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백종원의 골목식당' 톺아보기

논란의 '백종원의 골목식당', 시청자는 납득할 수 있길 원한다

너의길을가라 2019. 1. 1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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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돼 이거. 방법이 생각이 안 나요. 왜냐면 장사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였어. 몰라서 그랬다고 그러기도 그렇고, 손님 대하는 거 보면. 절박해 보이지가 않아."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장사하는 사람 맞아? 할 말을 잃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피자집을 방문한 시식단의 평가는 예상대로 최악이었다. 공짜로 음식을 준다고 해도 결코 가지 않겠다는 반응이었다. 수준을 논할 수 없을 만큼 한심했던 음식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접객'이 형편없었다. 사장님의 손님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절박함은커녕 기본적인 예의조차 찾아볼 수 없았다. 


음식의 맛이 조금 아쉽거나 장사의 노하우가 부족한 거라면 백종원의 솔루션을 통해 보강하면 되고, 실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으나 홍보가 되지 않은 거라면 방송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잘 되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기본 취지가 아니던가. 그런데 '기본'도 갖추지 못한 상태의 사장님을 '개조'하는 건 다른 문제다. 최소한 장사를 하려는 의지, 손님에 대한 예의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오해하지 마, 이 프로그램을. 안 되는 상황에 억지로 가르쳐서 열어주진 않아요. 그렇게 해선 안돼. 서로 힘든 거야. 서로 불행해. 나는 나대로 마음을 다치고, 방송 타서 순간적으로 장사 잘 되다가 확 꺼지면 그것만큼 허탈감도 없어. 그 원망감이 나한테 다 올 거야. 그러느니 차라리 중단하는 게 나을 수도 있잖아. 사장님은 포기해야 돼. 지금 진짜로."



결국 백종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차라리 포기하라고 권유할 정도였다. 솔루션을 해서 음식이 맛있어진다고 하더라도 사장님이 지금처럼 행동한다면 손님들이 끊길 게 뻔했다. 그건 눈속임에 불과한 일이다. 이대로 솔루션을 진행하는 건 무의미했다. 시청자들도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결국 피자집 사장님은 장사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며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예고편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 당장 달라진 것은 없어 보였다. 


물론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생방송이 아니다. 방송에 내보냈다는 건 홍탁집 아들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개과천선'을 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이런 반전은 불편하다. 시청자들은 더 이상 '인간 개조'를 원치 않는다. 이쯤되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아니라 <백종원의 뒷목식당>으로 프로그램의 제목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닐까? 그나마 논란의 고로케집은 통편집으로 덜어냈으나, 현재로서는 제작진의 의중을 정확히 알 수 없다. 


승승장구하던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위기에 처했다. 안팎으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출연자와 제작진이 번갈아 해명에 나섰지만, 진화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불만 더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시청률은 더 올랐다. 지난 48회 방송은 10.2%(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기준)까지 찍으며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의 공식을 재확인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제작진이 시청률에 안도해선 곤란하다. 시청자들의 평가는 신랄하다. 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중은 왜 분노하고 있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이미 '권력'이 된 지 오래다. 왜 아니겠는가. 방송에 등장한 식당 앞에는 어김없이 손님들이 줄을 서고, 장사가 잘 되니 사장님들은 당연히 돈을 끌어 모으게 된다. 그걸 유지하는 건 각자의 몫이지만, 절호의 기회를 부여받은 건 사실이다.



시청자들은 납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싫으나 좋으나) 시장논리가 적용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요식업도 마찬가지다. 음식의 맛이 없거나 접객이 불손하면 손님들은 발길을 돌린다. 간단히 말해 도태된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이 법칙을 거스른다. 죽어가는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명분을 갖고 시작한 일이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기본적인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는 셈이다. 


물론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시청자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방송'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홍탁집을 시작으로 솔루션의 범위를 넘어선 사례가 연달아 등장하자 시청자들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다행히도 홍탁집 아들의 옆엔 눈물로 호소하는 엄마라는 보호막이 있었다. 스토리가 만들어지자 시청자들은 엄마를 위해서라도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피자집과 고로케집은 그런 보호막이 전혀 없는 상태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납득하지 못했다. 저들이 변화되길 바라지도 않고,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43년 동안 냉면을 만들어 온 냉면집 사장님과 쓰레기통을 뒤져가며 노력한 버거집 사장님이 혜택을 누리는 건 이해가 되지만, 피자집 사장님과 고로케집 사장님처럼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 이들까지 응원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그게 인지상정이다. 



결국 지금의 상황은 <백종원의 골목식당> 제작진의 자업자득인 셈이다. 프로그램이 단순히 웃고 즐기는 예능을 넘어 사회적 현상이 됐다는 걸 간과한 탓이다. 어쩌면 스케줄에 쫒겨 정신을 차릴 여유가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골목을 선정하고, 식당을 섭외하고,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하느라 자기 객관화에 실패했던 건 아닐까. 그럼에도 시청률만 좇아 악다구니를 썼던 건 아닐까.


제작진은 "골목 선정부터 녹록지가 않다"면서 매번 촬영 일정에 임박해서야 골목이 정해질 뿐 아니라 "촬영 시작 전에 두어 번 미팅하는 게 전부인데, 이것만으로 캐릭터를 판단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왠지 변명처럼 들린다. 제작진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의미로 한 말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주먹구구식으로 제작에 임하고 있다고 자인한 꼴이 아닌가. 이런 허술하고 안이한 태도가 논란의 주범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섭외에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고, 철저한 검증이 요구된다. 그만큼의 '권력'을 가지게 됐다면, 그만큼의 책임도 져야 마땅하다. 다수의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솔루션 대상자를 고르는 일부터 차근차근 시작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위기는 계속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제작진은 아무것도 모른 채 'TV에 나와 대표로 망신 당했으니 그만큼은 도와줘야 한다'며 고군분투하는 백종원이 딱하지도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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