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칭찬합시다

[버락킴의 칭찬합시다] 10. 송중기, 박수보내 마땅한 그의 진중함

너의길을가라 2017. 3. 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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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鎭重)하다. 그를 설명하기에 이보다 적합한 말이 있을까. 조곤조곤한 말투, 선택하는 단어 하나하나에서 신중함이 엿보인다. 배려가 느껴진다. 따뜻함이 배어 있다. 어디 말뿐인가. 공식 석상을 비롯해 그의 존재가 드러나는 자리에서 보여주는 태도와 몸가짐에도 무게감이 실려있다. 일관되게 사려깊다. 그의 모습들을 지켜 보고 있노라면 기분 좋은 미소가 저절로 스민다. 좋은 배우, 좋은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송중기(宋仲基) 이야기다. 



"태양의 후예' 드라마로 많은 상을 받았는데, 감히 오늘이 가장 기분 상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PD님들께서 인정해주신 상이기도 하고요. 가장 중요한 건, 처음으로 드라마 대장님들 모시고 함께 있는 자리에서 상을 받는 것 같아요. 그 점이 가장 기분이 좋은 것 같고요. 대한민국을 설레게 만들어주신 김은숙, 김원석 작가님 두분 고생하셨습니다. 동료끼리 칭찬을 많이 하는 게 좋은 것 같는데, 김응복 감독님 칭찬합니다." 


지난 24일 SBS <제29회 한국PD대상 시상식>이 방송(실제 시상식은 17일 진행)됐다. 송중기는 공전의 히트를 쳤던 <태양의 후예>로 '출연자상-탤런트 부문'을 수상했다. 김은숙 · 김원석 작가의 대본도 훌륭했고 이응복 PD의 연출도 일품이었지만, 다소 오글거릴 수 있는 '유시진'이라는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고, 그 닭살스러운 대사들을 기어코 로맨틱하게 표현해내는 송중기의 연기 내공은 박수갈채를 받아 마땅했다. 비현실적인 판타지를 납득시키고 한껏 빠져들게 만든 건 송중기의 매력 덕분이었다.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상이었다. 그런데 '드라마 대장님들'을 모신 자리에서 자신이 수상을 하게 됐다며, 작가와 감독을 높이고 자신을 낮추는 그의 생각이 참 바르지 않은가. 또, 협업하는 동료들을 향해 진심어린 감사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 그의 말이 참 예쁘지 않은가. 차분히 수상 소감을 이어나가던 송중기는 또 하나의 감동스러운 말을 남겨 시상식에 참석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방송을 통해 이를 지켜보고 있던 수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김문선 작가님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대본을 쓰신다고 울컥하시는 거 보고 참.. 앞으로 그런 소중하게 쓰신 대본들이 날아가지 않게 채우는 배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CBS '김현주의 행복한 동행' 김문숙 작가의 "매일 허공으로 날아가는 대본을 쓴다"는 수상 소감을 귀담아 듣고 있다가 그에 대해 한마디를 보탠 것이다. 그 자리에 있던 김문숙 작가는 눈시울을 붉혔고, 김은숙 작가는 열렬한 박수로 환호를 보냈다고 한다. 함께 일한 적도 없는 어느 작가의 한마디에 진심으로 반응해 '다짐'으로 호응하는 배우라니. 이 한 장면만 봐도 송중기라는 사람의 진가를 알 수 있지 않은가. 송중기의 '다짐'은 작가와 배우의 관계, 그리고 그들의 공생 혹은 시너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오로지 작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자신이 활자를 통해 구상했던 이미지를 구현해내는 배우에게 '애증'의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것을 100% 혹은 그 이상 실체화하는 배우라면, 당연히 고마운 마음을 품게 될 것이다. (아마 김은숙 작가는 송중기에게 그러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겸손한 태도로 작가들의 노고를 돌아볼 줄 아는 시야를 가진 배우라니. 고마움은 배로 커지게 마련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사람'의 일인지라 더욱 신이 나서 글을 써내려갈 수 있지 않겠는가. 


모르긴 몰라도 김문숙 작가 역시 매일 허공으로 날아가는 대본을 쓰면서 송중기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업(業)'에 대해 조금 더 자부심을 갖게 되리라. 이런 종류의 북돋움은 언제나 환영이고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그래서 송중기의 한마디는 '동업자 정신'이 물씬 풍기는 사려 깊고 진중한 것이었다. 이민호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그의 '미모'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감동시켰던 선한 발자취가 있었던 것처럼, 지금의 송중기라는 신뢰받는 배우의 존재감도 그러한 '바탕'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쯤에서 송중기의 선한 발자취를 짚어보도록 하자. 그는 2011년 이후 10명 이상의 소아암 어린이들을 후원해 왔는데, 이 사실이 2016년에야 뒤늦게 알려졌다. '노랑 리본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과 인연을 맺은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또, MBC 다큐멘터리 <남극의 눈물>의 내레이션을 맡아 출연료 전액을 기부했다. 군복무를 하고 있던 시기에도 네팔 지진(2015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어린이들을 위해 1억 원을 유니세프로 보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중국판 <런닝맨>인 저장위성TV <달려라 형제4>와 후난위성TV <콰이러다번잉>의 출연료 전액을 기부했고, 중국 팬미팅 수익금의 일부를 중국 원찬 지진 피해 복구에 보탰다고 한다. 지금이야 '사드'로 인한 외교 갈등으로 인해 이러한 문화 교류가 단절 위기에 접어들었지만 말이다. 지난 2016년 10월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국제평화인권센터(일본군 성노예피해자 인권센터) 건립기금 마련에 힘을 보태고자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 2천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송중기의 이러한 '선행'들은 대부분 비공개로 해왔던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물론 자신의 기부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리면서 선한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유아인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설령 그것이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의도라고 하더라도 애초에 선한 일인데 그쯤이야 눈감아 줄 만 하지 않은가.) 그것은 각자의 방식일 텐데, 송중기라는 사람의 겸손하고 진중한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예라 할만 하다.



KBS2 <성균관 스캔들>(2010)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SBS <뿌리깊은 나무>에서 한석규의 아역인 젋은 이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쳐 존재감을 보여줬다. 또, 영화 <늑대소년>(2012)으로 대박을 터뜨리며 '스타'로 발돋움한 송중기는 KBS2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마저도 흥행시키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다. 그리고 제대 후 복귀작이었던 KBS2 <태양의 후예>로 독보적 존재로 우뚝 서기에 이른다. 그의 연기를 지켜봤고, 또 기대하는 우리들은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이미 송중기는 '소중한 대본'이 날아가지 않게 자신의 '무게'로 꼭꼭 '채우는 배우'가 아니던가.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에 강제 징용됐던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군함도>가 올 여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류승완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황정민 · 소지섭 등이 함께 출연하면서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벌써부터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또, 아픈 역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송중기가 걸어왔던 길을 생각한다면, 그의 출연 결정은 당연한 '운명'처럼 보인다. 앞으로 그가 걸어갈 길이 더욱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송중기가 데뷔 당시와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오는 듯 하다. 실체적 또는 전면적으로 한 인간을 겪기 전까지 그 인간 됨됨이를 완벽히 파악할 순 없다. 또,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다만, 그가 보여주고 있는 '행동'들을 기초로 삼아 가늠하고 평가할 순 있지 않을까. 만약 그가 '초심'을 잃었다면, 이 글이 그에게 조금이나마 '충격'으로 작용하길 바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오해'일 뿐이라면, 개의치 말고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을 묵묵히 뚜벅뚜벅 걸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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