나에서) 비공식적으로 이뤄졌던 탓도 있겠지만, 여성도 그 틀을 깨야 할 변화의 주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남성 못지 않게 여성도 달라져야 한다.

"정미(시누이) 집 가면 좀 청소 좀 도와주고 가야지."
"청소요?"
"청소해야 돼, 지금. 아니, 지금 화장실 청소도 안 해놔서 심란할 것이다. 너 저번에 청소해 주니까 좋아하더라. 너 청소하기 싫어?"


시어머니는 시누이 집 청소에 며느리 백아영을 동원하는 걸 당연하다고 여긴다. "해줘야지, 네가. 누가 해주겠냐. 네가 해줘야지."라고 말하는 시어머니의 안하무인한 태도에 백아영은 당황스러워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명백한 노동력 착취였다. 시어머니는 자신의 딸에는 한없이 관대했으나, 며느리에겐 밑도 끝도 없이 무지막지했다. 또, 전업주부인 백아영을 ‘집에서 논다’며 비하했다.

당연히 백아영의 입장에선 불쾌할 수밖에 없다. 시어머니의 언행은 아무리 ‘옛날 사람’이라 해도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었다. 백아영은 "막 부리신다, 그런 느낌?"을 받았다며 서운함을 내비쳤다. 그동안 아내를 끊임없이 부려 먹었던 오정태’조차’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알고는 있었는데 직접 보니까 이건 아닌 거 같아요. 어머니랑 누나한테 따끔히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요.”라며 정색했다.

한국 가족제도에서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남성들이 달라져야 한다는 대전제는 변함이 없다. 가부장제의 불합리한 가족 문화는 여성을, 며느리를 한없이 작아지게 만든다. 시키는 대로 무조건 해야 할 것 같고, 이를 거절하거나 싫은 내색을 하면 미움을 받을 거라는 불안감을 심어준다. 백아영의 행동들은 그런 무언의 압박들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 역시 길들여진 것이다.

그런 부분들을 십분 이해하지만, 여성들도 조금씩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 (당장 시어머니부터 달라져야 하지만, 변화를 기대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시어머니의 잘못된 요구에 대해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표현하고, 불쾌한 부분들이 있다면 그에 대한 적정한 반응을 고민해야 한다. 물론 혼자서는 힘든 일이기에 남편 오정태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여성이 스스로를 변화의 주체로 인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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