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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길의 내조밖에 안 남았던 '따로 또 같이', 너무 실망스러웠다

너의길을가라 2018. 10. 3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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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차 부부 김한길-최명길이 tvN <따로 또 같이>에 본격적으로 합류했다. 그들 부부의 일상이 약 50분 가량(이나) 방송됐다. 오전 6시 무렵 일어난 남편 김한길은 배달된 일간지 5종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렇게 2시간 가량 신문(만)을 읽었다. 그것 말고는 마땅히 하는 일이 없었다. 아침 시간, 그는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반면, 아내 최명길은 아침부터 꽤나 바빴다. 홀로 식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연어를 굽고 냉장고에서 반찬들을 꺼내 무려 11첩 밥상을 마련했다. 아침을 차리는 중간에 막내 아들을 깨우는 것도 최명길의 몫이었고, 책을 읽고 있는 남편에게 커피를 대령하는 것도 그의 할 일이었다. 두 사람의 아침은 이렇듯 극명히 대조됐다. 그때 김한길은 이렇게 말한다. 


"장모님한테 감사해야 되는 게 결혼 초부터 남자는 부엌에 발 들여놔선 안 된다. 안주인은 하루에 세 번 남편이 따뜻한 밥을 먹게 해야 된다. 아침에도 꼭 새로 밥 해서 줘야 된다. 그런 것이 우리 장모님의 대원칙이었어요."



53년생인 김한길을 '옛날 사람'이라 분류한다면 놀랄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2018년에 저런 말을 '장모님에게 감사해야 되는' 일이라 떠벌리는 건 상당히 놀랍다. '아내에게 미안한 일'이라 해야 정상 아닐까? 그가 한때 정당의 대표로 활동했던 경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가 구상한 정치가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따로 또 같이>는 작정하고 '최명길의 내조'에 포커스를 맞춘 듯 보였다. 최명길은 김한길의 외출복을 세세히 챙겨줬고, 여행을 가기 위해 짐을 쌀 때도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부분을 신경썼다. 좀 심하게 말하면 '비서'에 가까울 정도였다. 거기에 김한길이 폐암을 선고받고 투병 생활을 했다는 사실까지 더해지면서 '최명길표 내조'의 감동을 배가됐다. 김한길은 "늙을수록 더 필요한 사람"이라며 최명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제작진의 입장에서 김한길-최명길 부부를 포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다양한 양태의 부부를 보여주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모습이 마치 이상적인 부부의 그것인양 꾸미는 건 불편한 일이었다. 당장 강성연은 "우리 시어머님도 (남편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라고) 그러셨는데, 너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다른 남편들은 아내에게 최명길을 본받으라며 눈치를 줬다. 


김한길이 폐암 4기 판정을 받고, 신약을 투약받아 완치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비판을 하는 게 모질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또, 투병 생활을 하느라 몸이 약해져 집안일에 소홀했을 수도 있다. 그만큼 최명길이 더욱 신경을 써서 보살폈을 게다. 그러나 김한길의 발언들을 종합해 보면 그가 이전에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남편'이었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그가 '옛날 남편'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부부가 '같이' 여행지로 떠나서 '따로' 여행을 하는 콘셉트의 <따로 또 같이>는 제법 신선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이었다. 결혼이란 무엇인지, 부부란 무엇인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진지함이 있었다. "의리도 사랑"이라는 박미선의 말에는 울림이 있었다. 예능적으로도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 꾸미지 않은 솔직한 모습들에서 과장되지 않은 담백함이 돋보였다.  


또, 26년차 부부 박미선-이봉원, 7년차 부부 강성연-김가온, 5년차 부부 심이영-최원영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시청자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타나는 부부의 변화 양상(?)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각자 자신의 입장을 대입해 감정이입을 하기도 했다. 방송이 끝난 후, 시청자들은 '우리 부부도 그렇다', '우리 부부는 이렇게 위기를 극복했다' 등의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그런데 김한길-최명길 부부의 합류로 <따로 또 같이>는 굉장히 보수적인 뉘앙스의 프로그램으로 바뀌었다.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조되고, 그것이 미덕인양 그려졌다. 젊고 활력있는 느낌에서 조금은 중후한 분위기로 변했다. 주 시청자인 중장년층을 겨냥한 전략이라고 봐야 할까. 당장 시청률이 1.435%에서 2.543%로 껑충 뛰었으니 성공적이라고 봐야겠지만, 고만고만한 예능이 된 것 같아 여간 속상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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