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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의 강경 대응, 악성 루머에 강력한 처벌 필요하지만..

너의길을가라 2018. 10. 24.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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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발생했을 때 최악의 태도는 회피다. 눈을 감아버리면 당장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시끄러울까봐 자신의 귀를 막아버린 도둑처럼 그 행위가 무용한 것이라는 걸 깨닫는 건 금방이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쉬운 답을 찾으려 해서도 곤란하다. 현상의 원인을 고민하지 않고, 눈앞에 드러난 현상만을 처리하고자 하면 문제는 반복되기 마련이다.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지난 22일 정유미가 경찰서에서 출석했다. 지난 17일 인터넷 상에 갑자기 등장한 '지라시' 때문이었다. 당시 나영석PD와의 염문설을 골자로 한 악성 루머가 급속도로 퍼져 나갔고, 정유미는 이에 대해 강경 대응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었다. 악성루머의 최초 유포자를 고소하고 피해자 진술을 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던 것이다. 정말이지 열불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사자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하기 어렵다.



"당사는 악성 루머의 최초 작성 및 유포자, 온라인 게시자, 악플러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해 증거 자료 수집을 끝 마쳤고, 오늘 법무 법인을 통해 고소장을 접수할 예정입니다. 속칭 찌라시를 작성하고 또는 게시 유포하는 모든 행위는 법적 처벌 대상이며 이번 일에 대해 어떠한 협의나 선처도 없습니다."


대상자의 삶을 파괴하는 악성 루머의 최초 작성자, 이를 아무런 죄책감 없이 퍼뜨린 유포자 그리고 보이지 않는 칼을 손에 쥐고 마구잡이로 난도질을 해댄 악플러들에 대해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동의를 넘어 적극 찬성한다. 따라서 정유미 측의 강력한 대응은 적절할 뿐더러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남은 건 사법 기능의 올바른 작용일 것이다.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한다면 범죄자들을 잡아내는 건 일도 아닐 테고, 검찰도 기소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가장 문제는 사실상 법원의 '소극적인 태도'이다. 그동안 법원은 연예인들에 대한 악성 댓글 사건에서 집행유예로 일관해 왔다. 솔직히 힘이 빠진다. 지난해 '배우 이영애가 필로폰을 복용한다'는 거짓 루머를 퍼뜨린 40대도 집행유예, 걸그룹 멤버들의 합성 사진을 유포한 자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설현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불러 일으키는 메시지와 음란 영상을 반복해서 보낸 혐의로 기소된 A씨(47세) 역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피고인이 조현정동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물론 감경 사유로 인정하지는 않았다지만, 찜찜하고 씁쓸함이 가시지 않는다. 어째서 좀더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집행유예가 공식처럼 활용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처벌'이 능사는 아닐지 모른다. 만능 열쇠도 아니다.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왜곡된 댓글 문화 등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처벌이 뒤따르지 않으면, 이런 숙고가 무기력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편, 이럴 때마다 우리가 쉽사리 빠져드는 '쉬운 답'의 유혹이 있다. 바로 '인터넷 실명제'이다.


2012년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판정을 내렸다. 표현의 자유를 사전 제한하려면 공익의 효과가 명확해야 하지만, 인터넷 실명제를 시행한 이후에도 불법 게시물이 의미있게 감소하지 않았고 지적했다. 실명으로 운영되는 페이스북만 해도 공개적인 논쟁을 벌이는 가운데 악성댓글이 많이 나타나는다는 점에서 실명제의 한계가 드러난다. 


무엇보다 소수의 잘못된 행위자들 때문에 선량한 다수가 피해를 입어선 곤란하다. '익명성'에 부정적인 효과가 따른다고 해서 그것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영향을 간과하선 곤란하다. 물론 익명성이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그에 기반한 개인의 사생활은 보장받아야 마땅하다. 실명제 자체의 실효성도 의문이지만, 이를 통해 익명성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결국 자유의 억압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마땅하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껏 떠들 수 있게 하되, 적정한 선을 넘어선 이들에 대해서는 강력히 처벌하면 될 일이다. 혐오는 포현의 자유가 아니다. 이건 교육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법적 처벌의 문제이기도 하다. 법의 엄정함이 자리잡히게 된다면 '선을 넘는' 행위들은 일정 부분 근절될 것이다. 가이드 라인이 잡힐 테니 말이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댓글창'을 운영함으로써 이득을 보는 쪽(가령, 포털 사이트 회사)에 책임을 묻는다면 어떨까. 실제로 독일에서는 올해 1월 소셜 미디어 기업에서 가짜 뉴스나 혐오 댓글을 방치할 경우에 최대 650억 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됐다고 한다. 표현의 자유를 건드리는 건, 당장 쉬운 해결책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건 곧 우리 스스로를 옥죄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는 범죄자와 책임자를 상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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