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

모습 드러낸 <비밀의 숲>의 빙산 이윤범, 황시목의 싸움이 시작됐다

너의길을가라 2017. 7. 10. 16:35
반응형


빙산의 일각 : 어떤 일의 대부분이 숨겨져 있고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음.


tvN <비밀의 숲>의 출발점은 '검찰 스폰서인 박무성(염호섭)의 죽음'이었다. 자연스럽게 질문은 '박무성을 살해한 범인은 누구일까?'로 이어졌다. 의심스러운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비밀의 숲>은 박무성과 금전적으로 엮여 있는 인물들을 차례차례 보여주면서 이 사건이 그리 간단히 마무리 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신호를 보냈다. 뒤이어 박무성의 지시에 의해 성접대를 했던 단란주점 종업원 권민아(박유나), 그러니까 김가영이 누군가에게 납치돼 빈집에서 칼에 찔린 채 발견되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되기 시작했다.



황시목(조승우)과 한여진(배두나)을 제외한 모든 인물들이 용의선상에 올랐을 만큼 어렵고 복잡한 퍼즐이 시청자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 '박무성을 살해한 범인은 누구일까?'라는 질문은 ''누구라도' 박무성을 죽일 '동기'가 있다'는 벽에 부딪치게 됐다. 이수연 작가는 각각의 인물들에게 스토리를 부여했고, 또한 '욕망'을 집어넣는데 성공했다. 그리하여 여전히 진범은 오리무중이고, 의심스러운 인물은 회를 거듭할수록 늘어가고 있다. 그만큼 <비밀의 숲>이 설계한 퍼즐은 빈틈없이 치밀하고 섬세하다.


'박무성의 죽음'은 고작 '단초(端初)'에 불과했고,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았다. 황시목의 냉철한 추리가 계속되는 동안 유력한 용의자 중 하나였던 이창준은 차장검사에서 검사장으로, 그리고 청와대 수석비서관으로 영전했다. 이창준이 위기를 겪으며 휘청이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위로 올라갈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뒤에 한조그룹의 회장이자 장인인 이윤범(이경영)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장인의 부름에 한달음에 쪼르르 달려가고, 머리를 조아리는 이창준은 여전히 의문스럽지만, 그도 '조금 큰' 일각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10회에서는 새로운 용의자로 이창준의 조력자 역할을 했던 용산경찰서장 김우균(최병모)가 수면 위로 떠올렸다. 성매매 혐의로 소환된 그는 이창준에게 김가영이 이창준이 머물고 있는 호텔 방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촬영된 CCTV 영상을 캡처한 사진을 보내며 혼자 죽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했다. 물론 김우균은 영은수(신혜선)와 서동재(이준혁)와 마찬가지로 장기판 위의 말에 불과하다. 오히려 황시목의 중학교 동창인 김정본(서동원)의 의뭉스러운 태도와 이창준의 아내 이연재(윤세아)의 섬뜩함이 더욱 의심스럽다.


참으로 복잡한 퍼즐이지만,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박무성의 죽음'으로 시작됐던 수많은 의문들이 결국 '이윤범'으로 수렴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뿌리부터 썩어가는 것을 내부에서 지켜봤던 황시목은 '특임 검사'에 임명되며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그는 한여진에게 "박무성 선에서 마무리되는 특임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뿌리를 제대로 뽑지 않으면 잔가지가 계속 뻗어나갈 겁니다."라고 말했듯이 자신의 진짜 목적이 이윤범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썩은 데는 도려낼 수 있죠. 그렇지만 아무리 도려내도 그 자리가 또 다시 썩어가는 걸 저는 8년을 매일같이 목도해 왔습니다. 대한민국 어디에도 왼손에 쥔 칼로 제 오른팔을 자를 집단은 없으니까요. 기대하던 사람들만 다치죠." 


결국 이 싸움은 황시목 vs 이윤범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 대결구도를 달리 표현해보자면, 황시목 대 검찰과 경찰, 언론(성문일보) 그리고 혹은 이 모두를 포괄하는 재계의 싸움이라 불러도 무방하리라. 고향 친구로 묶인 이창준과 김우균의 '지연'은 권력 기관의 유착을 잘 보여주고(비록 위기의 순간 틀어지긴 했지만), 성문일보에서 폭로해줘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는 딸 영은수의 말에 "다 얽히고설킨 게 있어서 그렇지"라는 영일재(이호재)의 대답에서 언론도 이 부패에 깊이 개입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유력한 검사 사위를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고, 재력과 그로 얻은 권력을 바탕으로 검찰총창을 좌지우지하고, 더 나아가 청와대 인사에까지 개입하는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는 이윤범은 악의 축이라 불러 마땅하다. 구속 영장이 청구될 위기에 처한 서동재는 이윤범을 찾아가 90도로 몸을 꺾으며 '살려 주십시오'라고 외친다. 그만큼의 힘을 가진 존재다. 베일 속에 감춰져 있다가 점차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이윤범이 앞으로 어떤 반격을 하고 나올지, 그리고 그에 대해 황시목은 어떤 대응을 할지 관심이 주목된다. 



<비밀의 숲>은 권력 기관의 부패를 가감없이 드러낸다. 재력가로부터 스폰을 받는 타락한 검찰, 박무성의 아들 박경완(장성범)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쓰는 등 가혹행위를 자행하는 경찰의 모습은 그리 낯설지 않다. 최근 보도됐던 수도권 소재의 검찰 지청장과 아파트 시행업자 간에 돈거래 의혹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고, 엉뚱한 시민을 보이스피싱 전달책으로 오인해 마구잡이로 폭행했던 경찰의 무지막지함은 오랜 과거가 아닌 불과 지난 5월의 모습이다.


마찬가지로 이윤범은 드라마 속의 인물이지만, 결코 비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재벌이 얼마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손에 쥐고 흔들고 있는지 우리는 눈을 뜨고 분명히 지켜보지 않았던가. 감정이 없는 검사라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기존의 추리물과 다른 분위기와 접근을 가져가고 있는 <비밀의 숲>의 또 다른 강점은 아마도 현실을 고스란히 투영시키는 디테일함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혹자는 <비밀의 숲>의 추리 속도를 '거북이 걸음'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지금의 촘촘한 밀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박수를 보내야 마땅하다.


누구라도 빽빽하고 울창한, '비밀의 숲'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거북이 걸음'은 필수적이다. 자칫 잘못하면 진창에 발이 빠질지도 모르고, 섣불리 걸음을 옮기다간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황시목의 냉철한 추리를 조심스럽게 따라가는 것뿐이다. 과연 황시목은 이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그리고 또 하나의 질문, 과연 우리는 황시목을 통해 이 싸움에서 무엇을 얻어낼 수 있을까. 따라가면서 여유가 된다면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