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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이 기똥차게 잘 하는 것과 기막히게 못 하는 것

너의길을가라 2016. 7. 24.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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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어 '히트다 히트'의 주인을 가려라! 지난 23일 방송된 <무한도전> '제1회 무한도전 분쟁조정위원회' 편은 고깃집의 불판보다 훨씬 더 잦은 교체(변화)가 요구되는 살벌한 예능판에서 '<무한도전>이 11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유지될 수 있었던 '힘'을 잘 보여줬다. 고작(?) 멤버들 간에 유행어의 주인을 가리는 소소한 장난을 방송으로, 그것도 2회 분량으로 만들어 내다니!  



기본적으로 <무한도전>은 시청자들과의 호흡 속에 확고히 자리잡은 멤버들의 '캐릭터'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파생해낸다. 주축 멤버였던 노홍철과 정형돈의 이탈은 캐릭터 간의 다양한 변주를 이끌어낼 동력을 잃어버렸다는 점에서 치명적이었다. 새롭게 합류한 광희가 부단한 노력을 보여줬지만, 오랜 기간 '단련된' 멤버들 속에 동화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명확한 캐릭터를 장착하지 못한 광희의 행보는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 한계를 커버해내는 건 김태호 PD의 창의성과 치밀함이다. 그는 멤버들 간의 대화 속에서 '사소한 단서'도 놓치지 않고, '아이템'으로 만들어낸다. "알래스카에 있는 김상덕 씨에게 전수받았다"는 유재석의 '농담'은 실제로 알래스카의 김상덕 씨를 찾는 프로젝트로 진행되기도 했고, 박명수는 <진짜 사나이> 입찰을 피하기 위해 "과메기 2KG를 먹겠다. 김없이"라고 말했다가 정말 과메기를 먹어야만 했다. 




이번에도 박명수와 하하가 '히트다 히트'의 저작권을 주장하며 티격태격하는 장면을 연출하자 김태호 PD는 놓치지 않고 이들을 '분쟁위원회'에 세워버렸다. 참으로 기발하지 않은가? 이런 대담한 콘셉트를 마련할 수 있었던 건, 멤버들이  차곡차곡 쌓아올린 '캐릭터'에 대한 믿음과 멤버들 간에 구축되어 있는 단단한 관계망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으리라. 


여기에 <무한도전>이 그동안 뿌려놓은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 김영철과 김현철이 차례차례 소환되면서 '웃음'은 극대화됐다. 다음 회에서는 김신영이 출격해 또 한번의 웃음 사냥을 시도한다. '제1회 무한도전 분쟁조정위원회' 편은 <무한도전>이 가장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재확인시켜줬다. 어려울 것 없다. 기존 멤버들(과 수많은 제7의 멤버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뛰어놀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주면 된다. 



반면, 야심차게 준비했던 '릴레이툰'은 '용두사미(龍頭蛇尾)'의 느낌이다. <미생>의 윤태호, <신과 함께>의 주호민, <조선왕조실톡>의 무적핑크, <이말년씨리즈>의 이말년, <패션왕>의 기안84, <신천적 얼간이들>의 가스파드 등 6명의 인기 웹툰 작가가 출연해 무한도전의 멤버들과 짝을 이룰 때만 해도 시청자들의 기대감은 매우 컸다. 


가장 각광받고 있는 웹툰 작가들과 <무한도전> 멤버들의 '협업(協業)'이 만들어 낼 시너지 효과에 주목했고, '릴레이툰'이라는 형식에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하하와 기안84가 작업한 첫 회 '2046'가 공개되고 난 뒤 평가는 냉랭했다. 쏟아진 혹평의 지분 대부분은 하하의 몫이었다. 간단히 말해 유치했다. 수준이 낮았다고 잔인하게 말해도 할 말이 없을 수준이다.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캐릭터를 설정한 하하의 패착이었고, 그런 하하의 실착을 제어할 브레이크(원래대로라면 유재석이 그 역할을 했을 것이다)가 부재했다. 



질적으로 훌륭한 웹툰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야말로 쫀득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작품들에 익숙해져 있는 대중의 안목을 만족시키기는 무리였다. '무한도전'이라는 버프도 소용 없었다. '스토리'는 빠지고 '캐릭터'만 남은 웹툰은 공허하기만 했다. 아무리 '극한 알바'라는 벌칙이 걸려 있다곤 해도 이런 '폭탄 돌리기'는 서로의 역량을 갉아먹는 일이었다.


회차가 거듭되면서 '약간의 만회'를 하곤 있지만, 기대했던 것만큼의 '재미'를 이끌어내진 못했다. 천하의 윤태호마저도 심폐소생에 실패하고 말았다. 마지막 회가 남아 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프로젝트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심지어 '릴레이툰'은 '귀곡성'이나 '제1회 무한도전 분쟁조정위원회'에 묻혀 별다른 포커스를 받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무한도전>의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는 없다. 지난 11년 동안 그러했든 '실패'는 또 다른 발전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게다가 '릴레이툰'이라는 도전은 그 자체로 혁신적이었다. 연속성에서 비롯된 몰입이 생명인 웹툰에서 작가가 바뀐다는 건 엄청난 모험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무(모)한 도전'은 역시 <무한도전>의 전유물이리라. 


이번 실패에서 거둬들인 수확이 있었다면 <무한도전>이 무엇을 기똥차게 잘 하고, 무엇에 약한지 재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역시 <무한도전>은 왁자지껄 뛰어 놀아야 한다. 신명나게. 그리고 무엇보다 다 함께. <무한도전>이라고 하는 '팀'의 '총체성'을 잃어버린 멤버 각자의 '개별성'만으로 <무한도전>은 빛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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