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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힘이 세다'는 김윤아, <비긴어게인2>을 통해 증명했다

너의길을가라 2018. 3. 3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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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는 이미 밤이 찾아왔다. 걱정이 앞선다. 낯선 나라, 낯선 곳의 어둠은 두렵다. 캄캄함은 나를 감추기도 하지만, 타인도 드러내지 않는 법이다. 표정이 없는 얼굴은 공포다. 그래도 다행이다. 도우루 강변, 포르투의 히베리아 광장은 빛으로 가득하다. 이제야 사람들의 얼굴이 보인다. 그때부터 그들은 경계해야 할 타인이 아니라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공감의 대상이다. 그들은 청자다. 


"가사가 한국어든 영어든 포르투갈어이든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


정답이다. 동양인 네 명이 대뜸 노래를 불렀을 때, 저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던 자우림의 김윤아에게 대답이 됐을까. 외국에 나가서 우리의 노래가 통한다는 걸 인정받고 싶은 게 아니냐며 구시렁대던 사람들에게 대답이 됐을까. 물론 가사는 노래의 중요한 부분이고, 음악을 빛내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어떤 '소리'는 '언어'를 뛰어넘는다. 거기에 진심이 담겨 있다면 굳이 말해 무엇하랴.


김윤아는 'Fly me to the moon'으로 행인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의 신비로운 목소리는 지나가던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로이킴은 감미로운 목소리로 'Gravity'를 불렀다. 아니, 읊었다고 해야 할까. 행인은 관객이 됐다. 자우림의 이선규은 기타로, 윤건은 건반으로 음악적 소통에 참여했다. 그렇다. 버스킹이 다시 시작됐다. JTBC <비긴어게인>이 시즌2(이하 <비긴어게인2>로 돌아왔다. 



'낯선 곳에서 버스킹을 한다'는 기본 콘셉트만 그대로 안은 채 사실상 모든 게 달라졌다. 우선, 멤버들이 바뀌었다. 게다가 2팀으로 구성돼 훨씬 더 다양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편의상 A팀, B팀으로 구분해 보자.) A팀은 자우림의 김윤아 · 이선규, 윤건, 로이킴으로 라인업이 짜여졌는데, 언뜻 <비긴어게인1>이 연상되는 조합이다. B팀은 박정현, 하림, 헨리, 악동뮤지션의 이수현이 포함됐다. 


방송 시간대도 옮겼다. <비긴어게인1>이 다시 늦은 시각(일요일 10시 30분)에 방송됐다면, <비긴어게인2>는 금요일 오후 9시다. 경쟁이 훨씬 치열한, 그렇지만 보다 다양한 시청자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JTBC가 승부수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시청률은 4.449%(닐슨 코리아 기준)로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비긴어게인1>의 1회 시청률(5.097%), 종영 시청률(4.541%)보다는 낮지만, 시청자 반응은 더 뜨거운 편이다.



김윤아의 존재감은 이소라의 그것에 필적한다. 버스킹이라는 무대를 고려한다면, 오히려 김윤아의 목소리가 훨씬 더 효과적으로 보인다. 이소라의 목소리가 실내에서 듣기 적합했다면, 김윤아의 목소리는 카랑카랑해 거리에서도 쩌렁쩌렁 울린다. 또, 소리가 쉽게 퍼지지 않고, 힘을 받은 상태로 곧게 전달되기 때문에 감미로운 노래를 부를 때도 청자들의 귀에 쉽게 가닿는다.


<비긴어게인1>에서는 3명의 뮤지션과 1명의 예능인의 구성으로 '예능적 재미'에 무게를 뒀다면, <비긴어게인2>에서는 4명 모두 뮤지션으로 음악적 부담이 분산됐다. 가령, <비긴어게인1>에서 윤도현에게 기타 연주의 부담까지 가중됐다면, <비긴어게인2>에서는 자우림의 이선규가 합류하면서 말끔히 해결됐다. 로이킴(기타)과 윤건(건반)은 각자의 악기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알아 완성도는 확실히 높아졌다.


무엇보다 '음악'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보다 충실해졌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굳이 예능인을 투입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상황 속에서 '예능적 재미'는 발견되기 마련이다. 이선규의 엉뚱함이나 로이킴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충분히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분명 <비긴어게인2>는 시즌1의 부족함과 아쉬움을 충분히 고민하고 보완했다. 이래서 시즌제가 옳다.



"한국에서는 몇 년 전에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가족을 잃었어요. 아주 비극적인 사고였죠. 그때 우리들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건 그들을 위해 노래를 만드는 것 뿐이었어요."


<비긴어게인2> 첫 방송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 가장 숨죽이게 만들었던 장면은 김윤아가 자신의 자작곡인 '강'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순간이었다. 가사의 뜻을 알지 못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김윤아는 간단히 노래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그 노래를 들은 외국인들은 비록 가사의 뜻을 이해하진 못했지만, 김윤아의 진심을 소리를 통해 건네 받았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것이 바로 음악의 기능과 역할이 아닐까. '낯섦'을 연결하고, 그 간격을 좁히고, 그리하여 하나로 만들어주는 것 말이다. 그것을 "낯선 데 가서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노래하"고 싶다던 김윤아가 보여줬다. 김윤아의 '나'가 '우리'에게 전해지는 순간 우리는 알게 됐다. 또, 그의 '나'가 외딴 곳에 홀로 서 있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 속에서 우리를 든든히 지탱하는 존재였음을. 


너의 이름 노래가 되어서

가슴 안에 강처럼 흐르네

흐르는 그 강을 따라서 가면

너에게 닿을까

언젠가는 너에게 닿을까


그리움은 바람이 되어서

가슴 안을 한없이 떠도네

너의 이름을 부르며 강은 흐르네

다시 돌아오지 못한 곳으로

누가 너의 손을 잡아 줄까


- 김윤아, '강'의 가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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