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오래된 공책

버락킴의 오래된 공책 (159)

너의길을가라 2016. 4. 2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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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유사 스타벅스들이 파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하지만 사실 더 놀라운 것은 그것들이 절대로 동일한 하나의 세계관으로 환원될 수 없는 요소들의 복합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런 공간들이 보여주는 것은 절대 함께 할 수 없는 요소들을 하나의 세계로 응축, 환원시켜버리는 자본의 힘이다. 이 공간에서 우리는 혁명을 외치는 밥 말리의 목소리가 커피향과 뒤섞여 토익 책에 머리를 박은 유니클로 차림의 여자애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장면, 역 앞 가난한 노인들의 풍경을 매그넘 사진첩처럼 펼쳐놓은 창을 등진 채 공정무역에 관한 모토가 적힌 테이블 앞에 앉아 조지 오웰의 『1984』를 원서로 읽는 남자의 모습 따위의 아이러니한 풍경을 끝없이 발견할 수 있다. 오직 냉담한 관조자만이 이 모든 것을 무심히 지나칠 수 있을 것 같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미치거나 기절하지 않고 이 모순적 풍경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 김사과, 『0 이하의 날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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