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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친딸'로 소비하기엔 너무도 놀라운 재능, 스텔라장의 음악에 빠져들다

너의길을가라 2018. 4. 17.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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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반짝반짝 빛나는 재능이 되고 싶었지만, 이제 한계를 아는 나이가 됐다. 요즘에는 번뜩이는 천재성을 발휘하는 누군가, 통념을 뛰어넘고 세상의 기준에서 몇 걸음 정도 벗어난 누군가, 남다른 감각을 발산하는 누군가를 발견하면 그저 반갑다. 기분 좋은 소름이 돋는다. 청량감을 느낀다. 그 시선에 질투가 전혀 섞이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보다는 칭찬해주고 싶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2016년 10월 6일이었다. '스텔라장(Stella Jang, 장성은)'을 처음 발견한 날 말이다. 범상치 않은 이름이었다. 음원 서비스에서 '최신 음악'을 뒤적이며 음악 세계를 확장하곤 하는데, 평소와 다름 없이 목록을 뒤지다가 그 이름을 발견했을 때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느낌이 왔다고 할까. 대중의 시선을 끌기 위해 괴상한(?) 혹은 개성 넘치는 이름의 가수들이 많아졌지만, 스텔라장이라는 이름에선 뭔가 유쾌한 고집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순식간에 빠져 들었다. 우선, 음색이 좋았다. 부드러우면서 달콤했다. 감미로웠다. 자꾸만 듣고 싶어졌다. 멜로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멜로디 겉을 통통 튀는 매력으로 감쌌다. 색다르고 독특했다. 그건 기존의 것이 아니었다. 신기하게도 그 남다름이 어색하지도 불편하지 않았다. 어떤 장르, 어떤 분위기의 노래와도 어우러지는 목소리였다. 스텔라장은 개성적인 음색으로 청자를 설득하는 힘을 지녔다. 



단지 그것뿐이었다면 '좋은 가수'를 발견했다고 여기고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스텔라장에겐 일반적인 가수들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한 가지, 범상과 범상치 않음을 가르는 무언가가 내재돼 있었다. 그건 아마도 '이야기'다. 스텔라장은 노래라는 도구를 빌려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싱어송라이터인 그는 직접 가삿말을 쓰며, 자신과 세상을 연결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스텔라장은 훌륭한 화자다. 


화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핵심은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 그리고 그 이야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일 것이다. 스테라장의 노래들을 들어보면 그가 왜 훌륭한 화자인지 알 수 있다. 스텔라장은 유쾌하다. 게다가 해학적인데, 유머감각이 날카롭다. 또, 현실적이다. 가사가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이다. 생활밀착적이다. 상상에만 의존하지 않고, 경험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대표곡 중의 하나인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에서는 월급을 의인화했는데, "곧 떠나겠지만 잠시나마 즐거웠어요/하지만 다음엔 좀 오래오래 머물다 가요", "난 그대 없인 살 수 없어/왜 자꾸 나를 두고 멀리 가"라는 가사는 신선하고 참신하다. 월급을 떠나가는 연인에 빗대다니, 참으로 적절한 비유가 아닌가. 프랑스 명문대학 그랑제꼴 3년 과정을 마치기 위해 화장품 회사에 인턴으로 10개월 가량 근무했던 경험이 도움이 됐던 걸까.


또, '월요병가'에서는 각 요일의 체감 시간을 음의 길이로 표현했다. "워어어얼 화아아 수우 목 금 토일"이라는 가사만으로 간단히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 셈이다. 기발한 발상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분명히 얼마 전에 월요일이었는데 그랬는데/근데 왜 내일이 또 월요일이라는 건데/잊을만하면 돌아오는 웬수 같은 자식/없는 병도 너만 보면 생길 것 같다"는 듣다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통쾌하다. 



스텔라장은 솔직하다.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한다. "가지기도 싫고/남 주기는 아까운/거리를 두지만/생각보다 가까운/가지기도 싫고/남 주기는 아까운"은 애매한 남녀 사이를 그린 '계륵'이라는 노래의 가삿말이고, "난 나중에 아주 아주/부자가 될 거야/어딜 가든 택시만 타고 다닐 거야/아니면 내 차를 몰고 다닐 거야/다신 내가 갈아탈 일이 없게"는 '환승입니다'의 가삿말이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노래라는 그의 설명이 재밌다. 


"사람들은 공부한 게 아깝다고 하는데, 제 인생에 대해서 그분들이 다 아는 건 아니잖아요. 매체에선 제 '스펙'만 공개될 뿐, 유학 생활을 하면서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를 하느라 괴로워했던 제 마음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죠. 전 어렸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만 했어요."


스텔라장을 소개하는 글의 대부분은 그의 학력을 강조한다. '엄친딸'로 소비한다. 유희열이나 이적 앞에 서울대가 붙고, 루시드폴 앞에 생명공학 박사라는 타이틀이 붙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학력과 스펙이 그를 홍보하는 데 도움을 주긴 했지만, 스텔라장은 분명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한다. 중요한 건 스펙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고, 자신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이다.


본질을 채우기보다는 겉치레에 치중하고, 이를 강요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있고/많은 사람들 가운데/나라는 한 사람이 있네", "그대는 그대로/그냥 그대인 채로 남으면 돼"('그대는 그대로')라고 위로한다. 물론 그 자신을 향한 다독임이기도 하다. 학업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음악에 뛰어든 스텔라장의 행보는 당차고 거침없다. 



2014년 디지털 싱글 앨범 <어제 차이고>를 발매하며 데뷔했고, <Colors>(2016. 10. 6.),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2017. 4. 30.) 등 싱글앨범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중이다. 또, SBS <사랑의 온도>('나만의 온도'), <로봇이 아니야>)('날 알아줄까) 등 드라마 OST에도 참여하며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tvN<시를 잊은 그대에게> '요즘 청춘'이라는 곡으로 참여했다. 


"나 빼고 행복해 보여/다들 행복해 보여/좋은 날이 오기는 할까"라는 가사는 청춘의 고단한 삶을 그리고 있는는데, 스텔라장 특유의 감성이 잘 녹아있다. 그러면서도 "어쨌든 살다가 보면/웃을 날도 좋은 날도 있어/뭐 그렇게 믿고 사는 거지"라고 냉소적인 덕담(?)을 건넨다. "내가 앞으로 발매할 앨범도 내 진정한 생각과 가치관이 고스란히 묻어나길 바란다"는 그가 앞으로 어떤 음악을 들고 나올지 손꼽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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