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맛집

[버락킴의 맛집] 15. 여기에 미카엘 셰프가? 합정역 ‘셰프런’을 다녀오다

너의길을가라 2018. 11. 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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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메뉴를 고를 때 ‘파스타(pasta)’는 1순위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4~5순위 정도 된다. 실제로 먹고 나면 맛에 실망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생각만큼 마음이 끌리진 않는다. 이유는 좀 우습지만 간단하다. 배가 부르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소량의 면으로 포만감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식후에 남는 묘한 허기를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에 점차 파스타를 멀리 하게 된다. 그래서 남자들에게 파스타는 데이트용인 경우가 많다. 밥을 대체하진 못하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라면을 끓여먹어도 마지막에 밥 한 그릇을 꼭 말아먹어야 뭔가 완성됐다는 느낌을 받지 않던가. 닭갈비를 먹으면 볶음밥을 지나칠 수 없는 심리와 같다. 파스타는 미완의 음식이다.

이번에 소개할 맛집은 (당연히) 파스타 전문점이다. 합정에 위치한 ‘셰프런(chefrun)’이라는 식당이다. 순위에 대해 얘기를 한 김에 한마디 덧붙이자면, 셰프런은 그날 가려고 했던 식당 중에서 1순위가 아니었다.

애초에 가려던 파스타 맛집은 근처의 다른 식당이었는데, 마침 그날이 월요일이라 문을 닫은 탓에 2순위로 생각해뒀던 셰프런으로 가게 된 것이다. 행운이었을까? 그렇다고 말하면 좋겠지만, 솔직히 단언하긴 힘들다.

셰프런은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그냥 지나치기 힘들 정도로 신선하다. 입구가 냉장고 모양으로 디자인돼 있다. 노란색 벽과 조명 사이에 새빨간 냉장고가 “빨리 들어와”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왠지 모르게 식욕이 돋는 느낌이다.

입구 쪽 벽에 셰프들의 사진이 걸려 있는데, 익숙한 얼굴이 눈에 띤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지금은 tvN <수미네 밥상>에서 김수미의 제자로 활약하고 있는 미카엘 셰프다.

마치 빨간색 냉장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미카엘이 반갑게 맞이하면서 직접 파스타를 만들어 줄 것 같지만, 당연히 그런 깜짝 놀랄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미카엘은 그저 자신의 레시피를 셰프런 측에 제공했을 뿐이다.

외부 인테리어와 마찬가지오 내부 장식도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초콜릿이 흘러내리는 듯한 벽면이라든지, 작은 냉장고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콘셉트로 꾸며진 벽면이 재미있다. 유리컵을 거꾸로 뒤집어놓은 조명도 눈길을 끈다.

자, 이제 메뉴판을 들여다 볼 시간이다. 파스타를 단일 메뉴로 주문할 수도 있고, 세트 메뉴를 선택할 수도 있다. 다만, 세트 메뉴는 가격이 제법 만만치 않은데, 2인 세트만 해도 4만 원을 훌쩍 넘어 선다. 다소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셰프런의 시그니처 메뉴는 '부크부크 파스타’이고, 인기 메뉴로는 미카엘의 레시피인 치즈범벅 뚝배기 스튜와 최낙영 셰프의 돼지깡패 스테이크가 있다. 미카엘에겐 미안하지만, 부크부크 파스타와 갈릭크럼블 오일 파스타를 주문했다.

부크부크 파스타는 크림파스타가 바탕인데, 매운맛이 가미돼 느끼함을 잡아 부담이 없다. 또, 새우의 톡톡 터지는 식감을 즐길 수도 있다. 혹시 밥을 선호하는 편이라면 ‘부끄부끄 리조또’가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갈릭크럼블 오일 파스타 역시 새우가 들어 있어 생생한 식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둘 다 새우가 든 메뉴라 선택에 약간의 미스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크림 파스타와 오일 파스타는 완전히 다른 음식이라 비교하면서 먹는 재미가 있어 괜찮았다.

또, 갈릭크럼블 오일 파스타의 경우, 마늘의 향과 맛이 깊어 인상적이었다. 마늘에 대한 호불호 때문에 평가가 엇갈릴 수 있겠지만, 마늘을 즐겨먹는 편이라면 결코 지나칠 수 없는 파스타라고 할 수 있다.

셰프런의 주방은 개방형이라 셰프가 요리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데, 현란히 움직이는 웍과 함께 솟아오르는 불쇼(?)를 보는 것도 하나의 묘미다. 고급스럽거나 우아한 느낌의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밝고 유쾌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곳이다.

전체적인 총평을 하자면, ‘괜찮은 맛집’ 정도라고 생각한다. 역시 양은 부족했다. 그건 셰프런만의 문제는 아니니 탓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유명한 셰프들의 레시피라면 응당 ‘감동’이 느껴질 거란 기대를 하게 되는데, 역시 그 정도는 아니었다.

당시 월요일이라 손님이 적어서인지 직원들이 스탠바이를 하고 있으면서 멀뚱히 서 있었는데, 나름대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의도였겠지만, 식사를 하는데 그 눈빛들이 왠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애초에 인테리어를 밝고 생동감 넘치는 콘셉트로 잡은 것이 차별화 전략일지 모르겠지만, 역시 파스타집은 은은하고 그윽한 분위기가 감돌아야 제맛 아닐까? 물론 인테리어 문외한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맛 : ★★★☆
친절도 : ★★★★
청결도 : ★★★★
분위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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