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맛집

[버락킴의 맛집] 1. 익선동-종로3가역 '간판 없는 가게'를 다녀오다

너의길을가라 2018. 7. 2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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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3가역(지하철 5호선) 6번 출구로 나가서 뒤쪽의 사거리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왼편으로 작은 골목이 나온다. 어쩌면 별 거 없어 보이는 허름한 골목인데, 마치 엄청난 보물이 숨겨진 곳으로 안내하는 통로인양 설렘을 준다.




골목 안쪽으로 접어들면 시장통 먹자골목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복잡하고 시끌벅적하지만, 한편으로는 구수하고 정겨운 느낌이다. 곳곳에 자리잡은 식당들은 저마다 자기네가 맛집이라 써붙여 놓았다.

수요 미식회, 생생정보통 등 온갖 TV 프로그램의 이름이 난무한다. 저녁 무렵이면 이미 손님들로 식당 안은 가득 차 있고, 바깥에 마련한 테이블에도 사람들이 그득하다. 발길을 옮기기 어려울 정도다.

온통 맛집 같아 보여 벌써부터 자리를 잡고 싶어지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만 더 걸어보기로 하자. 목적지까진 아직 조금 남았다. 골목길 특유의 정취를 느끼며 조금 걸었을까 갑자기 골목의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시장통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개성 넘치거나 고풍스러운 식당들이 즐비하다. 이곳이 바로 ‘익선동(益善洞)’인데, 원래 이 지역에 있던 익동의 ‘익’과 조선 초기부터 있던 한성부 중부 정선방의 ‘선’을 합친 이름이다.

얼핏 연남동이 떠오르지만,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연남동이 좀더 정돈된(개발된) 느낌이라면, 익선동은 보다 정겨운 분위기다. 아무래도 미로처럼 이어진 자그마한 골목길의 영향인 듯 싶다.



이름 : 간판 없는 가게
주소 :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11다길 36

서론이 좀 길어졌는데, 이번에 소개할 맛집은 ‘간판없는 가게’라는 곳이다. 주택을 개조한 듯한 곳인데, 이미 익선동에서 제법 유명한 식당이다. 식당 이름에서부터 남다른 개성이 물씬 풍기는데, 실제로 이곳은 간판이 없다. 그러면 어떻게 찾아가냐고?

구글 맵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익선동의 골목은 정맥처럼 이어져 있어 자칫 길을 헤매기도 한다. 한번에 찾는 것도 좋겠지만, 익선동 구석구석을 누비는 재미도 있으니 너무 빡빡하게 굴지 말자.



‘간판 없는 가게’를 찾으려면 입구 옆 입간판(사진 참조)과 프라이팬 국자 거품기 등으로 장식된 출입문(사진 참조)을 찾아야 한다. 건너편에 있는 잡화점의 ‘예쁨’에 눈을 빼앗길 우려가 있으므로 조심(?)하자. 일단 먹고 구경하자!




식당 내부는 인테리어가 거의 돼 있지 않았다. 요즘 많은 상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인데, 돈이 들어간 건 조명뿐이다. 콘크리트가 그대로 노출되고, 문도 따로 설치하지 않았다. 여름이라 그런지 회색빛이 시원해 보인다.



특별히 메뉴판은 준비된 게 없었고, 벽에 붙어 있는 종이조각이 전부다. 굉장히 심플하다. 메뉴판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고, 멋드러진 메뉴판이 그 식당의 아이덴티티가 되기도 하지만, 이렇듯 단출한 것도 매력이 있다.



고민 끝에 명란 스파게티(16,000원)와 스테이크 리조또(23,000원)를 주문했다. 명란 스파게티는 보통 크림 스파게티가 많은데, ‘간판 없는 가게’의 경우에는 오일 스파게티였다. 이렇게 조리를 하니 명란의 식감과 맛이 제대로 살아있었다.

스테이크 리조또는 기대보다 훨씬 훌륭했다. 우선, 스테이크의 양이 제법 많았고, 고기도 부드러워 씹기에 좋았다. 크림베이스에 파마산치즈가 잔뜩 뿌려져 있어 고소한 맛이 진했다. 입맛에 따라 조금 느끼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살짝 느끼한 맛을 좋아해서 만족스러웠다. 오히려 명란 스파게티보다 스테이크 리조또 쪽이 입맛에 맞았다. 명란 스파게티는 처음 먹어보는 맛에 가까웠 신기했다고 할까.

간판 없는 가게는 익선동에 들린다면 꼭 들러봄직한 식당이다. 기존 식당의 틀을 깬 다양한 시도들이 마음에 들었고,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맛도 준수했다. 다만,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다. 메뉴 2개에 39,000원이니 가벼운 금액은 아니다.

그래도 익선동 특유의 분위기를 즐기고, 깔끔하고 맛깔스러운 음식을 맛보는 기회 비용으로 그 정도의 지출은 지불 가능하지 않을까? 어서 식사를 마시고 옛 정취를 느끼게 하는 익선동 골목 구석구석을 누벼보자!


지극히 개인적인 별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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