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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교훈적인 <아는 와이프>가 욕을 먹는 이유는?

너의길을가라 2018. 8. 1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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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혁(지성)은 완전히 안다고 생각했던 와이프가 너무도 낯설게 느껴진다. 그에게 서우진(한지민)은 화장기 없고 부스스한 머리에 후줄근한 옷을 걸친 채 분노 조절 장애처럼 소리만 꽥꽥 지르던 아내였다. 자신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것처럼 보였다. 매사에 시비를 걸 정도로 피곤했고, 자신의 유일한 안식처 역할을 했던 게임기를 욕조 속에 담가버릴 만큼 잔혹했다. 그놈의 잔소리는 끔찍했다. 벗어나고 싶었다. 


그런데 다른 삶 속에서, 다시 말하면 차주혁과 결혼하지 않은 서우진은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은행원이 된 서우진은 매사에 당당하고 주눅들지 않은 밝은 모습이었다. 누가 봐도 아름다웠고 매력적이었다. 바뀐 현재 속에서 자신의 첫사랑인 이혜원(강한나)와 결혼한 차주혁은 결국 자신의 상황을 망각한 채 색다른 모습의 서우진에게 점차 이끌리고 만다. 



급기야 서우진을 마음에 둔 친구 윤종후(장승조)의 애정공세를 적극적으로 방해한다. 둘 사이에 어떻게든 끼어들어 분위기를 망치려 든다. 심지어 연수원까지 쫓아가 훼방을 놓는다. 참 찌질하다. 그러다 술에 취한 채 엎드려 잠든 서우진의 머리를 쓰다듬기까지 한다.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라고는 하나 그 모양새가 썩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결국 현재의 아내 이혜원에게 적발당하기까지 했다.


tvN <아는 와이프>는 매우 교훈적인(?) 드라마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와이프가 새로운 상황에서 다른 모습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우리가 흔히 '누군가에 대해 안다'고 여겼던 생각이 얼마나 단편적이고 표피적이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또, '누군가를 이해한다'고 했던 말이 얼마나 가벼운 것이었는지도 말이다. 그런 선입견과 착각들을 '충격요법'을 통해 일깨워주는 드라마다. 


더 이상 후줄근한 옷에 뽀글머리가 아닌 서우진을 보고 그가 얼마나 고된 삶을 살았었는지 깨닫고, 장모(이정은)의 치매 증상을 알게 된 후에야 서우진이 겪었을 혼란과 슬픔을 이해하게 된다. 또, 멜로 영화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아내가 "막 울고 싶을 때, 근데 핑곗거리 없을 때 멜로봐요. 눈물 줄줄 흘리면서"라고 말하는 걸 듣고 차주혁은 무너져 내린다. 자신의 무신경함을 반성한다.



제3자의 입장에 됐을 때, 부감적(俯瞰的) 사고를 할 수 있을 때 차주혁은 객관적 시선으로 자신과 서우진을 그리고 '그들의 관계'를 바라볼 수 있었다. 이처럼 교훈적인 <아는 와이프>인데, 시청자들은 왜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는 걸까. <아는 와이프>를 향한 비난이 수그러들지 않는 걸까. 시청자들이 그 '교훈'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건 아닐 것이다. 그건 교훈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그다지 설득적이지 않기 때문 아닐까.


차주혁이 서우진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는 장치가 이혜원과의 비교라는 점은 못내 아쉽다. <아는 와이프>의 극본을 쓴 양희승은 이혜원을 '나쁜 며느리'로 그려나가는 데 주력한다. 이를테면 시부모들을 문전박대하는 개념없는 며느리로 몰아가는 식이다. '밥 한끼 대접한 적 없는 며느리'라는 설정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이를 통해 얻는 것은 싹싹한 며느리였던 서우진의 가치다. 차주혁은 서우진에 대한 그리움을 느낀다.  


그것으로도 부족해 <아는 와이프>는 이혜원을 '나쁜 아내'로 만들기까지 한다. 이혜원은 그의 배경을 보고 접근한 연하남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유부남인 차주혁이 서우진에게 이끌리는 감정을 상쇄하기 위한 설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아무리 과거의 기억 때문이라고는 하나 '불륜'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상황을 정당화시키는 장치인 셈이다. '이혜원이 먼저 바람을 피우고 있잖아!'라면서 말이다.



드라마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재까지 <아는 와이프>는 차주혁은 자신의 상황과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지 못하는 자기중심적인 남성이자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남성이라는 것말고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했다. 그런 차주혁이 서우진과 다시 맺어진들(혹은 꿈에서 깨어나 진짜 현실을 마주한다고 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고작 이 정도의 깨달음으로 뭔가 달라진다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판타지'가 아닐까?


'욕을 하면서도 본다'고 했던가.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아는 와이프>의 시청률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 6회는 시청률 7.259%(유료플랫폼 전국 기준)를 기록했는데, 수목 드라마 1위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8.3%)를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과연 <아는 와이프>가 스스로 좇고 있는 '교훈'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분위기로는 턱도 없는 일이다. 이혜원이 차려주는 '스테이크'보다 '갓김치'가 좋다는 투정으로 시청자들을 설득하긴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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