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전문가는 달랐다. '홍셰프' 홍석천은 프로페셔널했다. 재료를 고르고, 손질하고, 배치하는 기본적인 스킬부터 제대로 였다. 음식 조리는 (당연히) 능숙했고, 맛도 (물론) 일품이었다. 무엇보다 진지했고, 집요했다. 원하는 맛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고, 수없이 연습했다. 그가 누구인가. 이미 10여 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오너이자 셰프가 아니던가. tvN <현지에서 먹힐까?>의 'the most' 요리사로서 손색이 없었다.
이태원에 있는 홍석천의 음식점을 찾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의 요리 솜씨는 방송을 통해 익히 알려져 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해 감각적인 요리를 선보이며 셰프로서의 능력을 뽐냈다. 또, tvN <윤식당> 시즌1과 2에 등장해 조리법을 전수했고, 메뉴 개발에도 힘을 보탰다. <윤식당>의 성공에는 홍석천의 지분이 꽤 된다. 이처럼 요리 솜씨에 있어서 일가견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사업적 수완이나 센스도 뛰어났다. 지금이야 태국 음식이 굉장히 익숙해졌지만, 10년 전만 해도 팟타이, 완탕 같은 요리들은 생소했다. 홍석천은 그때부터 태국 음식의 가능성을 예측했었다. 그리고 10년을 홀로 살아 남았다. 단순히 '연예인 버프'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다수의 실패를 경험했다지만(그래서 더욱 대단하다), 홍석천은 요식업계에서 성공한 전문가가 틀림없다.
이쯤되면 '현지에서 현지인을 위한 현지 맞춤형 장사'를 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홍석천을 필두로 '신화'의 이민우, 여진구가 합류했다. 둘째 이민우는 tvN <삼시세끼>에서 수준급 요리 실력을 선보인 적 있는 만큼 주방 보조로 부족함이 없었다. 막내 여진구는 성실함과 허당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예능에 생소한, 그러나 호감형의 배우가 이끌어낼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줄 전망이다. <윤식당>의 박서준이 그랬던 것처럼.
일각에서는 <윤식당>과의 유사성을 언급한다. '윤식당의 그림자를 벗어나기 쉽지 않다' (<엔터미디어>, '현지에서 먹힐까', 이럴 거면 차라리 '홍식당'이라고 하지)면서 '이럴 거면 차라리 '홍식당'이라고 하지' 그랬냐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물론 일리가 있는 비판이다. 외국에 가서 음식을 만들어 외국인들로부터 평가를 받는다는 형식에 초점을 맞춘다면 말이다.
하지만 <현지에서 먹힐까?>를 보면서 <윤식당>을 떠올린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시청자들은 '유사성'을 떠올리기보다 '차별화'에 주목했다. <윤식당>이 아마추어들의 어수선함과 휴양지가 주는 힐링을 조합해 자영업의 판타지를 보여줬다면, <현지에서 먹힐까?>는 철저히 전문성을 강조한다. 어설프지 않아 시원시원하고, 더 이상 조마조마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판타지도 없다.
<윤식당>이 (의도치 않게) 한식의 세계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 <현지에서 먹힐까?>는 현지 음식으로 승부를 본다. 어쩌면 '음식'이 아니라 '요리사'에 좀더 비중이 부여된 셈이다. 또, 영업을 하는 공간이 식당이 아니라 '푸드 트럭'이라는 점도 다르다. <윤식당>이 한 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어 반복의 지루함을 줬다면, <현지에서 먹힐까?>는 이동성을 활용해 현지의 구석구석을 훑을 수 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현지에서 먹힐까?>는 일회적인 방송이 아니다. '현지'는 일본, 중국이 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유럽의 어느 나라가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장기적인 계획을 가진 기획으로 보인다. 첫회이기 때문에 <윤식당>과의 비교는 어쩔 수 없었다지만, 앞으로는 <현지에서 먹힐까?>만의 매력이 보다 도드라질 것으로 보인다. 설령 그 뿌리가 <윤식당>이라 할지라도 이런 식의 변주는 언제든 환영이다.
홍석천의 요리가 현지에서 먹힐지도 궁금하지만, 역시 <현지에서 먹힐까?>가 국내의 시청자들에게도 먹힐지가 궁금하다. tvN의 화요일을 할당받은 이우형 PD가 <신혼일기>의 실패를 만회할 수 있을까? 비록 1회 시청률은 1.853%로 조촐했지만, 프로그램의 짜임새와 홍석천과 이민우, 여진구의 케미도 좋아 보여 앞으로 기대를 걸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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