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최순실 태블릿PC를 YTN 기자가 구해왔다면 보도할 수 있었겠나?" 뉴스 채널 YTN 경제부의 한 기자는 자사(自社)를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언론사마다 자성의 목소리가 드높다. YTN뿐만 아니다. 지상파 방송인 KBS, MBC, SBS 소속 기자들의 반성도 이어지고 있다. 기시감이 든다. 지난 2014년 대한민국을 충격 속으로 몰고 갔던 그때가 떠오른다. 세월호 사건이 터진 직후, 언론들은 지금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스스로를 '기레기'라 칭하는 '위악(僞惡)'을 떨며, 이대로는 안 된다고 소리치지 않았던가.



한낱 기자 '나부랭이'들의 처지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 반성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SBS 기자협회의 권영인 협회장은 JTBC <뉴스룸>의 시청률이 자사의 뉴스를 추월한 데 큰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다. "정말 참담했다. 짜증났다. 화도 났다" 그러면서 그들(JTBC)은 우리가 무시하고 외면할 상대가 아니"란다. 뉴스 '신뢰도'에서 JTBC <뉴스룸>에 뒤진 지 오래건만, '시청률'의 역전에 저토록 민감히 반응하는 태도야말로 오히려 참담하고 짜증나고 화가 난다. 


"JTBC가 하는 것과 우리가 하는 것, 매일매일 비교하면서 그들하고 경쟁하고 뒤처지지 않게 열심히 싸워나가는 게 바른 언론사, 바른 저널리즘을 실현하는 거라 생각한다"고 하지만, 그 의지가 얼마나 갈지 솔직히 의문스럽다. 권영인 협회장은 섭섭해 하지 마시라. 당신에게'만' 하는 말은 아니니까.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박수홍은 "(가족에 대한 악플을 제외하면) 연예인은 더 얘기 들어도 괜찮다"고 말하더라. 이 말을 패러디하자면, "기자는 더 부끄러워해야 한다. 당신들은 더 욕 먹어도 된다."



"약 70년 전 르 몽드 지의 창간자인 뵈브 메리는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을' 다루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저희들의 몸과 마음도 그만큼 가벼워지리라고 믿습니다. 그렇게 노력하겠습니다." 


- 지난 2013년 9월 16일 JTBC <뉴스9> 첫 방송에서 손석희 앵커가 시청자에게 했던 다짐 -


두 번에 걸친 언론인들의 반성을 이끌어낸 주인공은 MBC를 뛰쳐나가 JTBC에 자리잡은 손석희 앵커(사장)였다. 보도 부문의 '전권'을 갖는 조건으로 종편으로 이적했던 그를 향해 수많은 사람들이 비판했다. 그건 일종의 '의구심'이었다. <JTBC>의 사주가 한국 보수 언론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조중동' 가운데 <중앙일보>를 소유하고 있는 홍석현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또, <중앙일보>와 삼성 간의 '혈연(홍석현은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씨의 동생) 관계도 물음표를 더했다. 


하지만 손석희 사장은 <JTBC>에서 뉴스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정의당 심상정 의원을 출연시켜 삼성의 노조 무력화 문건을 최초로 공개하는 등 삼성을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에 관한 보도에도 앞장서는 등 성역 없는 '객관성'을 유지해왔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던 2014년에는 팽목항을 지키며 절망에 신음하던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최순실 씨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태블릿 PC를 찾아내 공개하면서 '진실'을 전달하는 데 여념이 없다.



한편, 손석희 사장과 함께 MBC에 몸을 담았던 후배이자, 손석희와 더불어 '이름'이 곧 '브랜드'가 되는 몇 안 되는 앵커인 김주하 씨의 행보는 또 다른 의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혼 소송 등 복잡한 개인사를 겪은 후, 2015년 7월 MBN으로 자리를 옮긴 김주하 특임 이사는 메인뉴스인 'MBN 뉴스8' 앵커가 됐다. "시청자들이 믿고 보는 방송을 만들고 싶다"던 그는 시청률 면에서 오히려 손석희 앵커를 앞질렀다. 첫 방송에서부터 종편 메인뉴스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지난 2월에는 시청률 5%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 김주하 앵커의 발언 전문


