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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또 걸었던<거기가 어딘데??>가 보여준 '함께'의 가치

너의길을가라 2018. 7. 1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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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못 하겠어 이거!"

"파일럿만 합시다"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탐험대는 목표였던 10km를 훌쩍 넘어 17km를 걸었다. 스태프 없이 오로지 멤버들끼리 서로를 의지한 채 이뤄낸 성과였다. 또한, 맥주 한 잔을 위한 고된 여정이었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조세호와 배정남은 더 이상 못하겠다며 털썩 주저 앉았다. 이해가 됐다. 그들은 거리를 단축하기 위해 돌산을 넘는 루트를 선택했고, 그만큼 몸은 고되고 지칠 수밖에 없었다. 



완만한 길을 선택했어도 어려움은 있었겠지만, 가파른 돌산을 넘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지진희는 "평생 보지 못할 걸 보면서 왔어"라며 감격스러워 했지만, 그건 모험에 특화된 대장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조세호는 "어두워지니까 약간 공포감이 엄습해 오더라고요"라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사막은 그런 곳이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곳, 그래서 언제 어떻게 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그런 곳 말이다.


이제 마지막 일정만 남았다. 남은 거리는 약 3.83km뿐이었다. KBS2 <거기가 어딘데??>의 사막 탐험대는 대망의 하이라이트를 위해 아침부터 길을 나섰다. 태양이 그 포악함을 드러내기 전에 승부를 봐야 한다. 곧 푸른 색으로 빛나는 아라비아 해를 볼 수 있다는 희망이 탐험대를 설레게 만들었다. 돌산을 넘으면서 살며시 보였던 바다가 곧 눈앞에 펼쳐질 것만 같았다. 이번에는 신기루가 아니었다. 


탐험대는 바다로 가는 길목에서 굽이치는 모래 언덕을 마주했다. 여행의 끝자락에서 '진짜 사막'을 만난 것이다. 멤버들은 지금까지 걸었던 사막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아라비아 사막을 바라보며 감상에 잠긴다. "진짜 사막은 이런 거구나!"라며 감탄사를 터트리며 저마자의 방식으로 사막을 즐긴다. 사막의 풍경을 카메라에 남고, 사막을 배경 삼아 셀카도 남긴다. 지진희가 긴장감을 불어넣지만, 멤버들은 이내 썰매타령에 빠져 버렸다.



"지금 굉장히 여유가 있는데, 이 능선을 넘어와서 저 앞쪽을 보면 그 여유가 사라질 거야. 그래, 충분히 만끽하고 올라와라."


대원들이 사막의 낭만에 빠져 있는 동안에도 대장은 현실을 바라본다. 늘 그렇듯 매번 앞서 있던 지진희는 냉정을 되찾았다. 눈앞에 끝없는 슈거 둔스(sugar dunes)가 탐험대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막이 황색 모래로 형성된 것과 달리, 오만의 사막에는 흰색 모래로만 차 있는 사막지대가 있다. 이 곳의 모래가 흰색을 띠는 까닭은 석영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란다. 


문제는 이 슈거 둔스를 앞두고 탐험대의 체력이 완전히 소진됐다는 것이다. 누적된 피로 때문이다. 나무 덩굴 아래에서 퍼져버린 멤버들은 시간이 지나도 움직일 줄을 모른다. "앞으로 얼마나 가야 하는데.. 이렇게 처져서 어떡하죠?" 대장 지진희는 걱정이 앞선다. 멤버들은 그 후로 한참동안 휴식을 취한 다음에야 겨우 몸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과연 그들은 자신들의 도전을 완성할 수 있을까?



"사막을 여행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막 한가운데 섰을 때 인간의 시선이나 생각을 가로막는 인위적인 장애물은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막에서 인간의 명상을 방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인간은 절대적인 나약함 속에서 절대 자연의 무한과 마주하고 있다는 생각만 듭니다." 한동일, 『라틴어 수업』, p.262 


<거기가 어딘데??>는 '사막'이라는 미지의 공간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리더인 지진희를 필두로 차태현과 조세호, 배정남은 사막을 직접 걸으면서 그곳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결코 쉬운 도전은 아니었다. 사막의 공기는 우리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달랐고,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의 답답함에 적응해야만 했다. 쉼없이 내려쬐는 태양은 공포스러웠고, 드문드문 보이는 나무 그늘에 의존해야 했다. 탈진과 탈수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두려움은 멤버들을 압박해 왔다. 차태현은 자신이 겪었던 공황 증세와 사막에서 느끼는 고통이 비슷하다고 말했고, 다른 멤버들 역시 광활할 사막 한가운데에서 불안 증세를 느꼈다. 사막 탐험대가 그와 같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역시 '사람'이었다. 리더 지진희의 힘은 무엇보다 컸다. 그는 냉철한 판단력과 결단력으로 탐험대를 이끌었고, 한걸음씩 앞서서 멤버들을 독려했다.


또, 조세호의 활약도 돋보였다. 조세호는 탐험대에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리더인 지진희를 엄마처럼 따르고, 지쳐있는 배정남과 발걸음을 맞추며 독려했다. 그러면서도 웃음을 책임졌는데, 자칫 다큐로만 흐를 수 있었던 프로그램에 예능적 재미를 이끌어 냈다. 탐험대를 위해 식사 준비에 매진하는 등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여준 배정남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사막의 삶은 힘들고 '도움'은 누구든지 필요합니다."


<거기가 어딘데??>는 '함께'라는 가치를 또렷히 보여줬다. 그들은 함께였기에 사막을 걸을 수 있었다.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베두인들은 사막에서 낯선 이방인을 만나더라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고 한다. 필요한 것이 없는지 묻고, 무엇이든 도움을 주고자 한다. 그것이 수백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그들만의 전통이자 생존법이라고 한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도 '사막'과 매한가지 아닐까. 물론 참혹한 경쟁이 지배하고 있는 우리네 삶과 베두인들의 삶이 같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다가간다면 훨씬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다에 당도한 탐험대의 모습이 감동스러웠던 건, 아마도 우리 역시 그들과 '함께' 걷는다는 동질감을 가졌기 때문이리라. '함께'는 참으로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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