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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홍 임의탈퇴 논란과 선동렬 감독의 자진사퇴, 사필귀정인가?

너의길을가라 2014. 10. 2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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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재계약에 성공했던 기아 선동렬 감독이 지난 25일 자진사퇴 했다. 이로써 가을 야구인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감독 전원이 옷을 벗게 됐다. 1990년 이후 24년 만의 사건이다. "개인적으로도 명예회복의 시간을 갖기를 소망한다. 그동안 야구를 하면서 이렇게 참담함을 느껴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선배들이 세웠던 야구명가의 혈통을 다시 세우고 싶다"던 선 감독이 자진사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스토리가 제법 흥미롭다.



지난 19일 선동렬 감독은 2년 총액 10억 6,000만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3억 8,000만 원)에 재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애초부터 선동렬 감독의 재계약은 명분이 없었다. 감독을 맡은 첫 해인 2012년 5위에 그쳤고, 2013년과 2014년에는 8위에 머물렀다. 성적과 결과로 말하는 프로에서 감히 고개를 들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기아는 선 감독과 재계약을 선택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팬들의 거센 항의는 당연했다.


선 감독은 팬들의 불만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리기 위해 22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인 '호랑이 사랑방'에 '팬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장문의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화가 단단히 난 팬들을 마음을 진정시키기엔 부족했던 모양이다. 선 감독은 자신이 올린 글이 팬들로부터 '신고'를 받아 자동적으로 블라인드 처리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래도 선 감독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선 감독이 명예회복할 기회도 있어야 한다. 이대로 KIA를 떠난다면 레전드 선수 선동렬까지 잃게 된다'고 주장하는 일부 팬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른바 '안치홍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야구 팬이라면 지난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하고 '군 면제 혜택'을 받게 됐을 때, 가슴이 미어졌을(?) 한 명의 선수가 누구있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안치홍 선수다.



안치홍 선수는 올해 총 126경기에 나서 타율 0.339, 147안타 18홈런 19도루 88타점으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는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에 뽑히지 못했다. 그 이유는 각 팀마다 병역 면제자를 고루 배분하는 모종의 약속 때문이었다. 기아에서는 나지완을 적극적으로 밀었고, 결과적으로 안치홍은 제외됐다는 것이 아구계의 뒷이야기다.


개인적 상심 때문인지 안치홍 선수는 군 입대를 결정했고, 내년부터는 경찰청에 입단하기로 되어 있었다. 안치홍 선수와 함께 기아의 키스톤 콤비로 활약한 김선빈 선수도 입대하게 돼 기아로서는 심각한 전력 약화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안치홍 선수의 설득에 실패한 구단은 선동렬 감독에서 설득을 맡겼다. 이 자리에서 선 감독은 '임의탈퇴'라는 말을 꺼냈고,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팬들은 분노했다. 그나마 선 감독을 지지하던 나머지 팬들조차도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선수가 계약 해제를 신청해 구단이 승낙할 경우, 선수가 계약 존속을 희망하지 않는다고 인정할 경우 선수계약을 해제하고 해당선수는 KBO 총재에 의해 임의탈퇴선수로 공시된다' (야구규약 40조)


임의탈퇴란 오직 소속 구단으로만 복귀를 전제로 한 계약 해지 행위로, 임의탈퇴 처리가 되면 최소 1년간 그라운드에 설 수 없고, 원소속 구단의 동의 없이는 다른 구단과 계약 교섭이 불가능하게 된다. 선 감독은 이에 대해 "나도 안치홍에 관련해 말을 듣고 당황했다"면서 "내가 어떻게 협박을 했겠는가"라며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선 감독은 ""나도 안치홍에 관련해 말을 듣고 당황했다. 내가 어떻게 협박을 했겠는가. 설명하자면 안치홍이 군대를 가겠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자 구단에서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감독실로 불러서 이렇게 말을 했다. '너나 나나 프로들이고 어떻게 보면 우리들은 소모품들이다. 최악의 경우 구단쪽에서 임의탈퇴까지 생각하면 안되지 않느냐. 생각을 바꿔보자'고 말했다""고 말했지만, 과연 을(乙)의 입장인 선수가 '임의탈퇴'라는 말을 가벼운 '설득'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지는 의문스럽다.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생긴 오해이겠지만, 모르긴 몰라도 안치홍 선수에게는 '협박'처럼 들리지 않았을까? 설령 구단의 입장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감독이자 야구계의 선배인 선동렬 감독이 선수이자 후배에게 '군대에 가면 임의탈퇴 처리될지도 몰라'고 말한 것은 납득하기가 어려운 대목이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필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후부터 선동렬 감독에 대한 사퇴 운동은 더욱 확산됐고, 결국 선 감독은 사퇴를 선언했다.


"팬들의 반대가 이렇게 심한데 어떻게 감독직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 내일부터 훈련이 시작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팀을 지휘하는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선 감독이 밝힌 입장이었다. 한국 야구의 레전드 중의 한 명이 선동렬 감독의 불명예스러운 퇴장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성적으로 증명하는 것이고, 팬들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 아니겠는가? 성적도 잃고, 팬도 잃은 선 감독의 종착점이 '자진 사퇴'인 것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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