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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의 '고무줄 편성', 과연 부러워 할 일인가?

너의길을가라 2017. 1. 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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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이다. 마침내 '간신(김병철)'마저 돌아왔다. 조금씩 더 단단해져 가는 '도깨비' 김신(공유)와 '도깨비 신부' 지은탁(김고은) 앞에 크나큰 위기가 닥쳐 온 것이다. 한편, '저승사자' (이동욱)와 그의 정체를 알게 된 써니(유인나)의 가슴 시린 사랑은 더욱 절절해졌다. 시청자들의 예측을 가볍게 뛰어넘는 김은숙 작가의 상상력은 매번 상쾌한 반전을 내놓고 있다. 높은 몰입도 덕분에 11회의 시청률은 14.973%을 기록했다. 이처럼 뜨거운 화제를 뿌리고 있는 <도깨비>지만, 한가지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 있다. 



"드라마 시간이 5분 늘어날 경우 제작진은 며칠을 더 고생해야 한다. 제작진 스태프 연기자들의 피로는 이루 말할 수 없다" (KBS 드라마국 관계자) , <뉴스엔>, 지상파 3사 드라마 67분 룰 이번엔 지켜질까


tvN <도깨비>의 방송 분량은 좋게 말하면 '도깨비'처럼 자유롭고, 나쁘게 말하면 제멋대로다. 1회는 무려 88분이나 됐고, 2회는 조금 줄어 77분, 3회는 다시 늘어 83분이었다. 4회부터 62분으로 정상화(?)된 방송 분량은 9회에 이르러 79분으로 '엿가락'처럼 늘어졌다. 6일 방송된 12회는 75분이었다. 칼럼니스트 정덕현은 '도깨비' 같은 방송분량도 'tvN 드라마의 경쟁력'이라 주장한다. 그러면서 한발 더 나아가 '방송분량에서의 자유는 곧 창작의 자유'라고 강조한다. 김은숙 같은 유명 작가가 tvN에서 드라마를 하려는 게 이해가 된다나? (<엔터미디어>, '도깨비'의 고무줄 편성, 지상파는 마냥 부러울 수밖에)


원칙도 없고, 일관성도 없는 '고무줄 편성'을 '경쟁력'이라는 말과 함께 쓰는 게 합당할까? 선뜩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고무줄 편성'은 '제 살 깎아먹기'와 보다 잘 어울리는 말이 아닌가. 첫째, 방송 분량이 정상적인 길이보다 늘어나게 되면, 현장의 어려움은 자연스레 가중될 수밖에 없다. 물론 회상 장면 등을 통해 억지로 분량을 채울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방송 분량이 늘어다면 촬영 분량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일주일에 2편의 드라마를 방영하는 한국식 드라마 제작이 '기적'처럼 여겨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려할 만한 일은 결코 아니다.



둘째, '고무줄 편성'은 '편성은 시청자와의 약속'이라는 기본 자세를 망각한 것이다. 물론 <도깨비>처럼 '재미있는' 드라마를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는 건 시청자 입장에선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재미있다'는 건 결국 주관적이고, 결과적으로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라고 봐야 한다. 뒤집어 생각해보자. 원칙 없는 탄력성은 곧 시청률이 낮은 드라마는 얼마든지 분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 아닐까? 이건 장기적으로 방송사를 위해서도 좋은 방향이 아니다. 당연히 시청자 입장에서도 불쾌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과연 '파격 편성'이 '특혜'일까? 정덕현은 '방송분량의 자유가 곧 창작의 자유'라며 김은숙 작가가 이 상황을 매우 기뻐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하지만, 광고 수입 극대화라는 방송사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불필요한 장면들을 집어넣고, PPL을 위한 작위적인 장면들을 궁리해야 하는 그의 입장을 너무 띄엄띄엄 본 게 아닌가 싶다. 분량이 많아진다(길이가 길어진다)는 건 그만큼 '완성도'에 흠집이 생길 확률이 커진다는 뜻이고, 촘촘한 전개에 구멍이 생길 여지가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작가 입장에선 그다지 반가울 리 없다.



'고무줄 편성'을 '경쟁력'이라 말하고, 그런 tvN의 '원칙 없음'을 '지상파는 마냥 부러울 수밖에' 없다 말하는 정덕현의 논리는 '방송사'와 '제작사' 측에 경도돼 있다. 그의 말이 묘하게 불편했던 까닭은 그 때문이다. 당연히 방송사와 제작사 측에서는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광고 수입이 많은 드라마)를 밀어주고 싶을 것이다. 돈을 많이 벌어다 주는데, 75분이면 어떻고 88분이면 어떤가. 그런데 이런 논리가 방송가를 지배하게 되면, (작품성이 높더라도) 시청률이 낮은 드라마는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축소 방송과 조기 종영은 밥 먹듯이 일어날 것이다.


2008년에 이어 2012년(당시에는 72분으로 합의), 그리고 2013년 지상파 3사가 머리를 맞대고 드라마 방송 시간을 67분으로 합의했던 까닭을 되새겨봐야 한다. 시청률이라는 눈앞의 욕심에 몰두해 생태계 자체를 스스로 파괴했던 대가가 얼마나 고된 것이었는지 이미 겪어보지 않았던가. 아무리 <도깨비>가 최고 시청률(14.973%)을 경신하는 등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하더라도, '편법'을 사용해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어기는 행태를 보이는 건 자제해야 할 일이다. 그건 결코 '부러워' 할 일도 아니고, '장려해야' 할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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