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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연기대상 결산, 지루하고 권위없는 시상식.. 최악은 KBS

너의길을가라 2019. 1. 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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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대로 긴장감은 없었다. 예고됐던 파국인지라 놀랍지도 않았다. tvN과 JTBC의 기세에 완전히 압도됐던 지상파 3사는 말 그대로 '기근'에 시달렸다. KBS · MBC · SBS의 드라마 가운데 떠오르는 제목이 없을 정도다. 고개를 들기 어려운 한 해였다. 흉작 중의 흉작이었음에도 연말인지라 시상식은 열려야 했고, 누군가는 상을 받아야 했다. 관성에 의한 것인지라 감동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우스꽝스럽고 민망한 쇼였다.


2018년 마지막 밤, KBS 연기대상과 SBS 연기대상이 동시에 열렸다. 재미없고 지루한 시상식은 2019년 새해 첫날까지 이어졌다. 애초에 상은 넘쳐났지만, 그마저도 '공동 수상'이라 곱배기가 됐다. 스스로도 감격할 수 없었던 수상자들은 뻔한 소감을 읊었다. 시상식은 쓸데없이 길었다. 도대체 4시간이나 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하루 전에 열렸던 MBC 연기대상도 다를 게 전혀 없었다. 



"연기가 출중하신 분들이 후보자로 계시고, KBS의 경우에 단독 수상보다는 공동 수상이 많으니까 다 함께 받으면 어떨까." (장미희)


KBS는 <같이살래요>의 유동근과 <우리가 만난 기적>의 김명민에게 '공동 대상'을 안겼다. 2015년(고두심-김수현), 2016년(송혜교-송중기), 2017년(김영철-천호진)에 이어 4년 연속이었다. 이쯤되면 KBS의 대상은 공동으로 주는 것이라는 인식이 더욱 강해졌다. 애초에 권위가 바닥으로 떨어진 마당에 기왕이면 한 명이라도 더 챙겨주자는 KBS의 자포자기적 심정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같이살래요>의 경우, 장미희의 활약이 훨씬 도드라졌음에도 유동근에게 대상을 준 건 다소 의아했다. 유동근조차도 "장미희 씨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는데, 제가 뭐 한 게 있다고.."라며 당혹스러워했다. 게다가 장미희는 <흑기사>에도 출연했으니 가산점을 얻기에 충분했다. 그렇기에 조금은 생뚱맞은 결과였다. 차라리 김명민이나 장미희(는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공동 수상이 좀더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KBS의 '선택 장애'는 고질병이었다. 대상도 공동인데, 다른 상인들 오죽했겠는가. KBS는 상을 쪼개고 쪼갰다. '일일극'과 '장편', '중편', '미니시리즈'으로 세분화 해 무려 22개의 수상 부문을 만들었는데, 그 중 16개 부문이 공동 수상이었다. 이쯤되니 상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더 적은 상황이 발생됐다. 한편, <하나뿐인 내편>은 무려 8관왕을 차지했는데, 노골적인 챙겨주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 명을 고르지 못하긴 SBS도 마찬가지였다. <키스 먼저 할까요>의 감우성과 김선아가 공동 대상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SBS의 선택은 KBS와 달리 좀더 존중받고 있다. '어른들의 리얼 멜로'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키스 먼저 할까요>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평이 든든한 지지기반이다. 화제성과 시청률(최고 12.5%)도 우수했다. 게다가 같은 작품 내에서의 공동 수상이라 시청자들도 납득하는 분위기다.


사실 올 한해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중 가장 화제가 됐던 작품은 <리턴>과 <황후의 품격>이었다. 그러나 SBS는 이 두 작품을 선뜻 선택할 수 없었다. <리턴>은 주연 배우가 교체되는 불미스러운 일로 논란에 휩쓸렸다. 그렇다고 현재 방송 중인 <황후의 품격>에 대상은 안기는 건 뻘쭘한 일이었다. 선택지가 좁았던 SBS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한 셈이다. 무엇보다 감우성과 김선아는 그럴 자격이 충분했다.


SBS도 '월화', '수목', 주말·일일'로 부문을 잘게 나눠 시상을 했지만, 문제의 공동수상은 대상을 제외하면 없었다. 악벤져스 4인방(신성록, 봉태규, 박기웅, 윤종훈)에게 캐릭터 연기상을 줬지만, 이는 예외적인 케이스에 불과했다. 선심쓰기 좋은 '베스트 커플상'마저 감우성-김선아 한 커플에게만 시상해 그 가치를 높였다. KBS가 무려 7커플에게 베스트 커플상을 준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MBC에 대해서는 짧게 언급하고 넘어가자. 사실 MBC의 경우, 시상식을 열기 민망할 정도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드라마 왕국의 몰락'이 가속화됐던 한해였다. '이런 드라마가 방송됐었나?' 싶을 정도로 낯선 작품들이 많았다. 결국 대상은 <내 뒤에 테리우스>의 소지섭에게 돌아갔다. (돌이켜 보면 유일하게 공동 대상을 주지 않았다.) 이견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소지섭마저 없었다면 어떡할 뻔 했냐는 말까지 나왔다. 


MBC에서 평일 방영된 미니시리즈 가운데 시청률이 10%를 넘었던 건 <내 뒤에 테리우스>가 유일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없는 살림이지만, 마음은 푸짐했다. '미니시리즈', '연속극', '특별기획' 등으로 상을 세분화 해 가능한 한 많은 연기자들에게 상을 나눠줬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드라마 PD가 뽐은 올해의 연기자상'과 '황금연기상'을 수상한 허준호가 대상을 받지 못했다는 건 뭔가 아이러니하다. 


정리를 해보자. 방송사 별로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개최되는 시상식은 '종무식'의 느낌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긴장감 없는 시상식에 시청자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다. 상에 권위가 없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문제는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방송사라고 그걸 모를까? 이쯤되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봐야 한다. 방송사들도 어찌할 수 없는 악순환에 빠져버린 것이다. 


갑자기 상의 숫자를 혁신적으로 줄인다고 한들, 그 상에 권위가 곧바로 생길 리 없다. 그럴 바엔 어떻게든 상을 많이 만들어서 최대한 연기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 잠깐의 화제와 시청률을 잡자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 악순환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과감하게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밖에 없다. 지상파 3사가 에미상 같은 통합 시상식에 합의하고, 그 상에 진정한 권위를 부여해야 한다. 사실상 유일하지만, 실현되기 어려운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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