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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2016 무한상사', 정극 도전마저 성공했다!

너의길을가라 2016. 9. 3.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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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돈의 <무한도전> 하차는 프로그램 자체에 숫자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큰 타격이었지만, 제작진으로서는 정형돈이 유독 돋보였던 '무한상사'와 '무한도전 가요제'를 당장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눈앞이 막막했으리라. 2년 주기로 기획하는 가요제는 내년의 일인지라, 어차피 '내일'이 아니라 '오늘'을 바라보며 달려가는 <무한도전>에겐 머나먼 일이었을 것이다. 



눈앞의 '무한상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 더군다나 '캐릭터'가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무한상사'가 아니던가? 길의 비중이야 원래 적었다지만, 노홍철에 이어 '생활 연기의 달인' 정형돈의 이탈은 '무한상사'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누수(漏水)였다. 이와 같은 캐릭터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영리한 <무한도전> 제작진의 선택은 '정극(正劇)' 도전이었다. 놀랍긴 하지만, 이 흐름은 체계적이라 할 만큼 설득력이 있었다. 


'도전'에 방점이 찍혀 있는 <무한도전>의 행보는 '무한상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2011년 야유회 형식의 콩트로 첫 선을 보였던 '무한상사'는 점차 발전을 거듭해 2013년에는 8주년을 맞아 '무한상사'에 '뮤지컬' 형식을 덧입히기도 했다. 따라서 '정극'을 취하는 건, 또 하나의 도전이자 '진보'라 할 만 하다. 그 결과가 무엇이든 간에, <무한도전>은 '도전'이라는 '자아'에 부합하는 선택을 한 셈이다.



tvN <시그널>, SBS <싸인>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의 합류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반가운 소식이었다. 또, 영화 감독 장항준이 연출을 맡으면서 제대로 된 구색을 갖췄다. 물론 장항준을 '영화 감독'으로서 개별적으로 평가하자면, 아주 높은 점수를 줄 순 없을 것이다. 다만, 아내인 김은희 작가와 호흡을 맞췄을 때,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여기에 초호화 카메오 배우들의 출연은 아주 큰 힘이 됐다. <시그널> 팀인 김혜수, 이제훈, 김원해가 합류했고, tvN <미생> 팀인 김희원, 손종학, 전석호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영화 <곡성>의 쿠니무라 준(<곡성>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1부의 마지막 장면은 진정한 신스틸러로서의 모습이었다), 그밖에 전미선, 신동미, 안미나 등이 열연을 펼쳤다. 또, '무한상사'의 권 전무로 활약했던 지드래곤의 정극 도전도 화제를 모았다. 


남은 것은 <무한도전> 멤버들의 연기력이었다. 과연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하하, 황광희는 정극에 걸맞은 연기를 선보일 수 있을까? 콩트에 최적화되어 있던 그들이 시청자와 무도 팬들을 얼마나 '몰입'시킬 수 있을까? 베일을 벗은 '2016 무한상사'는 기대치를 상회하는 '작품'이었다. 중간중간 예능적 요소를 의도적으로 가미한 탓에 느슨해지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야기의 짜임새가 돋보였다. 명불허전. 역시, 김은희였다.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보내는 평균 노동 시간 2,113시간. 회사에서 소외감을 느낀다고 대답한 직장인 73%. '내가 돈 버는 기계처럼 느껴진 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직장인 53%. 삶의 목표가 무엇이냐는 대답에 가장 많은 직장인들의 대답은 '행복'이었다." 


직장인들과 관련한 씁쓸한 통계를 담은 유재석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 '무한상사 : 위기의 회사원'은 숨막히는 추격전으로 전환돼 시청자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퇴근을 하려던 유부장(유재석)이 갑자기 의문의 남자들에게 쫓기는 상황은 제법 실감나게 연출됐다. 이 장면을 위해 달리고 또 달렸던 유재석의 노력과 땀이 결실을 맺었다. 


유 부장의 교통사고 이후 시점은 한 달 전으로 돌아갔다. 손종학 부장, 전석호 대리, 김희원 과장이 차례차례 의문의 죽음을 당했고, 뭔가 수상한 낌새를 느낀 정 과장(정준하)이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애쓰는 장면으로 연결됐다. 박해영(이제훈) 경위는 예상 밖에 '악역'을 맡았는데, "귀찮은 파리떼들이 꼬였다. 유부장도 깨끗이 처리해야 한다"며 누군가에게 전화하는 모습은 전율 돋는 반전이었다. 



사건 현장에 있던 '오르골'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위의 네 사람에게 '오르골'을 선물한 사람은 누구일까? 미스터리 장르답게 여러가지 의문점을 남기며 1부는 끝이 났다. 시청자 반응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럽다'는 쪽이 월등히 많았다. 아무래도 김은희 작가에 대한 찬사가 주를 이뤘다. 반면, <무한도전> 멤버들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아쉽다'는 쪽이 우세했다. 또, 옛날의 무한상사가 그립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아쉽다'는 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정극을 소화하기에 멤버들의 연기는 부족했고, 그를 감안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김은희 작가는 '배려'를 할 수밖에 없었다. 장항준의 연출은 새로울 것 없이 평이했다. 그야말로 김은희 작가가 다 했다. <무한도전> 1회 길이를 넘는 분량의 완성본이었기 때문에 2부로 쪼개는 건 불가피했다지만, 초반의 오프닝은 불필요하다시피 길었고 지루했다. 또, 메이킹에서 너무 많은 '스포일러'를 한 탓에 재미가 반감된 측면도 컸다. 



그러나 방점을 '도전'에 찍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애초부터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배우급 연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지 않은가. (유재석과 정준하는 연기력 면에서 합격점을 줘도 무방할 전달력을 보여줬다) 그들이 '정극에 도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그들 중 일부는 '정극에 도전해도 충분하다'는 가능성을 엿본 것만으로도 성공적인 결과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무한도전>의 존재 이유이자 가치이고, 무려 11년동안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 자리를 지켜 온 힘이다. 아쉬움은 발전의 자양분이 될 것이고, <무한도전>은 언제나 그랬듯이 더 발전해 나갈 것이다. 조금 너그러운 마음으로 역대급 스케일을 자랑하는 '무한상사 : 위기의 회사원' 2부를 기다려보자. 어차피 우리는 이미 '미끼'를 물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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