최순실씨에게…. 죄송하지만 오늘은 한 사람에게 이 시간을 할애할까 합니다. 최순실씨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최순실씨, 혹시 요즘 뉴스 보셨습니까? 대한민국이 지금 당신으로 인해 얼마나 난리가 났는지? 지난 3년 간 현 정권과 관련해 끊이지 않았던 소문의 배후가 당신이었다는 사실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정작 그 주인공인 당신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독일로 갔다는 소식이 마지막이고, 독일에서도 많은 언론이 당신을 찾고 있지만 흔적조차 없다고들 하더군요.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습니다. 대통령의 딸과 평범한 대학생…. 쉽지않은 인연으로 만나 40년 간 우정을 지켜오며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했을 것이고, 물심양면 도움도 줬을 겁니다. 하지만 그 언니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고, 대통령은 더 이상 한 개인이 아닌 국가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입니다. 대통령의 성공이 대한민국의 성공일진대, 지금 대통령은 당신과의 인연의 끈을 놓지 못했다는 이유로 큰 곤경에 빠져있습니다. 물론 처음엔 언니를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도움을 줬을 겁니다. 하지만 어느새 호의는 권력이라는 보상을 받게 됐고, 당신은 그 권력을 남용해버렸습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언니를 넘어 나라를 위해 한 일이라며 화를 내기도 했다죠. 하지만 덕분에 그 언니는 지금 인생 최대의 위기를 겪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죠. '지금까지 언니 옆에서 의리를 지키고 있으니까, 이만큼 받고 있다' 당신이 한 말에서 보듯 당신은 이미 언니와의 의리가 순수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인정했죠. 당신 말대로 박 대통령과의 의리 때문이었다면, 나라가 들쑤셔놓은 듯 엉망이 된 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빨리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당신은 떳떳하게 그동안 한 일을 밝히고, 잘못이 있다면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마땅합니다. 어제 대국민 사과를 하는 대통령을 본 기자들은 그렇게 힘없고 어두운 모습은 처음 봤다고들 합니다. 지금 당신의 언니가 처한 상황이 그렇습니다. 진심으로 '언니를 위해, 나라를 위해 한 일이다'라고 생각한다면 숨지말고 당당하게 세상에 나오십시오. 그리고 그 의리를 보여주십시오. 국민을 대신해 김주하가 전합니다.


'여성들의 워너비'로 자리매김했던 김주하 앵커는 지난 26일 최순실 씨에 대한 코멘트로 가득 채운 '3분 브리핑'에서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발언으로 국민적 비난의 대상이 돼버렸다. 김주하 앵커는 '최순실 씨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형식의 브리핑에서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며 "쉽지않은 인연으로 만나 40년 간 우정을 지켜오며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했을 것이고, 물심양면 도움도 줬"을 거라며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 씨를 '두둔'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지금 대통령은 당신과의 인연의 끈을 놓지 못했다는 이유로 큰 곤경에 빠져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피해자'로 만들어 버렸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바로 이 부분이다. '최순실'이라는 '핫 아이템'이 빠져 언론들이 정신을 잃고 있는 사이에 신나브로 형성된 프레임, '나쁜 최순실과 불쌍한 박근혜(대통령)'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김주하 앵커는 두 사람의 관계를 '언니와 동생'이라는 사적 관계로 치환하면서 공적인 부분에서 저지러진 만행을 '신의'의 문제로 뒤바꿔버렸다.


그러면서 제멋대로 '국민을 대신해 김주하가 전합니다'라니? 그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김주하는 '김주하'를 대변할 수 있을 뿐이다. 애초부터 앵커 김주하에 대한 '기대감'이 없던 터라, 이번 논란이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그가 생산하는 '뉴스'가 그리 건강한 것이 아니라는 건, 구의역 사고의 피해자 김 씨의 어머니를 인터뷰하면서 '자신의 눈물'을 카메라에 담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지 않았던가. 극단적인 비교를 하자면, '뉴스를 전달하는 손석희와 뉴스가 되고 싶은 김주하' 정도 일까.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JTBC <썰전>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박근혜 게이트'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금태섭 대변인도 "'최순실 게이트'라고 불려왔던 국정농단 의혹을 이제부터 '박근혜 게이트'로 부를 것을 제안한다"한다면서 그 이유를 "박 대통령을 피해자로 둔갑시키려는 시도에 대한 경고이자, 이번 사태의 본질에 대한 확인"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본질과 은폐의 핵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박 대통령은 사과문을 통해 "저로서는 좀더 꼼곰하게 챙겨보자고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푹 숙였다.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한 최순실 씨의 '언어'는 어떠했는가. "왜 그런 것을 가지고 사회 물의를 일으켰는지 박 대통령에게 머리를 숙이고, 죽고 싶은 심정"이라는 그의 발언은 '대통령=피해자'라는 등식을 성립시키려 애쓰고 있다. 


지금 우리는 '나쁜 최순실과 불쌍한 박근혜'라는 고약한 프레임과 맞서 싸워야 한다. 의도했든 그러지 않았든 간에, 이 프레임을 만들고 단단히 하는 데 일조한 김주하 앵커에게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고, 언론인으로서 그가 감내해야 하는 몫이다. 김주하 앵커는 "손석희와 김주하는 무엇이 다를까요? 손석희는 국민을 주어로 사용했고 김주하는 박근혜를 주어로 사용했다"는 정청래 전 의원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뉴스가 되려 애쓰기보다(그는 또 한번 성공했다), 그 중심에 '국민'을 두는 앵커로 환골탈태 하길 기대한다. 솔직히 지금은 제아무리 '손석희'와 '김주하'라 하더라도, 그들에게 쏟아지는 '지면'도 아까울 만큼 중대한 시국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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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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