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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이야, 토론회야? 초시계야, 사회자야? 손석희의 토론회는 좀 다를까?

너의길을가라 2017. 4. 2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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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성폭력 범죄를 공모한 후보를 경쟁 후보로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국민들의 자괴감과 국격을 생각할 때 홍준표 후보는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오늘 홍준표 후보와는 토론하지 않겠습니다. 국민 여러분들의 양해를 구합니다."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는 홍준표 후보와는 아예 말도 섞지 않겠다며 국민들의 양해를 구하며 토론회를 시작했다. 한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제가 갑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 "제가 MB 아바타 입니까?"라며 거듭 물으며 '인증'을 요구하기도 했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각종 '음해'를 한번에 풀겠다는 '의욕'이 담겨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우스꽝스러운 모양새가 된 건 그야말로 '안습'이었다. 토론을 지켜보던 유권자들의 머릿속엔 '갑철수, MB아바타'라는 두 단어만 더욱 공고히 자리잡게 됐다.



안철수 후보의 톡톡 튀는 활약(?)은 계속 됐다. 박지원 대표의 '평양 대사' 발언을 물고 늘어지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겐 "참, 그만 좀 괴롭히십시오.  아우, 유 후보님, 실망입니다."라는 감정적 대응을 하며 오히려 유 후보를 당황시키기도 했다. 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는 거듭해서 '사퇴하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얼굴 보지 않고 말씀드리겠습니다."고 면박을 줬다. 마지막까지 "카메라 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그의 모습은 약간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속시원한 대목이었다. 


▲ TV 토론회 시청률 추이

1차 토론회(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 : 1부 11.6%, 2부 10.8%

2차 토론회(2017 대선후보 KBS 초청 토론회) : 26.4%

3차 토론회(중앙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 : 38.477%


'예능적' 재미가 제법 쏠쏠했던 <중앙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3차 토론회)는 시청률 면에서도 대박을 쳤다. 지상파 3사를 포함해 무려 7개 채널에서 동시 방영했기 때문일까. 총 38.477%(KBS 1TV 11.3%, SBS TV 9.4%, MBC TV 6.2%, MBN 4.256%, TV조선 2.884%, 연합뉴스TV 2.724%, YTN 1.713%)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 13일 SBS와 한국기자협회가 공동 주관했던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 1부 11.6% · 2부 10.8%와 19일 방송됐던 KBS1 <2017 대선후보 KBS 초청 토론회> 26.4%보다 상승했다.


'장미 대선'이 목전까지 다가오는 상황 속에서 국민적 관심은 점차 집중되고 있고, '몰입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미 지지 후보를 확고히 정한 유권자들도 있겠지만, 여전히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는 유권자도 상당수다. 21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동층은 12%으로 나타났는데 이례적으로 그 수치가 늘어나고 있다. 또, <중앙일보>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TV토론을 시청했거나 뉴스를 접한뒤 지지후보를 바꿀 생각이 들었다'는 응답은 20.4%에 달했다. 


그만큼 TV토론회의 영향력은 커졌다. 그 중요성을 굳이 부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유권자들의 판단에 도움을 줘야 할 토론회의 '질'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마치 누가 더 토론을 못하는지 겨루는 코미디 쇼를 보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정해진 주제를 무시하고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건 예사일이고, 말을 끊고 화를 내는 장면도 심심찮게 눈에 띠었다. 토론의 기본 태도조차 갖추지 못한 것이다. 네거티브(가 아니라지만)와 색깔론이 비전과 정책을 가로막았고, 토론을 지켜보는 유권자들은 그 한심함에 한숨만 내쉬어야 했다.



"후보자 별로 남아 있는 시간을 볼까요? 유승민 후보 3분 32초, 안철수 후보 8분 33초, 홍준표 후보 10분 11초, 문재인 후보 5분 18초, 심상정 후보 5분 31초가 남아 있습니다. 시간에 유념하면서 토론해주시기 바랍니다."

"문 후보님, 한 가지 답변 안 하셨습니다."


"이거 발언권 얻어서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손 드십시오."


"모든 후보님들이 발언을 신청하셨는데요. 지금 현재 남아 있는 시간이 제일 많으신 후보가 안철수 후보입니다. 안철수 후보 발언하시겠어요?"


물론 후보자들만의 '잘못'은 아니었다. 후보가 난립한 상황이라든지 시간총량제 도입, 엉성한 규칙 등 '환경적 요인'의 영향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목숨을 건 '경쟁'의 한복판에 놓인 그들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때로는 유치한 '감정 싸움'을 벌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사회자'가 필요한 것이고, 그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지난 3차례 토론회에서 사회자들은 어떠했는가. 참으로 일관되게 '초시계' 역할에 머물렀다.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그럴 능력도 의지도 없어 보였다.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사회자가 자신의 역할을 축소 또는 최소화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안드로메다'로 향하는 TV 토론회를 연달아 보면서 사회자의 '역할'과 그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됐다. 그렇다면 '손석희 앵커'가 등판하는 JTBC '2017 대선후보 토론회'(4차 토론회)는 다를까. 경제불평등 심화, 사회 양극화 해법, 한반도 안보 등 정책 이슈를 다루게 될 이번 토론회는 독특하게 '원형 테이블'에 앉아서 진행하게 된다



상대방을 마주 보며 질문과 답변을 나누게 된다면 더욱 활발한 토론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공개된 자리 배치를 보면, 안철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가 옆자리에 앉게 돼 안 후보가 시선처리로 고심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또, 주도권 토론에서 한 후보가 질문의 대상을 정하도록 하되, 1명이 아니라 3명을 지명하도록 해 특정 후보에게 질문이 쏠리는 현상을 막겠다고 한다. 의미도 효과도 없었던 '스탠딩 토론'을 비롯해 그동안의 토론회에서 노출된 문제점들을 보완한 것이다. 형식의 변화를 통해 내용을 바꿔보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토론회에 기대가 큰 이유는 '손석희 앵커'의 존재 때문일 것이다. 과거 MBC <100분 토론>(2002~2009)에서 보여줬던 사회자로서의 그의 모습은 '대체 불가능'이라 할 만큼 압도적이었다. 그는 특유의 카리스마와 기계적 중립성을 뛰어넘는 공정함을 보여줌으로써 서로 다른 성향과 입장을 가진 패널과 시청자들을 만족시켰다. JTBC에서 진행했던 수 차례의 토론회에서도 그의 진가는 여전히 발휘됐다. 사회자의 권한과 영향력을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활용했고, 그의 '개입'은 토론의 방향과 질을 향상시키곤 했다. 


25일 저녁 8시4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될 JTBC '2017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각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열고 그 안으로 깊이 파고들 수 있을까. 또, 그동안 '초시계'에 머물렀던 사회자에 대한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손석희 앵커는 털어낼 수 있을까. 부디 수준 있는 양질의 정책 토론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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