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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의심 선수 KS 엔트리 배제, 삼성의 결단은 현명했다

너의길을가라 2015. 10. 20.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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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플레이오프가 한창인 시점이지만, 야구 팬들의 시선은 오히려 삼성 라이온즈의 입에 맞춰져 있었다. '과연 삼성 라이온즈는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지난 15일 <TV조선>이 "삼성 라이온즈 간판급 선수 3명이 해외 원정도박을 한 혐의로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한 이후 삼성 라이온즈의 첫 반응은 "사실 관계 확인 중에 있다"는 다소 미지근한 것이었다.


하지만 야구 팬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야구 팬들은 '간판급 선수 3명'의 정체를 밝히는 데 몰두하는 한편, 삼성 라이온즈의 느긋한(?) 대응에 비판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미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 3명의 이름은 공공연히 떠돌고 있는 상황, 삼성 라이온즈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 결정이 어떤 것이라 하더라도 무언가 확실한 '오더'가 필요했다. 



"삼성 라이온즈 야구단은 최근 소속 선수의 도박 의혹과 관련해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들과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구단은 선수단 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 도박 의혹과 관련해 향후 수사 당국의 요청이 있을 시 적극 협조하겠다.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들에 대해 한국시리즈에 출전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구단은 한국시리즈 준비에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올리도록 노력하겠다. 다시 한 번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팬들과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점 사과드린다." (김인 삼성 라이온즈 사장)


20일 오후 7시 30분, 삼성 라이온즈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불과 1시간 30분 전인 6시경에야 기자회견을 예고했을 정도로 고민은 깊었고 상황은 급박했다. 김인 삼성 라이온즈 사장은 "소속 선수의 도박 의혹과 관련해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들과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들에 대해 한국시리즈에 출전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과는 적절했고, 결단은 정확했다. 가장 우려했던 '우리가 남이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삼성 라이온즈는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 '유혹'은 강렬했을 것이다. 혐의가 아직 입증되지 않은 상황,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보도는 더욱 달콤했을 터. 정규리그 5연패라는 역사를 써내려간 삼성 라이온즈에게 통합 5연패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그 선수들의 역할과 비중은 너무도 컸다.


삼성 라이온즈가 '진위 파악이 우선'이라며, 자체 청백전을 진행하는 등 약 5일 동안을 '모르쇠'로 일관했던 것은 그러한 고민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방관하며 지켜보는 것이 정답은 아니었다. 상황은 악화일로(惡化一路)를 걸었다. 김인 사장의 말처럼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매우 지쳐 있고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황에서 연습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팀도 분위기가 많이 침체돼 있고 사기도 다소 어수선하게 떨어"지는 건 당연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입장에서 주축 선수들의 공백은 치명타인 것은 분명하지만, 한 해 농사의 마지막이자 최고의 축제라고 할 수 있는 한국시리즈를 망치는 건 프로야구 전체에 치명타 아니겠는가? 우승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야구 팬들의 마음을 지키는 것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팬들도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를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선택을 환영할 것이다. 


설령 이 때문에 우승을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떳떳한 준우승'을 반길 것이다. 그 선수들을 포함시켜 우승을 했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혐의가 입증되기라도 하면, 우승의 정당성 및 도덕성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 야구 팬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게다가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들이 압박 속에서 경기에 제대로 집중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 아닌가? 



삼성 라이온즈의 결단으로 이제 공은 야구 팬들에게 넘어왔다. 선수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인 사장은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선수 명단을 밝힐 수 없다"면서 이해를 구했다. 물론 엔트리가 발표되면, 그 선수들이 누구인지는 자연스럽게 알려질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보호를 받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선수들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고, 아직 혐의는 입증되지 않았다. 


최소한 엔트리가 공개될 때까지 선수들의 신상을 파헤치는 일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또, 명단이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선수들에 대한 과도한 인신공격성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 물론 해외 원정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선수들 때문에 야구 팬들이 입은 상처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삼성 라이온즈가 다소 늦었지만 제대로 된 결단을 내린 것에 발맞춰 야구 팬들도 성숙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눈살이 찌푸려지긴 했지만, 오히려 이번 한국시리즈는 더욱 기대가 된다. 과연 삼성 라이온즈가 주축 선수 3명의 공백 속에서도 통합 5연패를 달성할 수 있을까? 삼성 라이온즈는 위기를 또 다른 기회로 만들어 '떳떳한' 우승을 거둘 수 있을까? '깨끗한' 한국시리즈가 열리게 된 만큼 야구 팬들도 분노를 거두고 다시 애정을 발휘해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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