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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만의 도전과 딜레마, 그럼에도 응원할 수밖에 없다.

너의길을가라 2017. 8. 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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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걱정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열심히 재활운동해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가겠습니다
."


철렁했던 가슴이 조금 진정됐다. '족장' 김병만이 보낸 메시지. 정말 다행히도 그는 다시 건강을 회복 중이었다. 지난 7월 21일(현지 시각 20일), 미국에서 '김병만 척추 부상'이라는 청천병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스카이 다이빙 국가대표 세계대회 출전을 위해 탠덤 자격증을 취득한 후, 팀 훈련을 하던 과정에서 부상을 당했다는 게 골자였다. 급변하는 바람 방향으로 인해 랜딩 시 척추가 골절돼 응급 수술을 받게 된 것이었다. 당시 소속사인 SM C&C 측은 "완전한 회복까지 2달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 김병만은 여전히 '도전' 중이었다. 기사를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들이 교차 됐고, 정리되지 못한 감정들이 해소되지 못한 채 깊숙이 남아 있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건 아마도 김병만의 도전을 '즐겼던' 시청자로서 일말의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물론 김병만의 도전은 김병만 개인의 것이다. 하지만 '달인'과 '족장'으로서 시청자들 앞에 서야 했던 김병만은 매순간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렇기에 그의 도전은 단순히 김병만 개인의 것만은 아니었다. 우리는 그의 도전을 '공유'했다. 

 

 

KBS2 <개그콘서트> '달인'이라는 코너에서 기예(技藝)라고 해도 무방할 개그를 펼칠 때, 객석의 방청객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TV 속 김병만을 바라보며 탄성을 내지르며 박수를 쳤었다. SBS <정글의 법칙>에서 전 세계의 오지를 다니며, 그 극한의 환경 속에서 끝내 '생존'을 이뤄내는 모습에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었다. 그뿐인가. SBS <김연아의 키스 & 크라이>에선 찰리 채플린으로 분장을 한 채 피겨스케이팅에 도전해 감동의 눈물을 자아내기도 했고, SBS <주먹쥐고 소림사>에서는 불굴의 열정으로 무술 세계에 뛰어들어 능력을 발휘했다.


김병만은 자신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그림'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정글의 법칙> 시즌이 끝나면 자격증 취득에 나섰다고 한다. 스쿠버 다이빙 오픈워터를 비롯해 물과 관련한 자격증만 15개 이상 획득했고, 보트, 굴삭기, 지게차, 공업 배관 등의 자격증도 취득했다고 한다. 못하는 게 없는 만능인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김병만은 자기계발에 여념이 없었다. <정글의 법칙>의 이세영 PD는 "생존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모르니까 여러 가지를 배운다고 하더라고요."라며 김병만의 쉼없는 도전을 설명하기도 했다.

 

SM C&C

 

"방송을 위해 왜 이렇게까지 하냐고요? 아니요. 그 반대예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이왕이면 이걸 코미디로 승화시켜 볼까 하는거죠." <스포츠조선>, [출장토크①] 김병만 "언제까지 몸으로 웃길거냐고? 60살까지"


어느새 김병만과 도전이라는 단어와 매우 친숙해졌다. 사람들에게 그는 도전을 해야 하는 사람이었고, 그러다보니 '좀더'라는 말에 시달려야 했다. '김병만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인식이 그를 괴롭혔을지도 모르겠다. <주먹쥐고 소림사>에 출연했을 당시, 그는 "조금 더 잘해야지. 기대에 어긋나지 말아야지라는 달인 트라우마가 있다"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정글의 법칙>으로 SBS 연예대상을 받은 직후에는 그와 같은 부담감과 책임감이 더욱 커졌을 게다. 그렇게 김병만은 '도전'과 동의어가 돼버렸다. 그것이 김병만의 딜레마다.


한편, 바라보는 이들도 딜레마를 겪긴 마찬가지다. 응원의 시선만큼이나 우려의 시선이 존재했다. '몸을 좀 사려라'는 충고도 꾸준히 있었다. 부상 소식을 들려오자 그와 같은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지나치면 탈이 난다'고 말하는 기자도 있더라. 솔직히 말릴 수 있다면 말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지 않냐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도전의 아이콘' 김병만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 사실을 김병만도 알고, 우리들도 알고 있다. 

 

www.instagram.com/kimbyoungman0729/

 

지난 1일, 김병만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나는 하늘을 날아봤다. 이제 누군가가 하늘을 날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되었다"는 글과 함께 스카이 다이빙 탠덤 자격증에 도전하던 당시의 사진을 게시했다. 역시 그는 멈출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쯤되니 근원적인 질문이 떠오른다. 도대체 김병만은 왜 이토록 도전에 나서는가. 그를 이끄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느리더라도 멈추지 않으면 된다,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는다." 그는 분명 자신의 좌우명대로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왜 멈추지 않아야 하는가. 어째서 지치면 안 되는가'라는 의문이 김병만을 지켜볼 때마다 남아 있었다. 김병만의 도전을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의 도전을 외면하고 싶었던 건 그 풀리지 않는 의문 때문이 아니었을까. 직접 김병만으로부터 대답을 듣진 못했지만, JTBC <비긴 어게인>에서 윤도현의 반짝이는 눈빛에서 하나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버스킹을 보면서 도전에 대한 열정이 생겼다는 한 남성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음악하는 가장 큰 이유가 그거야. 나를 보면서 열정, 도전 그런 걸 느꼈다고.. 나를 통해서 용기 주고, 도전하라고 하고 싶고, 네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힘들어도 한번 가 봐. 이런 걸 난 진짜 좋아하거든." 

 

김병만의 도전에도 이런 의미가 담겨 있지 않을까. 그의 도전은, 그로부터 용기를 얻는 수많은 사람들와 긴밀히 피드백 작용을 하고 있을 것이다. 죽을 뻔한 위기를 넘겼으면서도 "하늘을 날면서 비로소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다"는 김병만은 도전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티타늄 재질의 뼈로 이식했다. 이제 저를 아이언맨이라 불러주셔도 좋다."고 웃으며 말하는 그는 역시 김병만답다고 할 만하다. 어쩌겠는가. 그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도전을 이어나간다면, 비록 가슴이 쪼그라들겠지만 응원할 밖에.

 

그를 말릴 그 어떤 명분도 찾기 어렵다. 부디 김병만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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