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백종원의 골목식당' 톺아보기

백종원의 강력한 분노, 과연 홍탁집 아들은 달라질 수 있을까?

너의길을가라 2018. 11. 1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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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서른이 지나면 바뀌지 않는다는 글귀를 읽은 적이 있다. 서른 즈음에 사형 선고와 같은 그 말에 조급함과 함께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 그래도 아직 시간이 있구나.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씁쓸하다. 이제 더 이상 기회가 없는 걸까. 저 압도적 선언 앞에 이토록 무기력해지는 건 알아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본래 쉽사리 바뀌는 존재가 아닐 뿐더러, '서른'이 지나면 변화의 여지가 사실상 닫혀버린다는 사실을 말이다. 


"잘못 끝내 놓으면 돌아가요. 잘못 도와주면, 잘못 이 방송을 끝내고 나면, 나중에 몇 달 뒤에 들어보면 어머니만 죽어라 일하고 있고, 아들은 보이지도 않을 거고. … 그런 굳은 결심 없으면 지금이라도 시간을 더 달라고 하면 일주일 더 줄게."


"하겠습니다. … 제 의지로 배워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백종원이 왜 저렇게까지 다짐을 받으려고 했는지 안다. 그는 홍탁집 아들에게 두번, 세번 묻는다. 그리고도 부족했는지 또 묻는다. 정말 결심이 섰는가. 정말 변화하려는 의지가 있는가. 진짜 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그만둬라. 시간을 더 달라고 하면 주겠다. 쉽게 대답하지 마라. 중간에 그만두는 것보다 지금 포기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정말 힘들 거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솔루션 대상인 홍탁집의 결정적인 문제는 '아들'이었다. 백종원은 그 사실을 간파하고,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백종원만의 경영 노하우를 가르치고, 방송의 힘을 빌려 가게를 살리는 건 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백종원은 이렇게 말한다. "일주일 동안 고민해본 결과, 이 골목을 위해 가게를 살릴 수는 있지만, 솔직히 그렇게 해드리면 어머니만 등골 휘어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고, 근원적인 문제 해결이 요구됐다. 아들이 변해야 했다. 지금처럼 엄마에게 가게를 몽땅 맡긴 채, 뒷짐만 지고 있는 태도는 용납하기 어려웠다. 몸까지 불편한 엄마가 언제까지 고생을 해야 한단 말인가. 아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가게를 운영해야만 되는 문제였다. 그래서 백종원은 계속해서 홍탁집 아들을 압박했다. "네!" 대답은 우렁차다. 일주일의 말미가 주어졌다. 과연 홍탁집 아들은 변했을까? 


"뼈를 깎고 그 정도 노력은 안했지만 할 수 있는 만큼 했어요."

"오늘 한 다섯 번이라도 만들어."



안타깝다고 해야 할까, 예상했었다고 해야 할까. 홍탁집 아들은 '역시' 바뀌지 않았다. 처음에는 뭔가 달라지나 싶었다. 백종원이 나가고나자 곧바로 대청소를 시작했고, 닭 토막내기 연습을 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며칠 가지 않았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의 위력을 새삼 느꼈다. 점검까지 4일 남았을 때, 홍탁집 아들은 허리를 삐끗했다며 조리 연습을 포기했다. 


시간이 지나도 실력은 나아지지 않았다. 여전히 엄마의 조리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 생강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도, 몇 분을 끓어야 하는지도 몰랐다. 결국 (예고편에서 확인됐다시피) 백종원이 제시했던 과제('엄마의 닭볶음탕' 완벽 마스터, 닭 토막 내는 법 완벽 마스터)를 완수하지 못했다. 하루에 고작 한번 연습을 하면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의지가 부족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그게 자랑이야? 나는 음식하는 사람인데, 내가 모를 거 같아? 딱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데.. 내가 진짜 카메라 없었으면 진짜.. XX 설거지거리가 있는데 여기서 닭을 씻고 있다고? 이건 몰라서 그런게 아니라 안 한 거야. 나를 개무시한 거야 이거. 이게 말이나 되는 줄 알아? 하지 마라, 이렇게 할라면. 이거 안 돼요. 이렇게 해갖고. 할 거야, 그만 할 거야?"



백종원은 분노했다.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또, 화를 내야만 했다. 물론 백종원은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홍탁집 아들이 한번에 바뀌지 않을 거라는 사실 말이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백종원이 아닌가. 수많은 사람들을 겪어봤던 백종원이 아닌가. 일주일 만에 평생 요리를 한 엄마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라는 과제를 낸 건 어쩌면 불가능한 미션이었는지도 모른다. 백종원이라고 왜 모르겠는가. 


그런데 왜 그런 어려운 과제를 냈을까. 백종원이 홍탁집 아들에게 원한 건 노력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자신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깨닫고, 밤새워서라도 연습을 하면서 의지를 되새기는 태도 말이다. 그러나 점검을 하루 앞두고 작가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홍탁집 아들은 끊임없이 변명으로 일관했다. "핑계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이라며 늘어놓은 이야기는 그저 핑계일 뿐이었다. 


'사람은 서른이 지나면 바뀌지 않는다.'는 말에서 '서른'은 자신의 아집이 완성되는 시점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가능과 불가능을 얕은 시선으로 섣불리 구분짓고, 변명과 핑계로 스스로를 보호할 궁리밖에 하지 않는 시기 말이다. 홍탁집 아들을 보면서 '서른'의 강퍅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과연 홍탁집 아들이 변할 수 있을까? 솔직히 갸우뚱해진다. 그러나, 그럼에도, 기대를 품게 된다. 서른 이후에도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어머니를 위해서? 아니, 그 자신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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